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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시나리오 / 박윤영 개인전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11.28 11:29
  • 호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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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영, Tik Tok, 2019, 나발 7대, 첼로 1대, 1채널 사운드(틱톡사운드).

예술은 작가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그것을 형상화하는 작업은 작가의 삶의 특정한 순간이나 기억, 시선들을 통해 뚜렷한 의도를 품기도 하지만, 때로는 명확한 논리체계 없이 수수께끼 같은 감정이나 질문일 때도 있다. 그것이 관객과 연결되는 지점을 만나면 비로소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캐나다에서 활동해온 박윤영 작가는 국내에서 9년 만에 개인전 <YOU, Live!>를 선보이며 아카이빙 형태의 독특한 작업을 내놓았다.

 

시나리오를 전시한다면?

작가 박윤영은 한국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영화 연출, 시나리오 등 전혀 다른 분야와의 접점을 통해 특유의 정체성을 발전시켜왔다. 이번 전시는 지난 몇 년 동안 작가가 진행해오고 있는 리서치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조우한 이미지와 텍스트들, 작가에게 일어났던 특별한 순간들을 엮어서 만든 시나리오가 전체 전시의 중심이 된다.

이 작업은 작가의 조카가 어릴 때 끊임없이 매달리며 잡아당겼던 문고리의 기억이 불러일으킨 궁금증과 성서의 계시록에서 마주하게 된 세계 종말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대규모 원전사고, 영국의 리비아 침공 등 동시대 특정 사건들을 조사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이미지와 텍스트를 자신의 개인적 경험들과 뒤섞어 재구성했다.

시나리오는 12개의 뒤섞인 타임라인으로 구성된 열린 형식으로, 12개의 문고리 뒤에 감춰진 사건들의 배후 혹은 임박한 상황을 추리해가는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처럼 전개된다. 그 각각의 작업들은 작가가 들여다본 의미 있는 상징이자 의도들이라 할 수 있는데, 작가는 그를 통해 작가 자신, 작업, 그리고 작품과 마주하게 될 관객들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자 한다.

 

단편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경로들

전시는 마치 거대한 자료 보관소와 같다. 캐나다 산맥을 형상화한 병풍회화와 드로잉이 전시실을 두르고 있으며, 다양한 오브제와 영상이 산과 바다, 하늘이 만나는 기묘한 공간을 연출한다. 전시는 이러한 시각적 화려함뿐 아니라 반복적인 사운드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미래의 일을 조사하기 위해 인류의 역사를 파헤쳐보니, 역사는 비슷한 사건들로 반복되고 있었고, 이를 어지럽고 불안한 느낌의 고대 테트라 코드에 E사운드를 붙여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카이브의 구성은 세계정세와 관계된 사건들도 있지만 작가 본인의 일상생활에서 연관되는 필연적인 우연들에 시나리오를 연결시켰고, 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불확실성에 의거한 이미지들과 사운드, 오브제 등 작가 개인의 시선이 머물렀던 것이어서, 작가가 만들어낸 경로는 또 다른 경로를 만들어내는 특징을 가진다. 때문에 이 시나리오를 보면서 명확한 논리체계를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수수께끼 같은 감정들과 질문들이 어렴풋하게 전달될 뿐이다. 그 가운데 관객과 마주하는 지점이 생긴다면 비로소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You live, 어떻게?

전시는 방대한 시나리오와 더불어 다양한 장치를 유기적으로 이용해 관객들이 연극적 환경에 몰입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디자인과 더불어 우연적이고 즉흥적인 무대를 선사하며 관객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이끈다. 연극 <당신의 만찬 Your Supper>은 박윤영의 시나리오를 모티프로 연극연 출가 임형진이 연출한 포스트드라마 연극으로, 관객이 직접 극의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된다. 연극연출가 임형진은 전시 제목인 ‘You, live’를 추상적으로 살라고 하는 것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싶었다면서, 연극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관객이 직접 참여해 완성되는 퍼포먼스는 이어폰으로 질문을 듣고 행동으로 답하도록 돼 있는데, 어떤 질문인지 모른 채 행동만 본다면, 같은 질문에 대해 사람들이 자신과 같거나 다르게 생각한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참여자에게 주어지는 질문은 서로 다른 것이어서, 이로써 질문 자체가 다른 경우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하는 것이다. 또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물음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쉽고 편한 행동을 취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작가 개인의 삶과 인간의 역사를 아카이빙 한 <YOU, Live!>는 그 자체로 창조적인 작업이면서 또 다른 영역으로서의 재창조의 과정으로 이어지고, 관객은 스스로를 작업의 조연이자 주연으로, 또한 연극의 액터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한다. 떨어져 있어 보이지만 결국은 연결돼 있는 시공간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셈이다. 한 편의 시나리오가 시각예술이 되고 연극적 요소로 활용되는 독특한 이번 전시가 관객들에게 주는 울림 또한 이 전시가 주는 또 하나의 아카이빙이라 할 수 있겠다.

 

■◾ 박윤영 개인전 <YOU, Live!> ■
기간 : ~2020.1.12(일)
장소 : 일민미술관 1, 2 전시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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