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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이념을 정치를 통해 전달하다
  • 조중혁 기자
  • 승인 2019.12.02 10:59
  • 호수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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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활동을 통해 친환경사회의 이룩을 보다 앞당길 수 있을까? 이념과 정치가 역사를 통해 발전하며, 정치를 주장하는 정당들도 많은 형태로 갈라져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주장하는 정당 중에는 생태주의 사회의 도래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도 있다.

 

생태주의 정책을 통해 통과되는 친환경 법안들

생태주의를 정책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이들 단체들은 현재의 자연보호 정책과 사회적인 합의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법적으로나 행정적인 절차를 지휘할 수 있는 정치적 위치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정치를 통해 환경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크게 나눠보면 다섯 가지 정도로 나뉘는데, 우선 ‘환경관리주의’, ‘지속가능개발’, ‘심층생태주의’, ‘생태사회주의’, ‘사회생태론 또는 에코아니키즘’으로 나뉠 수 있다. 우선 환경관리주의란 기존의 정치경제 체제 안에서 환경기술을 발전시키고 환경정책과 환경관리를 강화해 사람들의 행위를 변화시키면 환경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 경우, 환경문제를 경제성장의 부산물로서의 취급하고 환경기술 개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본다. 기존의 사회경제적제도 안에서도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충분한 관심만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환경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환경을 정치적으로 개선해나갈 때, 기존 정부의 규제나 유인책 등의 환경정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으로 인식한다. 현대산업소비문명 등에 대한 거시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보다는 기존의 체제 내에서 합리적 관리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두 번째는 ‘지속가능개발론’이다. 지난 1992년 리우 세계환경회의 이후 지속가능한 개발론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이 주장은 ‘심층생태주의’와 ‘경제성장주의’의 입장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 이 주장은 지구의 수용능력과 자정능력을 고려하는 범위 안에서 성장을 지속시키자는 입장이다. 지속가능개발이라는 것은 우리의 후손들이 어느 정도 개발로 인한 성장성을 막지 않는 선에서 현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개발을 뜻한다. 이런 정치적 입장은 환경과 개발의 조화를 지향하는 듯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지속적 성장을 강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 생태주의에 가까운 입장으로 넘어가서 ‘심층생태주의’를 꼽을 수 있다. 심층생태주의는 이념논쟁을 벗어나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을 지향하는 정치적 입장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지켜온 경제성장 제일주의와 과학기술만능주의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이 결코 다른 생물종을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파괴할 수 없다고 보면서 인간과 생태계의 공존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과학기술, 정치체계, 생산양식을 모색한다. 이 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기존의 환경관리주의와 지속가능한 개발론을 비판하고 있는데, 자연을 해치지 않는 적정기술체계, 권력의 분권화, 자급자족의 정도가 높은 공동체적 생산양식 그리고 공동체들 사이의 연결망을 강조한다.

자본주의의 발달이 환경위기를 부른다고 보는 ‘생태사회주의’ 환경위기의 피해가 국가와 사회계급간에 차별적으로 나타난다고 본다. 이들 생태사회주의는 노동과 자본 사이의 갈등과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을 동시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로 인식하는데, 생태학적 합리성은 자본주의적 시장 안의 경제적 합리성과 결코 양립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에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를 대신하고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경제와 공적 기업의 부활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생태론’은 유기체적 자연철학에 기초한 ‘친환경무정부주의’라고 할 수 있다. 국가와 더불어 일체의 서열적 관계를 거부하는 ‘생태윤리적 공동체사회’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생태사회주의와 구분되며 아나키즘의 전통에 선다. 생태윤리적 공동체는 개별 구성원들의 직접민주주의와 참여민주주의를 통해 이뤄지며 개인의 창조적 행위와 선택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공동체이다. 이들은 아무런 서열도 없는 생태중심적 공동체를 주장하면서도 자연의 진화를 촉진하는 인간의 창조적인 역할을 적극적으로 본다. 이들 사회생태론자들은 심층생태학에 나타나는 생물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사회생태론은 자연의 변증법적 전개과정 속에서 유일하게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이 나머지 자연 전체의 진화과정 전반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녹색당 로고

세계 녹생정당들의 연합체, 지구녹색당(Global Greens)

