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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과 살처분, 그리고 침출수… 되풀이되는 악순환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11.29 17:43
  • 호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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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매몰지와 가까운 임진강

전염병에 걸린 동물의 살처분은 전형적인 환경적 2차 피해를 낳는 문제다. 보건상 긴급한 처리를 위해 단시간에 가장 확실하게 전염병을 잡는 간편한 방법인 살처분은 눈앞에 닥칠 재난을 예견하면서도 달리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전염병과 살처분, 그리고 침출수… 이 악순환은 끊을 수 없는 것인가.

 

전염병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역, 살처분

살처분이라는 무서운 단어가 우리 사회에 통용되기 시작하고 대중에게 익숙해진 것은 2000년 이후 거의 매년 발생한 구제역 파동을 즈음해서다. 위생복을 착용한 사람들과 거대한 포클레인, 수백 마리의 돼지 떼가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걔 중에는 밖으로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리는 장면이 보도를 타면서, 살처분의 실상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현재까지 가축 전염병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면서도 손쉬운 방법이 살처분이고, 전염병이란 완벽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앞으로도 전염병 방역에 구멍이 뚫릴 때마다 살처분은 최후의 선제적 방역 방책이 될 공산이 크다.

올해도 역시 잔인한 살처분을 피해가지 못했다. 9월 16일 경기도 파주시 소재 양돈농장을 시작으로 파주, 연천, 김포, 강화 지역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직 치료법이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고, 감염 시 폐사율이 매우 높은 치명적인 돼지 전염병이기 때문에 한 번 발병되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조기 차단하는 데 실패하며 경기 지역에서 추가로 발생함에 따라 확산 방지를 위해 지역 내 모든 돼지를 살처분하는 특단의 조치가 실시됐다. 세계동물보건기구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상용화된 백신이 없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시 대응으로 살처분을 권고하고 있고, 유럽, 미국, 일본 등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시 긴급행동지침에 살처분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많은 물량을 처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대기 중인 차량과 야적된 사체의 침출수가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아직까지는 환경부의 수질검사 결과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긴 했지만, 전염병 확산과 살처분이라는 단선적인 방책으로 인한 침출수 유출의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언제고 우리가 마시는 식수나 이용수에 심각한 바이러스가 퍼질지 모를 일이다.

 

살처분으로 인한 침출수, 당연한 귀결인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시에 당국은 ‘야생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 표준행동지침’에 따라 매립, 소각, FRP 저장조 활용 등 방법으로 멧돼지 사체를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매몰은 여건에 따라 발견 장소 매몰과 FRP 저장조 활용 매몰을 시행한다. 깊이 1m 이상 구덩이를 파고 폐수 유출방지용 비닐을 깔고 토양, 생석회, 토양 순으로 덮는 식이다. FRP 매몰은 지형적으로 발견 장소 매몰이 어려운 경우에 활용되며, 플라스틱 용기에 폐사체와 소독제를 넣어 밀봉하고 경고판과 출입금지용 테이프를 설치하게 된다. 이외에도 멧돼지 폐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해 기름 등으로 분리하는 렌더링 방법이 있는데, 체코, 벨기에 등 해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야생멧돼지 폐사체 처리를 위해 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문제는 전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살처분을 시행한 후 매몰지 주변의 토양과 침출수에는 사체에서 유래한 고농도의 유기오염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축매몰지에서 고농도 유기오염물질이 포함된 침출수가 유출될 경우 매몰지역 주변의 토양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악취로 인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가축의 전염병 예방과 성장 촉진을 위해 사용한 항생제가 매몰지 내에 잔류해 침출수 내 항생제가 포함돼 매몰지 주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매몰지로 인한 침출수 유출을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면, 매몰지 인근 주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원지 등으로부터 거리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매몰지 선정은 농축산 부문의 법규에 그 기준에 명시돼 있는데, 일테면, 하천수원지나 도로 등과 30m 이상 떨어진 곳, 음용수·지하수 관정과 75m 이상 떨어진 곳, 도로와 주민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에 인접하지 않은 곳으로 사람이나 가축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는 곳, 유실·붕괴의 우려가 없는 평탄한 곳, 침수의 우려가 없는 곳 등이다.

중요한 것은 전염병에 걸린 동물은 짧FOCUS시간 내 살처분이나 소각, 매몰돼야 하고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 또한 매우 신속하게 제한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간적·공간적 제약 하에서 사체 처리가 시행돼야 하는데, 문제는 매몰의 경우 매몰지의 확보가 전염병 발생 이후 살처분 명령이 내려진 다음에 진행되기 때문에, 매몰지 기준에 부합하는 부지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실정인 것이다.

지난 2010~2011년에 전국적인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매몰지가 대규모로 조성된 바 있다. 당시 급작스런 매몰지 조성과 체계적이지 못한 관리로 인해 많은 환경 및 경제적 손실이 야기됐고, 2014년 이후에도 소규모이나 반복적으로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의 매몰지 추가 조성과 관리에 대한 부담이 증가한 바 있다.

 

근본적 방역 방식 전환 필요

정부는 최근 전염병에 대한 예방적 방역체계와 방역강화정책과 더불어 가축매몰지로 인한 다양한 피해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으로 전환했다. 유출수 유출 모니터링 등 사후 환경감시 위주의 기존 매몰지 관리에서 친환경적 매몰, 모니터링 강화 등 사전 환경오염 차단 등 적극적인 사전예방 정책으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관리 해체된 매몰지 중에서도 가축 사체 분해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관리가 해제됐거나 환경오염 우려가 있는 매몰지에 대해 연차적 발굴과 사체잔존물 처리를 지원하는 등 매몰지의 완전한 소멸처리를 추진 중이다.

또한 제도의 현실적 한계가 많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실행계획에 가까울 만큼 제도가 개선되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그간의 국가적 노력으로 가축전염병 예방과 가축매몰지 환경관리에 대한 점진적인 정책 변화가 있어 왔지만, 지역 여건에 의한 한계가 있는 점 등에서 지자체의 실행력이 미비했고 좀더 현실적인 대안을 제공하지는 못한 것에 대한 지적이 있다. 또 백신 도입이 되지 않는 한, 철새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원인으로 인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은 여전히 가능하다. 대규모 전염병 발생 시에는 매몰지 조성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등 같은 상황이 계속 되풀이될 수 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관련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인데, 남은 음식물과 야생 멧돼지 등 주요 전파 요인뿐 아니라 사람과 차량으로 인한 전파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역시 전염병의 발생을 막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 원인을 신속하게 파악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면 침출수와 같은 2차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하고, 그 유출경로를 철저히 모니터링 하는 안전한 처리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전염병 사체 처리는 마지막까지 안전에 또 안전을 기해야 한다. 그로 인한 국가 재난수준의 사회경제적인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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