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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의 명과 암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10.10 12:15
  • 호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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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도시재생사업으로 낙후된 항구도시에서 유럽최고 문화도시로 탈바꿈한 영국의 리버풀

산업구조의 변화, 신도시 중심의 확장에 따라 기존의 도시가 낙후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쇠퇴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다시 도시를 재생시키는 사업을 도시재생이라고 한다. 최근 낙후된 도시 문제와 인구감소 등의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지자체들은 도시재생을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자체에 불고 있는 도시재생사업, 과연 성공만 기대할 수 있을까?

 

도시재생의 정수를 보여준 리버풀

전설적인 팝그룹 ‘비틀즈’의 고향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열정적인 축구 팬들이 몰리는 성지인 영국의 ‘리버풀’은 말 그대로 유럽 최고의 문화관광지이다. 매년 수백만명이 비틀즈의 발자취를 쫓아 라이브클럽이 밀집한 매튜 스트리트를 찾고, 축구팀 리버풀 FC를 응원하기 위해 ‘안필드 로드 스타디움’으로 몰려든다. 거리, 공연장을 매운 사람들로 연신 북적이는 리버풀은 영국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불과 30년 전만 해도 이러한 리버풀을 상상할 수 없었다. 과거 리버풀은 영국 서쪽 바다 아이리시해 연안을 활용한 해상무역으로 성장한 항구도시였다. 최초의 증기선이 출항시켰고, 타이타닉호를 건조·출항시키는 등 19세기 초까지 해상무역과 해상이동을 통해 발전해오던 리버풀은 세계2차대전의 집중포격과 영국 남부의 사우스햄턴 항구의 발달, 물류 이동수단의 변화에 따라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도시 경제가 힘들어지자 사람들은 새로운 도시를 찾아 떠났다. 낡은 항구는 그대로 방치됐고, 빈집이 늘어나면서 도시는 급격하게 우범지대가 됐다. 이처럼 생기를 잃어버린 낡은 항구도시의 모습은 200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리버풀을 변화시킨 것은 도시재생사업이었다. 리버풀은 도시를 따라 흐르는 머지강의 이름을 딴 ‘머지사이드 구조계획’을 수립해 낡은 도시를 문화·상업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했다. 리버풀은 세계 최고의 신고전주의 건물로 손꼽히는 세인트조지홀, 영국 최초의 마천루 로열리버빌딩,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딕 아치가 있는 리버풀대성당 등 우수한 건축물과 상업항의 역사적 유산과 비틀스로 대표되는 도시 예술사를 활용해 새

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홍보했다. 이와 함께 과거 선창가에 있던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리모델링해 지역의 색깔을 살리며 재개발을 시작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재개발된 알베르트 선착장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으로 영국에서 가장 자랑하는 건축물로 거듭났다.

도시재생사업으로 성공적으로 이미지를 변화시킨 리버풀은 2008년 유럽연합의 문화수도로 지정됐으며, 리버풀시는 문화관광·국제협력·도시개발 등 관련 부서를 통합한 ‘리버풀 컬처 컴퍼니’를 설립해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포함된 대규모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05년 44만명이었던 리버풀 인구는 지난해 48만명으로 늘었고, 리버풀의 총부가가치는 2005년 71억 파운드에서 2015년 109억 파운드로 크게 증가했다. 리버풀의 도시재생사업은 완벽하게 성공한 사업으로 전 세계에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국내에 부는 도시재생 바람

쇠퇴한 도시에 새로운 기능을 도입해 다시 도시를 재생시키는 사업인 도시재생은 낙후된 도시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서울에 인구가 집약되고, 중소도시는 인구감소 및 고령화 문제를 겪으면서 낙후된 도시가 증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도시재생사업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당시 도시재생뉴딜 정책을 주요공약으로 발표했고, 이에 따라 2018년 3월 국토교통부가 5년간 추진 전략을 담은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 뉴딜 로드맵’ 발표하면서 국내에는 도시재생의 붐이 일고 있다. 정부는 매년 100곳 1조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선정할 예정이며, 2019년에만 중앙정부에서 30곳을 직접 선정했고, 지자체에서 70곳을 선정해 총 100여개 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낙후도시를 정비하고 사회적기업 및 청년사업가 육성, 글로벌인재 및 청년 참여장려 등으로 지역의 경제와 청년일자리, 그리고 청년유입 등을 함께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서울특별시 마포구 연남동, 부산광역시 감천문화마을, 전남 목포시 목원동 등 성공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도시를 변화시킨 사례도 존재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례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도시재생뉴딜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자체 역시 도시문제 해결의 만능 키가 도시재생사업인 것처럼 활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많은 지자체장들이 도시재생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선심성 공약을 해결하기 위한 사업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많은 도시재생사업들이 지역이 쇠퇴한 원인과 재생이 가능한 여건에 관해 면밀한 분석도 없이 그저 예산 따오기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3488개 읍·면·동 중 도시재생 대상지는 2241곳(64.2%)에 달한다.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가 쇠퇴한 원인을 찾고, 도시재생에 있어 해당도시가 얼마나 경쟁력이 있고 지속가능성이 있는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뤄지는 도시재생은 그저 허울 좋은 재개발사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 및 지자체 주도의 도시재생사업은 국고에서 시작되는 만큼 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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