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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 동북아, 공조 없이 살아남기 어려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10.10 12:40
  • 호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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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는 경제개발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지역으로서, 다양한 환경문제를 비롯한 협력과 공조가 필수적인 지역이다. 이들 국가들은 개발과 발전의 한 가운데 있는 만큼 안정적인 전기공급을 위한 원자로 운영을 앞으로도 계속할 전망이다. 그러나 모두가 인지하듯이 원전은 치명적인 리스크를 가지고 있는 확인된 시한폭탄이자,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애물단지다. 세계 최대 원전 밀집도를 보이고 있는 동북아시아는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와 해체과정 등을 함께 공유해야 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평화모드로의 조성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전사고가 주는 교훈: 제로 리스크란 없다

1970년에서 1980년 사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은 다른 에너지에 비해 긍정적이었다. 당시 전 세계는 앞다퉈 원자로를 건설해 자국의 전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후로도 원자력발전은 온실가스를 최소화하며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아 왔다.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중대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일련의 원전사고들은 더는 원자력 발전의 제로 리스크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며,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불안감을 증대시켰다.

2011년 3월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체르노빌에 이어 원자력발전이 시작된 이래 최악의 사고로 꼽히며,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일본과 이웃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사고의 영향을 어느 나라보다 가깝게 느꼈다. 전 세계 에너지 공급에 원자력 에너지가 기여한 바는 매우 크지만, 대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앞에서는 그 안전성을 보장하기 쉽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9월 경주에서 규모 5.8, 2017년 11월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그동안 원전에 대한 연구는 안전성과 방호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서 일반적으로 고려하던 요인을 넘어서는 중대사고의 경우에는 발생 가능성을 극소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설사 중대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재난의 대응은 사전예방과 사후대책이 모두 필요하다. 원자력 사고와 같은 재난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후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대응해야 한다. 더욱이 기존의 재난 대응은 사전예방이 중심이고 사후대책은 거의 없었으므로, 사후대책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원전사고의 영향은 환경사회 분야 전반에 걸쳐 장시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재생계획 수립이 필수적이다. 원전사고 후 긴급기의 대응은 국제에너지기구 등의 국제기구 가이드 라인이 존재하고, 국가별로 준비하고 있지만, 중장기적 차원의 대책은 현재까지 수립하지 않는 나라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이에 한국과 자연환경과 행정조직, 사회문화가 유사한 일본 후쿠시마 사례의 교훈은 한국 원전사고의 대책 마련에 매우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사고 발생 3개월 후에 동일본 대재해 부흥 기본법을 제정하고, 9개월 후에 사후대응을 담당하는 부흥청을 발족시켰다. 만일 국내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면, 사고 발생 1개월 이내에 관련 법 및 조직정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동북아시아, 위험성 공유하고 사고 대비 공조해야

동북아 지역에 속하는 국가들, 특히 한국, 중국, 북한, 일본 4개국은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일국에서 원전사고로 인한방사능 유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직접적이고 심각한 상호영향 관계에 놓여 있다. 4개국은 원전 사고의 위험성에 상호 노출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중일 3국에서 가동하고 있는 원전안전의 취약성, 원전사고 발생에 따른 방사능의 국가간 상호영향 위험요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과 일본에서 현재 가동 중인 원전 가운데 원전 운영 기한인 30년을 초과하거나 30년에 가까워진 노후한 원전이 다수라는 점에서 고장발생빈도수 증가 등 안전관리에 취약성이 증대될 위험성이 높다.

