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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해, ‘빌딩풍'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02.14 09:49
  • 호수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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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빌딩 사이를 통과한 바람이 강해지는 현상 빌딩풍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고층 빌딩 사이를 지날 때만 유독 강한 바람이 불거나 조금 더 추운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 있을 것이다. 단순한 착각인 것처럼 넘겼던 이 현상이 최근 공해로 나타나고 있다. 고층 빌딩사이에서 부는 돌발 풍해(風害) 빌딩풍이 그 주인공이다.

 

해운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바람, 빌딩풍

우리나라의 최고 해수욕장으로 불리던 해운대는 최근 또 다른 볼거리들이 생겼다. 바로 마천루 같은 초고층 빌딩들이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는 전국에서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이 밀집한 지역이다. 지난해 12월 411m 높이로 완공돼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기록된 엘시티를 비롯해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28개 동이 해운대구에 건설돼 있다.

하늘 높이 솟은 고층 빌딩들은 부산의 새로운 볼거리이자 자랑거리로 자리잡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하고 있는 하나의 문제거리가 이러한 초고층빌딩을 토대로 한 부산의 꿈을 뒤흔들고 있다. 바로 고층 빌딩에서 불어 닥치는 풍해 ‘빌딩풍’ 때문이다.

도시협곡풍이라고도 불리는 빌딩풍은 말 그대로 고층빌딩 사이에 일어나는 바람이다. 도시에 줄지어 건설된 고층빌딩이 협곡처럼 작용해 빌딩숲 사이를 지나는 바람이 강해지는 현상이다. 유체가 흐를 때 단면적이 큰 곳에서는 흐름이 느리고 압력이 높지만 단면적이 작은 곳에서는 흐름이 빠르고 압력이 낮아진다는 베르누이의 원리가 작용되는 빌딩풍은 빌딩이 높고 골목이 좁을수록 더 거세진다. 현재 해운대구의 초고층빌딩들은 이러한 빌딩풍이 일어나기 딱 좋은 지형을 갖추고 있다.

실제 해운대구에서는 빌딩풍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태풍 ‘타파’가 부산을 지날 때 해운대의 마린시티에선 나무가 뽑히고, 태양광 전지판이 날아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런 피해는 초속 25m급의 바람에 해당하지만 기상청 해운대 관측지점의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8.9m에 불과했다. 태풍 바람이 마린시티의 빌딩숲을 지나면서 두 배가 넘게 강해진 것이다.

비슷한 시기 마린시티보다 111m가 높은 엘시티의 주변 상가들은 갑작스런 돌풍에 간판이 뜯기고 유리창이 파손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빌딩풍이 주변의 주민들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해 7월 해운대구는 전국 최초로 빌딩풍 관련 용역을 실시했다. 용역 결과 바람이 초고층 빌딩 사이를 지나면서 해운대구 마린시티의 풍속이 평균 28%증가하는 등 대부분의 고층빌딩에서 빌딩풍이 관측됐다. 크게는 두 배 가량 풍속이 증가하는 곳도 있어 우려를 샀다.

해운대구와 용역을 맡은 한국재정분석연구원은 이러한 빌딩풍을 ‘신종 재난’으로 규정하고 대책마련에 돌입했다.

 

빌딩풍,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빌딩풍이 부산 해운대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설날 연휴가 끝나던 지난 1월 27일 전국에는 강한 바람이 불었다. 이날 오후 제주와 전남, 경남 남해안과 부산, 대구와 경북 일부지역에 강풍특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이날 수도권에는 특이한 상황이 관측됐다. AWS(자동기상관측장비) 등에서 측정된 값을 보면 수도권의 바람은 최고 7㎧ 안팎으로 특보 발효지역에 비해 약한편이나 용산 12.7㎧, 구로11.4㎧ 등 순간 최대풍속이 10㎧를 넘는 돌풍같은 강한 바람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와 중구 명동, 강남, 홍대입구 등 번화가에서 관측된 이 돌풍은 고층빌딩 사이로 발생한 빌딩풍이었다.

즉 빌딩풍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바다를 인접한 도시나 산간지역이 아닌 내륙의 도시에서도 관찰되고 있는 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직 빌딩풍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현재 국내에는 고층 건물을 짓더라도 빌딩풍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규정한 법은 없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일정 높이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 빌딩풍 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으며, 독일·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계획을 구상할 때 협곡 현상을 모의 실험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해운대구에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면서 용역이 최초로 진행됐지만 구비 4300만원이 투입된 소규모 용역이었으며, 빌딩풍의 직접적인 피해에만 집중한 나머지 소음문제는 누락되는 등의 문제가 지적됐다.

우리나라의 기후특성상 내륙지역에 큰 바람이 불 일은 적다지만 수도권에서도 빌딩풍이 관측되고 있는 만큼 언제 어떻게 위험으로 닥칠지 모르는 빌딩풍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언제든 태풍에 가까운 초속 17m의 돌풍이 시민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와 지자체들이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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