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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을 가르는 접경지역 새들의 날갯짓은 멈추지 않았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19.12.26 10:10
  • 호수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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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경계가 닿아 있는 곳, 접경지역으로서 강원도는 분단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이다. 고성은 그 대표적인 곳이다. 지난 11월 28일과 29일 양일간 한스자이델재단과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은 1박 2일 일정으로 ‘한반도 환경복원과 지속가능성’ 세미나와 함께 통일전망대 등 접경지역 고성의 주요 명지를 둘러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접경지역 고성군은 군사분계선에 의해 북고성과 남고성으로 나뉜다.

남북을 잇고 평화를 가져다줄 메신저

첫날 열린 세미나의 주제는 자연은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국경을 너무도 쉽게 초월한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철새들이 비무장지대를 오가며 자유롭게 넘나들듯이, 갈라진 남북한이 이 자유로운 생태계를 함께 연구하고 도모하면서 화합의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데 있었다.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베른하르트 젤리거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서, DMZ 북쪽의 새들은 남쪽에서 먹이사냥을 하는데, 이와 같이 남북한은 새들의 서식지를 두고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서두를 뗐고, 이러한 논의가 남북한 교류의 좋은 출발점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해금강을 포함한 금강산, 설악산을 연결하는 자연보호에 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더 넓은 미래를 전망했다. 고성군의회 함형완 의장도 축사를 통해 남북교류뿐 아니라 고성군의 생태적 가치가 얼마인지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 번 회자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남북한 간 조류조사를 통해 이뤄지는 환경과 생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제가 있었다. 홍콩야생조류협회 야퉁유 매니저는 바닷새를 통한 국제협력과 조류를 통한 남북협력 사항들을 제안했고,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박사는 조류와 접경지역의 보전에 대해, 새와생명의 터 나일무어스 박사는 한반도의 조류 현황에 대해,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 장석근 의장은 새들의 서식처-동해안 석호에 대해 발제했으며, 끝으로 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의 최현아 박사의 동해해안 접경지역의 조류와 남북협력방향을 주제로 한 발표가 있었다.

강원도 DMZ박물관에서 진행된 이 세미나에서는 사전에 신청한 참가자들뿐 아니라 지역 고성 주민들도 여럿 참여해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의 생태적 자원과 생물다양성, 그로 인한 남북협력의 물꼬를 트는 것은 물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환경과 지역경제의 균형을 동시에 모색할 수 있는 시발점으로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평화에 대한 요구가 짙어지고 접경지역을 평화지역으로 새롭게 인식하며, 이제는 어떻게 평화모드를 이어갈 것인지, 어떻게 하면 더 앞당길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이 같은 논의는 수십 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남북교류가 긴장과 화해를 오가며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거듭하면서, 연속성을 갖기는 쉽지 않았다. 조류라는 구체적인, 남북을 잇는 상징적인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 역시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부터가 부딪혀야 하는 난관이었다. 홍콩야생조류협회 유야통 매니저는 “바닷새 보존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은 좋은 자료다. 조사결과를 공유해 중요지역으로 지정을 하면 국제적으로도 보호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박사는 “새들은 자유롭게 남북을 오갈 수 있다. 전 세계를 다닐 수 있다”면서, 접경지역 조류의 생태적 가치가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멸종위기 야생동물 최후의 보루로서 그 자체로 보전의 가치를 지니면서도 그들의 생태적 특성을 관찰하고 조사한 결과물들은 급변하고 있는 생태환경의 현실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이로써 그들의 보전대책을 강구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이념에 얽매지 않은 생태가치를 함께 공유하며 논의해가는 것으로서 남과 북의 평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은 긴장관계에 있는 접경지역을 이어주는 좋은 모멘텀임을 세계 역사는 많은 선례를 통해 보여 왔다. 우리 한반도 역시도 앞으로의 논의와 진전을 통해 그러한 논의의 결실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에 위치한 통일전망대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전망. 눈 덮인 금강산과 해금강이 선명히 보인다.

새들의 안식처, 접경지역의 하늘은 맑고 강은 푸르렀다

이튿날은 가벼운 마음으로 고성일대의 주요 관광지, 민통선 지역들을 둘러보며 남북의 철저한 대치 아래서 역설적이게도 본래의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접경지역을 탐방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첫 번째 코스는 고성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통일전망대다. 2층 전망대에서는 안내직원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실물과 함께 전면에 마련된 지도를 보면서 자세한 설명을 들려줬다. 송도섬을 경계로 한 남과 북의 한계선, 바다의 금강산이라고 부르는 해금강, 저 멀리 우리 산과 확연히 구별되게 흰 눈이 덮인 금강산까지 바로 앞에서 실견할 수 있다. 안내직원에 따르면, 이처럼 북측의 전망을 모두 시야에 담을 수 있는 것이 일 년 365일 중 100일 정도라고 하는데, 이날은 운이 좋아서 해금강까지 제대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금강산의 산세는 얼핏 보아도 경사가 급하고 험준한 것이 가닿기 힘든 압도적인 위용을 드러내는 듯했다. 올해부터는 국비지원을 통해 한계선 안쪽까지 걸을 수 있는 DMZ 둘레길을 운영하고 있어 더 가까이서 역사의 현장과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수려한 자연풍광을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석호, 화진포

통일전망대를 뒤로 하고 도착한 곳은 화진포다. 바닷물이 육지로 유입되면서 만들어진 호수, 화진포는 맑은 하늘과 공기, 뒤편의 금강산을 병풍 삼아 장관을 이뤘다. 아직 이곳 화진포를 방문해보지 않은 분들은 빠른 시일 내에 들러보기를 권하고 싶다. 잔잔하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물빛, 광활한 호수를 두르고 있는 울창한 송림이 이루는 풍경은 타고 있던 버스를 내리기 전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풍광이 워낙 빼어나 6.25 이전에는 김일성이 별장을 지었고, 전쟁 이후 북방한계선이 올라가면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별장을 지었다. 강원도 기념물 제10호로 지정돼 있을 정도인데, 화진포는 특히나 해당화 풍경이 아름다워 여름철 피서객이 많이 찾다든다고 한다.

1박 2일의 일정은 짧았지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접경지역이 주는 특이성, 때 묻지 않은 자연만으로도 보호할 가치가 차고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마냥 보존된 자연을 즐기기만 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우리들만의 유산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역사와 자연이 물려주는 유산은 그 모습 그대로 손대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래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은 그 풍요로움을 더해야 한다. 단절된 남북을, 인간이 정해놓은 구역을 우습다는 듯 유영하는 새들의 그 자유로움을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느낄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와 논의들이 생겨나길 바란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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