원전 노후화와 함께 원전 정보의 불투명성과 원전안전관리 기술 및 매뉴얼의 국가간 상이성도 원전 안전을 취약하게 만드는 위험요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원전상태에 대한 상호 이해부족과 기술적인 비호환성은 동북아 지역차원에서 원전안전을 위한 장비, 기술과 인력 등 관련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안전기술수준의 제고를 제약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중일 3국의 해안가에 집중 배치돼 있는 원전의 공간적 분포도 각국의 원전 안전을 위협하고 취약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자국의 원전 안전이 확보돼 있다고 하더라고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타국의 원전안전상태가 바로 자국의 원전안전상태와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북아 지역의 높은 원전 집중률도 원전 안전의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한국, 중국, 일본은 각각 25기, 46기, 42기의 원전을 운행 중이다. 뿐만 아니라 한중일 3국은 각각 4기, 11기, 2기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러한 원전 건설로 인해 동북아 지역의 원전집중률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원전 집중률 증가는 원전 안전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원전 폐기물을 저장하기 위한 방폐장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장기적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처리하는 기간은 흔히 50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폐기물의 안정화까지는 최대 100만년 이상이 소요된다. 1960년부터 시작된 원자로의 해체는 2022년까지 62년이 소모되고 플루토늄 239의 반감기를 가정하면 그 안정기는 약 2만 41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용했던 원자로를 다시 한 번 차폐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방사능은 시간이 지남에 반감기를 거쳐 다시 분해가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세입자나 먼지 그리고 바람을 통해서 주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이 생길 수 있게 된다. 때문에 폐원자로를 덮을 수 있는 공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동북아 협력체계 구축해가고는 있으나 여전히 미흡

늘어나고 있는 중국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 문제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이슈다. 중국의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대부분은 우리나라 서해 지역에 밀집돼 있다. 만약 대규모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그 피해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 원전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지리적 인접성과 편서풍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와 북한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며 일본까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일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 또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기상여건에 따라서는 우리나라와 중국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동북아 3국은 원전 노후화, 정보의 불투명성과 기술적 비호환성, 높은 원전 집중률, 해안선 집중 배치와 지리적 인접성 등으로 인해 원전 안전의 위험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며, 원전사고의 방사능 유출이 발생할 시 3국은 직접적으로 상호영향에 노출될 위험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동북아시아 차원에서 원자력 안전 강화는 개별 국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고, 협력이 되지 않아 효율적이지 못하며, 극복해야 할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 기존 핵 비확산체제는 각국이 핵 확산을 막는 체제이며, 상호 간 원자력 관련 정보는 정치적 민감성으로 공유되지 않아왔다. 상호 간 정보 부족은 상호간 이해 부족, 신뢰 부족, 공동의 원자력 안전 목표 설정 어려움, 그리고 궁극적으로 원자력 안전을 위한 실질적 협력의 어려움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각국의 상이한 기술체제도 협력의 걸림돌로 작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 항상 원자력 관련 이슈를 논의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유럽의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과 유사한 국제상설기구를 설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유럽원자력공동체는 프랑스, 독일, 영국,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아일랜드, 덴마크 등 9개국이 1958년 로마협정에 따라 설립한 유럽의 핵관리회의체다. 유럽 지역의 모든 원전의 안전 수준이 예상치 못한 사건의 발생에 대비하기에 충분한 것인지를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주요 평가내용은 원전의 내진설계 수준과 전력공급이 단절됐을 때 충분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예비 전원시스템 구축 여부 등이다. 이 결정에 따르면,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해당국은 평가결과에 따라 안전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이행방법을 결정해 시행해야 하며, 기술과 경제적으로 개선이 불가능할 경우 원자로 가동이 중단되는 강제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EU 집행위는 이와 같은 안전성 평가방법을 원전시설을 운용하는 다른 지역의 국가들에게도 확대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전사고는 비단 사고 발생국뿐만 아니라 인접 국가에 광범위하며 세대를 거듭하는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UN의 보고서에 따르면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인해 약 4000여 명이 암으로 사망했으며, 2056년까지 약 9000여 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누출로 일본일대에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권고치인 200Bq/m3을 초과하는 고농도 방사선량이 수개월간 지속했다. 일본의 방사능 오염물질 유출로 인한 건강 우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 번의 사고가 지속적인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동북아는 사고의 위험성을 함께 안고 있으므로 원전정책 전반을 함께 진행해 위험성을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토론해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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