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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 정확한 파악과 조치가 필요해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11.29 18:03
  • 호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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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륙을 휩쓸고 북한을 초토화한 전염병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에도 발병했다. 발병하면 치사율이 100%인 동물전염병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와 방역당국은 방역강화 및 살처분, 멧돼지 사살을 시행하는 등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이 확산 저지를 위한 단순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말로만 듣던 공포, 현실로 나타나다

1920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는 감염되지 않지만,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는 고열과 피부 청색증, 림프절과 내장의 출혈을 일으켜 100% 죽게 만드는 질병이다. 치사율도 치사율이지만 경구, 경비 또는 육제품을 매개로 돼지에 전파되는 무서운 전염성과 현재까지도 마땅한 백신이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가 ASF로 시끄러운 이유다.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에 최초 감염사례가 확인된 이후 한 달 동안 경기도 파주, 연천, 김포에 이어 인천시의 강화군으로 퍼져나갔다. 10월 16일까지 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 농가는 총 14곳으로 늘어났고, 살처분된 돼지는 15만 마리를 넘어서는 등 피해는 계속해서 현재 진행 중이다.

이에 정부와 방역당국은 방역을 강화하고 멧돼지 포획에 나서고 있으며, ASF 발병지역 및 의심지역 4개 시도에서는 지역 내 모든 돼지(30여만 마리)를 선제 살처분하거나 수매해 도축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국내에 발병한 ASF의 발병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정부와 방역당국, 지자체 역시 ASF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대책만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ASF의 발병지역은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고, 농가들은 돼지 350만 마리의 목숨을 앗아간 ‘2010~2011년 구제역’ 사태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두려워하고 있다.

 

체코의 선례를 따른다?

아프리카 남부의 풍토병으로 존재하던 ASF는 2007년 최초 유럽의 죠지아 공화국으로 유입된 후 유럽과 아시아로 퍼지고 있다. 2014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을 휩쓴 ASF병은 최근 서유럽의 끝인 벨기에와 동북아시아의 끝인 우리나라까지 전파되고 있는 상황이다.

ASF는 발병과 동시에 심각한 피해를 입혀 왔다. 풍토병처럼 고착화돼 돼지를 키우지 못하는 나라도 존재한다. 그러나 딱 한 나라, 체코는 빠르게 ASF에서 벗어난 나라로 꼽힌다. 지난 4월 ASF 발병 2년만에 청정국을 선언한 체코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 역시 체코를 주목하고 있다.

체코가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철저한 차단 검역과 단계적인 멧돼지 개체 수 줄이기였다. 체코 정부는 ASF에 감염된 지역을 철저하게 격리해 감염된 시체를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발병지역을 중심으로 차단방벽을 설치하고 멧돼지의 이동을 차단한 상황에서 사냥을 통해 멧돼지의 개체 수를 줄여나갔다. 사냥된 멧돼지의 시체 역시 처리에 신중을 기했다.

ASF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 정부와 방역당국 역시 이동제한 등의 차단 방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멧돼지에게서 ASF가 검출됨에 따라 지난 10월 15일부터 민간인통제선을 중심으로 전문 엽사와 군부대를 동원해 멧돼지 사냥에 나서고 있다. 실탄을 활용해 사살하거나 포획틀로 생포하는 등 첫날 600여 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멧돼지 사냥이 체코의 철저한 이동차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냥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멧돼지의 경우 총소리에 놀라 도망가면 최대 50km까지 달아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대로 이동이 차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냥 및 포획에 실패할 경우 ASF가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역시 강원 철원에서 경기도 연천까지 방벽과 철책을 세운다는 방침이지만,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발병 확산을 막지 못할 것이며, 철책을 세우더라도 멧돼지가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SF의 첫 발병 당시 농가와 수의사의 대응은 완벽했다. 수의사는 정확하게 ASF를 진단했고, 농가는 즉시 의심신고를 시행했다. 문제는 이후 대응이었다. ASF의 유입경로를 아직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고, 확산방지를 위한 대책이 논의될 때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의 의견이 대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확한 발병원인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대응도 할 수 없다. 그 결과 확산방지는 실패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입고 있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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