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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시 / 양 성 우
  • 시인 양성우
  • 승인 2019.11.28 10:34
  • 호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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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바람결이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를 헤집고
지나갈 때
그 바람이 다시 돌아와서
잎도 없는 파리한 담쟁이넝쿨을 심술궂게 흔들 때
아직은 얼지 않은 강물을 따라 내려와서
잔물결로 빈 뱃전을 간지럽힐 때
유령 같은 짚더미와 허리 꺾인 허수아비만 있고
아무것도 없는 빈들을 건너면서
마치 장난처럼 허공에 지푸라기를 날릴 때
춥고 갈 곳 없는 새들을 공연히 부르고
봉긋봉긋한 무덤 너머 눈부신 흰 갈대꽃밭을 눕힐 때
오래 잠들었던 나의 모든 그리움이 눈을 떴다
여기 사람의 것이 아닌 시간 속에
마른 풀잎 벗은 나무 돌 바위 산 등등
스스로 못 움직이는 것들의 서글픔만 넘치게 두고
아무래도 나는 멀리 떠나야겠다

시인 양성우  eco@ecofu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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