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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익숙함을 벗어나야만 닿을 수 있는 대자연 /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11.28 13:55
  • 호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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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우이령길의 꽃인 오봉

등산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적당한 온도와 바람이 탐방객들의 마음을 흔드는 계절이다. 수도권 이천만의 휴식처인 북한산은 가을의 전령사인 단풍으로 알록달록하다. 한 번 마음먹기가 어렵지 한 번 발을 들여 놓으면 그 매력에 빠져나올 수 없다는 북한산. 그 가운데서도 소귀를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우이령길은 특히나 생태경관이 빼어나 가을을 누리기에 좋다.

 

북한산국립공원 전체를 보여주는 지도. 보라색은 둘레길, 노란색은 등산로, 회색은 도로를 표시한다
우이령길을 넘는 내내 북한산의 다양한 생태적 특징을 알려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가을산행의 정수, 북한산

조선시대부터 북한산은 정약용을 비롯한 많은 선비들이 찾았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 조선의 선비들이 살아 있는 동안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한 산은 북한산이 아닌 금강산이었다. 그러나 금강산은 워낙 험준하고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그 대신 오른 곳이 북한산이라고 한다. 북한산은 경치도 금강산에 버금가지만 비교적 마을과 가까워 쉽게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북한산은 서울과 경기지역 시민들에게 도시의 허파이자 쉼터로서, 주말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떠날 만큼 매력적인 장소다.

북한산의 명관은 화강암 지반이 침식돼 오랜 세월 풍화되면서 만들어진 깎아지른 바위봉우리에 있다. 그리고 화강암이 빚어 낸 암봉 사이로 수십 개의 맑고 깨끗한 계곡이 형성돼 그 속에 13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한다. 거선인봉, 자운봉, 만장봉, 우이암, 오봉이 대표적인 봉우리이며, 사모바위, 구천계곡 등 능선과 계곡을 따라 위치한 지질명소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더구나 북한산국립공원은 2000년의 역사가 담긴 북한산성을 비롯한 수많은 역사·문화유적과 100여 개의 사찰, 암자들이 있어 역사와 문화를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화강암이 빚어낸 암봉 사이를 흐르는 계곡

수평적 탐방문화의 시작점, 북한산 둘레길

자연적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을 국가가 지정해 관리하는 것이 국립공원이다. 우리나라는 1967년에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이래로 지금까지 22개 국립공원을 전국에 두고 있는데, 북한산국립공원은 1983년도에 15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지형적으로는 우이령을 경계로 북한산과 도봉산을 하나로 묶어서 북한산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북한산국립공원은 수도권 주민들의 자연휴식처로 애용돼 왔는데, 이곳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둘레길의 역할이 크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정상을 향해 가는 탐방패턴이 주류였고, 그 때문에 생태탐방로가 훼손되고 생태계가 침해를 받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로 인해 위로만 가려는 탐방객들을 아래에서 분산해 다닐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서 생각해낸 것이 둘레길이다. 기존의 샛길을 연결하고 다듬어서 북한산 자락을 완만하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해 과거 수직적 탐방문화를 수평적 탐방문화로 바꾼 시작점이 바로 둘레길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북한산 정상에 오르는 탐방객의 15%를 감소시켜 자연보존에 큰 역할을 했고, 이제는 도봉구간까지 완전 개통되면서 자연보전 효과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북한산 둘레길 가운데서도 우이령길은 생태경관적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서 탐방객을 하루 10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이탐방지원센터는 500m 아래에서부터 차량 진입이 금지돼 30분 정도 걸어 올라와야 한다.
남북대치의 상징인 대전차 장애물. 유사시 받침대에 올려져 있는 콘크리트 덩어리를 도로로 떨어뜨려 적의 전차(탱크) 진입을 막는 군사시설이다.

41년 만에 개방된 우이령길

오래 전에는 마찻길로 이용됐던 우이령길은 한국전쟁 때는 피난길로 이용되다 휴전 후 군사작전 도로로 이용했던 길이다. 1968년 1월 21일 무장공비의 청와대 침투사건으로 인해 민간인의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가 2009년 7월 자연친화적으로 정비해 41년 만에 개방했다. 그 덕분에 생태적으로 보존이 잘 돼 있다.

우이령길은 걷는 내내 다양한 표지판이 이곳이 생태적으로 어떠한 가치가 있는 곳인지 말해준다. 우이령길을 상징하는 깃대종, 자생식물들, 숲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 등 다양한 배경설명들을 통해 굳이 해설자를 동반하지 않아도 자연 학습이 가능하다.

우이령길의 정수는 역시 오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다섯 봉우리이다. 한 마을의 다섯 총각들이 원님의 예쁜 외동딸에게 장가들기 위해 상장능선(오봉과 마주한 뒤편의 능선)의 바위를 오봉에 던져 올리는 시합을 해 현재의 기묘한 모습의 봉우리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나가던 한 등산객은 “저건 분명 신이 올려놓은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다섯 봉우리에 같은 형태로 올라 있는 바위의 모습이 신비롭다.

긴급신고나 구조요청 시 편의를 위해 탐방로상 250~500m 간격으로 설치된 다목적위치 표지판. 응급상황 시 위치 번호로 신고하면 된다.

이렇듯 도시에서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대자연의 장엄함을 보려면 도시를 벗어나야 한다.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다. 영어로 ‘자연’을 뜻하는 ‘nature’는 본질이라는 다른 뜻을 가지기도 한다.

우리가 대자연을 누리기 위해 익숙한 도시를 떠나야 하는 것은, 자연 그 자체를 보기 위함도 있지만, 도시의 삶 안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의 속살, 그것이 전해주는 삶의 본질에 가닿을 수 있는 머무름을 주기 때문이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 요즘, 멧돼지와 마주쳤을 때를 대비한 행동요령을 알려주는 표지판

우이령길은 언제가도 좋지만 날이 추워지면 멧돼지가 출현할 위험이 있어 여러 명이 동반해서 가는 것이 좋다. 때때로 유기견이 나타나기도 해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우이령길은 첫 입구부터 남산보다 높고 인왕산과 비슷한 고지대이기 때문에 위험상황에 홀로 있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간에 입산하는 것도 안전한 등산을 위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 가을 꼭 한 번 자연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걷기 편안한 우이령길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종착지인 교현탐방지원센터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

코스 : 우이탐방지원센터-오봉전망대-교현탐방지원센터

입산 시간 :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입산 예약 : 인터넷과 전화 이용, 하루 1000명까지 가능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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