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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배출가스 조작, 해답은 글로벌 공조에 있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10.10 12:25
  • 호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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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소수 분사량 감소로 질소산화물을 증가시키는 배출가스 불법조작이 적발된 아우디 A6(사진 환경부)

2015년 미국에서 밝혀진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사건 ‘디젤게이트’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전 세계의 비난을 받은 폭스바겐은 즉각 사과와 보상안을 마련했고, 논란이 있었지만 이 문제는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잊을 만하면 해외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사태가 들려오고 있다.

 

전 세계를 흔든 디젤게이트

휘발유 가격이 저렴한 북미의 경우 경유차를 선호하지 않았다. 경유 차량이 휘발유 차량보다 소음도 심해 승차감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경유를 대상으로 하는 환경기준이 까다로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폭스바겐의 디젤차량이 미국의 환경기준을 통과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유럽시장을 재패했던 폭스바겐의 디젤차량은 미국의 기준을 통과한 이후 북미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2015년 전까지는 말이다.

2014년 유럽 비영리단체인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는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 제어 기술이 차량의 연비와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주제로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디젤 차량 BMW X5, 폭스바겐 제타, 폭스바겐 파스트를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특히 ICCT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차량으로 폭스바겐 차량을 선정해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BMW X5는 실내 검사에서 나온 배출가스 수치와 도로 주행 때 나온 배출가스 수치가 비슷했지만, 폭스바겐 제타와 파사트는 도로주행 배출가스 수치가 훨씬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를 토대로 미국의 환경보호청(EPA)는 조사에 착수했다. EPA는 폭스바겐의 디젤차량이 실내 테스트 환경에서는 배출가스를 제거하는 장치(LNT)가 작동했지만, 실제 도로주행으로 인식할 때에는 LNT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폭스바겐 차량에서는 허용기준의 최대 40배가 넘는 이산화질소가 배출됐다. EPA는 2015년 이 사실과 함께 “폭스바겐 디젤 엔진 승용차에서 배출가스 정보를 조작하는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발견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EPA의 발표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폭스바겐을 믿고 구매한 소비자들은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고, 폭스바겐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폭스바겐그룹 마틴 빈터콘 회장은 “고객의 신뢰를 깨트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지만 폭스바겐의 프리미엄 모델인 아우디 차량에서도 배기가스 조작 소프트웨어가 장착돼 있음이 밝혀지면서 더 큰 분노를 마주해야 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디젤게이트 사건의 주인공 ‘폭스바겐’

국가별 각개전투 양상 보인 디젤게이트

사태가 심각해지자 폭스바겐은 잘못을 인정했다. 폭스바겐은 미국과 캐나다의 자사 디젤차 소유주에게 3년간 무상 수리, 1인당 1000달러(약 116만 원) 상당의 상품권과 바우처를 지급하고, 새 차로 바꿀 때는 2000달러(약 232만 원)까지 지원하겠다며 사태의 보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2016년 1월 미국 법무부는 최대 900억 달러(약 107조 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연방정부와 개인의 소송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폭스바겐이 패소할 경우 폭스바겐의 피해보상금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었다.

이에 폭스바겐 그룹의 마티아스 뮐러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미국을 방문해 공식 사과하고, 당초 계획했던 기존의 보상안보다 훨씬 강화된 보상안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환매(폭스바겐이 중고차를 매입)’ 또는 ‘무상수리’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고,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들에게 1인당 평균 5000달러(약 566만 원)씩 배상할 것을 미국 법무부와 합의했다. 결국 폭스바겐은 미국에 소비자 보상과 벌금 등으로 총 150억 달러(약 17조 7000억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이러한 조치는 다른 나라의 기준이 됐다. 각국 정부는 폭스바겐 차량의 판매를 금지시키거나 리콜을 명령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준비에 들어갔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사태와 관련해 이를 후회하고 있고 향후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보상안에 대해서는 “유럽을 포함한 다른 어떤 시장도 미국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폭스바겐의 발표에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된 차량은 850만대에 달하는 유럽과 10만대 이상의 차량이 수입된 것으로 밝혀진 우리나라와 호주 등은 반발했다.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는 정부와 개인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어났고, 이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우리나라의 반발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EPA의 기준보다 규제가 강하지 않았던 국내의 환경기준에 폭스바겐은 국내에 수출하는 차량에 LNT를 장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디젤게이트의 경우 LNT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였지만 국내에 판매된 차량의 경우 원가 절감을 이유로 LNT 대신 배출가스재순환 장치(EGR)를 장착해 판매한 것이다.

