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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워지는 국제공조환경, 어디서 풀어야 할까?
  • 조중혁 기자
  • 승인 2019.10.10 12:45
  • 호수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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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되던 당시,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 각국의 공조는 앞으로도 굳건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국가간의 관계가 각자도생을 통한 블록경제사회로 이어지면서 기존의 국제환경협약들도 국익이라는 잣대로 그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다시 산업화 시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과거로 돌아가는 미국, 환경오염보다 국익 우선

과거 오바마 정부 시절만 해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미국정부의 노력과 약속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다. 당시 자발적 공약으로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26~28% 감축하고, 2020년까지 빈국을 위해 3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환경보존을 위해 다시 차순위가 돼버린 지역발전의 공약을 앞에 걸고 출발한 트럼프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자국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으로부터 탈퇴하고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를 해버림에 따라 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내년인 2020년 11월에 파리협정에서 최종 탈퇴하게 될 예정이며, 그때가 되면 미국은 니카라과와 시리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파리협정에 불참하는 3번째 국가가 된다.

전문가들은 세계의 리더인 미국이 환경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국제문제 해결에 미국의 영향력 축소가 우려되고 있으며, 온실가스 감축활동과 연관된 재생에너지 산업관련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하고 있는 형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아예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1992년)’ 자체에서 완전히 탈퇴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려했으나, 그에 따른 비난이 더욱 거셀 것으로 보고, 파리협정을 탈퇴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불안정한 요소에 의해 캘리포니아, 워싱턴, 뉴욕 등 주요 주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한편, 주정부가 연합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미국 기후연맹(United States Climate Alliance)’을 조직하기까지 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제환경협약을 이행시 미국에 어떤 불이익이 올지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는 데, 미국 자본형성 협회에서 당시 발간된 보고서는 파리협정을 이행하면 미국 GDP는 2040년까지 2조 달러가 감소되고일자리는 650만 개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2016년 헤리티지 재단이 발행한 보고서에는 일자리 40만개와 GDP2.5조 달러가 감소할 것으로 평가하는 등 파리협약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내놨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가 파리협정으로 인해 2050년까지 전 세계에 19조 달러의 부가 창출될 것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밝힌 것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를 통해 다시 환경협약의 이행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던 국가들과 관계자들이 다시금 개발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블록경제의 시작, 환경에 대한 입장차에 금을 내기 시작하다

당시 미국의 파리협약에 대해 나오는 반응들을 보면, 세계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시류에 불만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U는 파리협정 탈퇴 사태를 겪은 이후,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새로 설정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독일과 동부 유럽 국가들은 2030년까지 2021년 배출량 대비 30% 감축안을,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서유럽은 40% 감축안을 제시하며 충돌했다. 우선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인 호주의 경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가 나오자 미국과 함께 파리협정에서 빠지자는 주장이 연립정부 소속의 의원들에 의해 강하게 제기된 바 있었는데, 미국의 탈퇴로 본래 의미가 퇴색한 파리협정에서 탈퇴하거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석탄화력발전의 양축인 철광석과 유연탄의 세계 최대 생산국 중 하나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1위권으로서 지난 2017년에는 호주 정부가 풍력과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를 강화하려던 방침을 포기하고 석탄과 가스, 수력 등 기존의 발전원에 계속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는 등, ‘파리협정’ 그 자체는 준수하더라도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다시금 제고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호주 일부 지역에서 전력난이 잇따르고 큰 폭의 가격 인상마저 예고되는 상황이어서 값싼 석탄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이클 매코맥 호주 부총리는 지난해 IPCC 환경협약 실천을 위한 보고서 중 ‘석탄 사용을 2050년까지 서서히 중단하자’는 제안을 문제 삼으며 석탄 생산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맬컴 턴불 전 총리의 실각 후 호주에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러시아의 경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당시부터 적극 두둔해 파리협약에 관심을 크게 보이지 않고 있음을 알렸다.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러시아는 지난해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도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세부 이행규칙에 대해 기후변화와 관련된 협의에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COP24 결정문에 ‘환영(Welcoming)’ 문구를 넣는 대신 ‘참고(Taking Note)’ 문구를 넣자고 주장하는 등 강하게 환경협약의 이행을 막고 있다. 중국이 과거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컸고, 지금도 미세먼지를 강하게 배출하지만 그나마 국제적 친환경협약에 따라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적 보상없는 일방적 환경협약에 불만을 품은 개발도상국들

환경협약은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세계 각국은 처음부터 지켜야 할 의무가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이해관계 때문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협약의 틀만 갖춘 후 의무 사항은 추후 논의하기로 하며, 이들 사항은 협약에 따른 의정서에 담아낸다. 비엔나 협약과 몬트리올 의정서가 한 예이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그동안 불이익을 받아온 신흥국들의 경우, 국제환경협약의 방식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환경보다 경제 발전과 빈곤 해결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여지껏 환경을 희생해서 경제를 발전시켰는데, 신흥국에 부담을 지우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 신흥국들 생각이다. 특히 최근 개발을 위한 아마존 지역의 화재를 일으키는 것으로 의심받는 브라질의 경우에는 파리협정에 대한 반대가 크게 심했는데 기존 체계에서 축적된 탄소 배출량 유지를 주장해 온 국가이다.

파리협정을 위한 예산구성에서도 신흥국과 선진국은 갈등을 겪고 있다. 미국ㆍ일본ㆍ호주 등 선진국 진영은 금융 지원 규모를 깎기 위해 기존 지원에 신규 지원을 합산하자는 회계안을 제안하면서 개발도상국의 반발을 부른 바 있다.

지구는 산업발전과 도시 개발 등으로 훼손돼 왔다. 그러나 훼손을 막기 위해 의견이 모아져도, 세계 각국이 단순히 그것에 동의하는 것과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지금까지 세계를 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진국 위주의 친환경제도를 국제협약으로 구체화시키는 데 많은 찬성이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를 시작으로 여론에 눌려 반대를 외치지 못했던 국가들이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이는 미중무역전쟁을 비롯해 점차 블록화돼가는 경제와 맞춰 국제환경협약의 실효성 역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자칫하면 상대방은 협약은 지키지 않고 자신만 지키면서 경제적 불이익을 맞게 된다는 여론에 의해 친환경성향의 정권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지구를 다시 산업화의 오물구덩이에 몰아넣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국제환경협약이 앞으로 이 같은 미래를 도래하지 않도록 굳건히 지켜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열린 2019 UN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참석한 소녀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당신들이 우리의 미래를 앗아갔다’며, 국제지도자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은 그냥 벌어진 일이 아닌 셈이다.

조중혁 기자  megnumfi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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