이렇게 복잡한 생태주의기반 정치론은 과연 어떻게 정치현장에서 쓰이고 있을까? 그 큰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세계의 생태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녹색당들의 연합인 지구녹색당을 볼 필요가 있다. 지구녹색당은 전 세계 녹색당들의 협회 조직이다. 2001년 캔버라 회의에서 창립됐으며, 그 회의에서 공동 헌장인 지구녹색당 헌장을 채택했다. 2차 회의는 2008년 상파울루에서 열렸다. 지구녹색당의 목표는 국제 네트워크로서 녹색정치가 전 세계적으로 실현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제일 큰 위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독일의 녹색당이다. 이들 독일 녹색당은 전 세계 녹색당 운동의 본류이자 녹색정치운동에서 가장 성공한 케이스다. 실제 집권경험까지 있는 독일녹색당은 경제활동 및 세제에 있어 친환경적인 정책변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의 사용, 동물의 기본권 보장 등을 통해 생태주의적 정책들을 내보내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 의제들을 던지며 의회 의석수와 지지율을 확대했고,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사회민주당과 연립정부의 한 축을 형성했다. 지금 다시 연방정부에서는 야당으로서, 일부 주정부와 시에서는 집권당으로서 활약하면서 이들이 이룬 성과와 한계는 많은 시사점을 준다.

초기 녹색당을 구성한 페트라 켈리의 표현에 따르면 녹색당은 초기 구상은 ‘반대정당으로서의 정당’이었다. 독일 유권자들은 기성정치질서에 대한 염증과 관료주의적 비민주주의적 행태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대안으로 녹색당을 선택했다. 녹색당은 창당 3년 만에 의회진출을 위한 5% 이상 득표 장벽을 돌파, 29인의 대표를 연방의회에 입성시킨다.

물론 이 생태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당이 오기 위해서는 쉬운 일은 없었다. 이들 녹색당은 연정을 통해 집권당의 한 축이 되기 위해 탈핵 시기를 2022년까지로 늦추면서 이들과 공조를 하던 반원전 운동단체들로부터 큰 비판에 직면해야 했지만, 그 같은 시기를 넘어 독일 녹색당은 새로운, 기존 정당들로부터는 기대할 수 없었던, 아니 상상할 수도 없었던 당내민주주의 문제와 환경정책들을 의제화하고 제도화 해냈다.

녹색당이 집권 중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에너지 전환’이었다. 그 결실이 재생에너지법의 제정이다. 태양에너지와 풍력, 바이오 가스 등 재생에너지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율이 급속히 상승하게 된 것은 이 재생에너지법 덕분이라는 점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환경세제를 도입, 휘발유와 전력, 가스의 세금을 점차적으로 인상하고, 이를 재원으로 복지기금으로 사용, 연금보험분담금을 인하시킨 것. 원전 추가 건설에 종지부를 찍고, 제한이 없던 발전소가동 수명에 기한을 정하며 독일의 탈핵결정을 끌어낸 것, 그리고 2003년 첫 슈타데 원전을 폐쇄한 것도 녹색당이 한 일이다. 기후보호를 위한 CO2 감축프로그램을 가동한 것, 자원의 재활용을 위해 플라스틱 그리고 알루미늄 캔에까지 보증금 제도를 시행한 것, 연방자연보호법을 개정, 각 주별로 10%의 면적을 생태축으로 확보하도록 의무화 하고 환경단체의 단체 소송권을 보장한 것, 동서독 경계지역을 그뤼네스 반트로 조성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한 것, 광우병 사태 이후 이른바 ‘농업전환’이란 구호아래 친환경농업을 지원하고, 친환경마크를 부여하고, 소비자권리를 강화하고, 유전자조작식품 표시제도를 도입한 것, 동물의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한 것, 개발사업계획 수립시 주민참여를 강화시킨 것 등 지금 들으면 다소 진부해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정계와 업계가 발칵 뒤집힐 만한, 다른 정당들은 결코 염두에 두고 있지 않던 정책들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지구녹색당에 가입해 있는 녹색당이 정당으로 있고, 정치적인 활동을 통해 각종 친환경정책을 하려 하지만, 현재까지는 독일 녹색당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친환경적인 입법활동을 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정당들도 현재 친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여야당을 가리지 않고 나서고 있고 이를 보여준 것이 올해 국정감사이다. 내년 4월은 총선과 더불어 새로운 21대 국회를 이룰 인물들이 탄생한다. 친환경적인 비전을 갖춘 인물들이 당선돼 친환경에 기반된 정치활동이 보다 활성화되길 기대해본다.

조중혁 기자  megnumfi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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