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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이야기하다- 생태주의를 담은 영화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12.02 10:59
  • 호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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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의 주인공 미자와 슈퍼돼지 옥자의 스틸컷

모든 미디어는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복합예술이라 불리는 영화는 영상과 음악, 그리고 메시지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영감을 주고 경험을 선물한다. 실제 환경문제에 있어서도 수많은 영화 작품들이 자연을 이야기하고 있고, 대중들에게 생태주의에 대한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영화, 환경과 자연을 담는다

2019년도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19년 역시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흔들어 놓은 이슈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올 한해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이자, 2019년을 대표할 영화로 꼽힌다.

사회 고위층과 극빈층 가족이 얽히고 섥히며, 절대 깰 수도 넘을 수도 없는 선을 신랄하게 보여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우리나라 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고,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 해외로 수출돼 세계 각국에서 아직까지 상영되고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공감의 위력이다. 부조리한 사회구조에 전 세계인이 공감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그 공감은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영화가 가진 힘이다. 훌륭한 영화는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일부 사람들은 관객수에 따라 영화의 가치를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영화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강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가’이다.

이에 많은 영화 감독들이 현재 인간이 처해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인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해마다 환경과 생태계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관객들을 찾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오락영화에 비해 흥행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들은 관객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시골의 사계와 건강한 음식으로 생태주의를 이야기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계와 음식으로 생태주의를 논하다

그저 누군가에겐 흔한 먹방, 시골 감성을 이용한 힐링을 강조한 작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의 모리 준이치 감독이 제작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4~2015)’는 생각해봐야 할 메시지도 담고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생태주의 만화가 아가라시 다이스케의 원작 만화를 영화한 것으로 주인공인 이치코가 작은 농촌 마을에 혼자 살면서 직접 농사를 짓고 직접 요리를 해 먹는 것이 전부인 영화이다. 소소하게 이웃들이 드나드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이벤트도 없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자급자족하는 삶이 전부이다. 누군가에겐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총 2부작으로 리틀 포레스트 겨울과 봄(2014),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5)로 진행된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도 변한다. 수확하는 작물도, 주인공이 하는 요리도 천천히 변화한다.

차분한 음악과 함께 작은 변화로 큰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자칫 심심하고 지루할 수 있는 이 영화는 그것을 느낄 틈도 없이 끝이 난다. 이 영화의 러닝타임이 짧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자연이 주는 행복과 재미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샀고, 우리나라에서는 임순례 감독이 리메이크해 150만명의 관객을 모으고 호평을 받았다.

슬로푸드와 자연을 사랑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인생후르츠'

일본의 다큐멘터리 영화 ‘인생후르츠’ 역시 영화 ‘리틀 포레스트’와 함께 음식과 계절로 생태주의를 전하고 있다. 부부인 90세 ‘츠바타 슈이치’와 그의 아내 87세의 ‘츠바타 히데코’가 주인공인 이 다큐멘터리는 노부부가 함께 약 50여종의 과일과 70여 종의 채소가 자라는 텃밭을 가꾸고 자급자족하며, 느리지만 분주하게 살아가는 삶을 보여준다.

영화는 슬로푸드로 건강한 자연의 가치를 느끼고, 슬로라이프로 살아가는 그들이 자연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도시건축가이자 생태주의자인 츠바타 슈이치는 자연의 가치를 도시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산림훼손을 최소화하는 도시디자인을 꿈꾸던 그의 생각을 세상이 외면하자 그는 자신의 삶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자신의 집을 미니멀하고 자연친화적으로 꾸미고 텃밭을 가꿨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고조시의 아무도 신경쓰지 않던 야산을 스스로 가꾸고 보호했다. 그의 행동은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의 아내와 자녀가 그를 지지했고, 학생들이 참여했다. 그의 생태정신은 대만에도 전해져 한 신도시의 기획자로 참가해 도시를 건설했고, 일본의 ‘현대병 힐링센터’의 설계에도 자문을 맡기도 했다.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과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인생과 생태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인생후르츠’는 일본에서 1년 이상 장기 상영됐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만 5000여명의 관람객과 당시 다양성 영화 1위를 차지하며 호평을 받았다.

두 영화는 일본 영화라는 공통점 외에도 자연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대해야 하는지를 음식과 계절로 보여주는 생태 영화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자연과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두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환경문제를 영화에 자주 담아내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포스터

생태주의, 환경영화가 지루하다고 느낀다면

환경과 자연에 관심도를 높이고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영화들은 많다. 하지만 이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도 많다. 특히 생태주의를 담고 환경을 이야기하고 있는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흥행이다.

환경과 생태주의를 담은 영화가 흥행이 어려운 이유는 관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극적이고, 강렬한 콘텐츠가 즐비한 요즘 생태주의, 환경 영화가 대중들의 관심을 사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는 소재와 이야기, 영상미는 훌륭할 수 있지만 지루하다는 인식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관객들이 많다.

그러나 꼭 환경과 생태주의 영화가 지루하라는 법은 없다. 블록버스터급 영화 중에서도 환경과 생태주의를 담은 영화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올해를 전 세계를 뒤흔든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의 다수 작품에는 환경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다.

한강에 출몰한 괴물을 잡기 위해 가족들의 노력이 담긴 영화 ‘괴물’, 얼어붙은 지구에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 기차에서 벌어지는 인류 갈등을 담은 ‘설국 열차’에서도 모든 갈등의 원인으로 환경문제가 등장한다. 영화 ‘괴물’에서 괴물을 만들어내는 원인은 군부대에서 한강으로 무단 방류한 프롬알데히드 때문이었고, 영화 ‘설국열차’에서 거대한 크루즈 열차가 전 세계를 순환하기 시작한 이유 역시 지구온난화에 잘못된 대응으로 찾아온 빙하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영화 ‘기생충’ 바로 이전 작품인 영화 ‘옥자’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든 슈퍼돼지와 이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산골 소녀 ‘미자’의 이야기를 통해 공장형 사육과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 육식위주 식단이 대세로 떠오른 현대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환경을 이야기 하고 있는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뿐만이 아니다. 특히 외화에서는 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해 얼어붙기 시작한 지구의 이야기를 담은 ‘투모로우’, 기상이변으로 발생한 최대 풍속 300km의 슈퍼 토네이도 속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그린 ‘인투 더 스톰’, 2010년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최악의 해양재난 ‘석유 시추선 딥워터호라이즌호 폭발 사고’를 재연한 영화 ‘딥 워터 호라이즌’ 등은 영화가 제작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영화들에 있어 환경과 생태주의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배경일 뿐이다. 관객들은 영화 속의 배경이 되는 환경과 생태보다는 주인공과 주인공의 주변 사람들에 더 집중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해봤을 때 영화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관객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환경영화들이 관객에게 다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영화를 직접 찾아보는 방법도 좋지만 다채로운 영화제를 참여해보는 것도 환경영화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매년 5월 열리는 ‘서울 환경영화제’는 국내외 환경오염,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한 세계 각국의 환경영화를 주제로 상영회, 감독과의 만남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가장 뜨거운 환경이슈를 주제로 환경문제와 환경영화를 함께 보고, 느낄 수 있는 영화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외에도 창원환경영화제, 서천생태영화제,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등도 다채로운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영화제에 직접 참가해보거나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영화도 즐기고, 환경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영화는 개인에게는 사유의 기회이자 영감을 얻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미디어이다. 한 번쯤 환경문제와 생태주의를 담은 영화 한 편을 즐겨보는 것, 매우 바람직한 취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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