이에 환경부는 LNT는 없지만 인증 모델과 실제 주행시 배출가스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폭스바겐에 무작위 조사를 실시했다. 결국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에서 판매된 12만대의 차량이 인증 모델과 배출가스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했고, 12만대 차량을 대상으로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외 보상이나 배상 대신 신차 구매시 전 차종을 대상으로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차종별 10~15% 할인을 제시했다.

이러한 발표에 아이러니하게도 폭스바겐의 차량 판매율이 급증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분노했다. 이에 환경부는 폭스바겐 차량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을 목적으로 ‘임의설정(defeat device)’한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폭스바겐에 과징금 141억을 부가했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환경부의 조치에 그저 결함을 고치겠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계획서만 제출했다. 환경부는 이러한 폭스바겐의 시정계획서가 부실하다고 판단했고, 대기환경보전법상 결함시정명령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환경부는 배출허용기준 미달 제작·인증 혐의도 추가 고발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허위 과장광고 혐의도 폭스바겐을 압박했다.

검찰의 압수수색 조사결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국내 인증기관의 절차를 어기고 배출가스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을 임의로 바꿔 판매했고, 배출가스와 연비, 소음 인증을 통과하기 위해 총 139건의 시험 성적서를 조작한 혐의와 연비조작 소프트웨어를 두 차례 걸쳐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국내 판매 인증취소 검토에 착수했고,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23개 차종, 80개 모델, 8만 3000대의 인증을 취소하고 판매를 금지시켰다. 결국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백기를 들었다. 2016년 8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환경부가 내린 인증 취소 및 판매 중단, 리콜 명령, 과징금 부과 조치를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근절을 위해서는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끊이지 않는 배출가스 조작사태, 해답은 국제사회에 있다

이러한 조치로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는 막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사실상 아직도 디젤게이트는 현재 진행형이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태 이후 환경부는 국내 수입자동차 회사 15개소를 대상으로 유사사례가 있는지 일체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닛산 2개, BMW 1개, 포르쉐 7개 등 10개 차종에서 인증서 오류가 발견됐다. 특히 포르쉐의 경우 조사기간 중 포르쉐 한국법인이 인증서류 오류를 환경부와 검찰에 자진 신고하기도 했다. 이들 역시 폭스바겐과 마찬가지로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와 함께 과징금이 부과됐다.

또한 이러한 사태는 근절되지 않고 잊을 만하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아우디와 포르쉐의 14개 차량에서 질소산화물 저감장치의 기능을 낮추는 불법 소프트웨어(SW)가 적발됐으며, 12월에는 피아트사의 경유차량 2종이 EGR 임의설정한 사례가 적발됐다. 올해 역시 아우디폭스바겐, 포르쉐가 국내에 수입·판매한 유로(EURO)6 경유차량 8종 총 1만 261대를 요소수 분사량 감소로 질소산화물을 증가시키는 배출가스를 불법조작한 것으로 환경부가 최종 판단하고, 지난 8월 21일 인증취소, 결함시정명령, 과징금 사전통지 및 형사 고발했다.

이처럼 수입 디젤차량의 조작사태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리콜 및 보상 역시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불법조작 등과 같은 사태가 반복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와 우리나라의 대기환경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부터 시작된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사태는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국내의 법적 제도적 한계를 노출했지만,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 관계부처의 협력으로 강경하게 대응해 결과를 얻어냈다. 지속적으로 감시를 강화해 배출가스를 조작하고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배출가스 조작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자동차 분야의 해외 선진국과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디젤게이트의 경우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였다. 미국은 물론 독일 등의 관련 국가기관의 협조와 조율은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키가 될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글로벌 소싱과 리콜 등 각종 문제에 대한 글로벌화가 됐을 때 파급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가 확대되기 전에 국제 공조를 통해 소비자 보호는 물론 자국 환경을 보호하는 기회도 될 수 있다.

환경부는 “2015년 이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디젤차의 배출가스 조작 문제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며 “국민적 관심사인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자동차의 배출가스 불법조작에 대해 더욱 엄정한 자세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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