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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베네치아, 현실이 되고 있는 기후붕괴의 공포
  • 임호동 기자
  • 승인 2019.12.26 17:31
  • 호수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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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118개의 섬이 약 400여개의 다리로 연결된 도시로 아름다운 풍경과 뛰어난 건축물과 문화재를 보유해 ‘물의 도시’라고 불렸다. 이런 물의 도시가 최근 물난리로 울상이다. 52년만에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베네치아, 기후붕괴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다.

 

침수된 물의 도시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베네토주의 주도 베네치아는 아름다운 경치와 예술·문화·건축 등 뛰어난 유산이 많아 세계 최고의 관광지이자 수상도시로 유명하다. 특히 베네치아는 118개의 섬과 400여개의 다리, 발전한 운하로 인해 ‘물의 도시’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베네치아가 지난 11월 12일 침수됐다. 연일 계속되던 비 때문이다. 집중호우로 인해 만조수위가 187cm까지 치솟은 베네치아는 육지의 80% 이상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바다에 둘러싸여 있고 해마다 100cm 정도가 침수되는 탓에 비교적 침수피해에 대비가 잘 돼 있는 베네치아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수해에 물의 도시도 맥을 추지 못했다.

만조수위가 194cm를 기록하며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던 1966년 물난리 이후 53년 만에 벌어진 최악의 침수 피해였다. 물에 잠긴 도시는 마비됐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학교에 휴교령에 내려졌고, 식당을 비롯한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배수펌프를 작동시키려던 남자가 감전사 당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소형 증기선 ‘바포레토’를 비롯한 크고 작은 수상 이동선 60여척이 파손됐다. 침수된 도심은 쓰레기와 떠내려 온 가구들로 가득 차 관광지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혼란을 보였다.

문화유산의 피해는 더욱 심각했다. 베네치아를 대표하고 유럽의 응접실이라고 도 불리는 산마르코 광장은 1m 이상 물에 잠겼다. 9세기에 완공된 이후 1200년 동안 5차례 정도만 침수됐다는 산마르코 대성당 역시 바닷물이 들어차 최악의 침수피해를 입었다. 다리오 프란체스키니 문화부 장관은 “이번 홍수로 교회 50곳 이상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극심하다”면서 “복구 작업에 큰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치아 시 당국은 수해 피해가 10억 유로(1조 2865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으며, 이탈리아 정부는 수해를 입은 베네치아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2000만 유로(257억원)를 긴급 지원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도 잠시 베네치아의 거친 비바람은 지난 11월 15일에도 지속돼 만조수위가 154cm까지 올라가는 침수피해가 연이어 발생했다. 연이은 침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며 이탈리아 정부에 대한 비난을 쏟았다.

 

이번 수해로 침수돼 막심한 손실을 입은 산마르코 대강당

기후변화가 낳은 재앙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이자 인류 문화 유산의 보고라고 불리는 베네치아의 침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여론은 “이탈리아 정부가 2003년부터 베네치아의 상습적인 침수를 막고 피해를 줄이기 위해‘모세프로젝트’라는 대규모 인프라 구성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지만, 정부의 부정부패와 예산부족으로 지연되면서 피해가 커졌다”며 현 이탈리아 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모세프로젝트는 석호 3곳에 조수의 흐름을 막는 10층 높이의 가변 인공장벽을 세워 육지로 몰리는 조수를 차단하겠다는 계획을 말한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약 7조원이 들어갔지만 이번 베네치아 침수에 무용지물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의 부정부패와 무능함과 함께 이번 수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이번 수해의 주요 원인은 심각해진 기후변화”라고 꼬집으며 “이에 따른 베네치아의 피해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비 헤걸 에든버러대 교수 역시 이번 베네치아의 수해를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일어나는 데다 베니치아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어서피해가 가중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이탈리아는 심각한 기후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번 베네치아 침수 당시 베네치아를 포함한 남부지역에는 폭우가 쏟아지는 한편 북부지방에서는 폭설이 쏟아졌다. 지난해 여름에는 유럽 폭염에 체감온도가 50도까지 기록하는 폭염을 겪어야 했다. 지중해 기후로 늘 온화한 날씨를 자랑하던 이탈리아는 해마다 폭염이나 폭우·폭설, 기온저하 등의 이상기후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번 베네치아 침수 이후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의 침수를 막기 위해 ‘모세프로젝트’라 불리우는 방벽 설비를 최대한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그리고 지구반대편 이탈리아의 상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대비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기후붕괴를 막기 위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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