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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훌쩍 건널 강이라도 있다지만 / 양 성 우
  • 시인 양성우
  • 승인 2019.12.26 09:21
  • 호수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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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훌쩍 건널 강이라도 있다지만

양 성 우

 

그곳에는 훌쩍 건널 강이라도 있다지만

앞을 보나 뒤를 보나 이곳에는 아득한 모래밭,

강 한 줄기 없다네

사람이 사는 것이 그 어디라고 다를까마는,

가슴에 불이 나고 눈앞이 캄캄해지면

그곳에서는 물을 건너 밤도망이라도 친다지

이곳에서는 혹시나 남이 알까 혼자 숨어

망연자실만 하는 것을

마음만 먹으면 그곳에서는 몸을 굽혀 강을 건너고,

낮에는 바위틈에 숨고 밤에는 가시나무 수풀을

헤매면서라도

언젠가는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만다지만,

이곳에서는 제 손으로 두른 제 울타리를

제 발로도 뛰어넘지 못한다네

옛이나 지금이나 그곳에는 강을 훌쩍 건너면

어디론가 가는 길이 연달아 이어져 있다고 해도

이곳에서는 줄줄이 검고 흰 못 넘는 높은 산,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물결 거친 망망대해뿐이라네

 

양성우 시인은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고 전남대학교를 졸업했으며 1970년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는 『겨울공화국』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북치는 앉은뱅이』 『낙화』 『첫마음』 『길에서 시를 줍다』 『아침꽃잎』 『내 안에 시가 가득하다』 등이 있다.

시인 양성우  eco@ecofutu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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