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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재난, 땅을 뒤흔드는 지진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2.14 13:59
  • 호수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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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산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뜻하지 않은 재난들이 속출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러한 재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시시각각 우리를 위협하는 재난으로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 잦아진 지진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점점 잦아들고 있는 지진

지난 12월 말 경남 밀양에서 규모 3.5의 지진이 발생했다. 경남 밀양 동북동쪽 15km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의 깊이는 20km. 포항지진이 12km, 경주지진이 4km 깊이였던 데 비해 이번 밀양 지진은 발생 깊이가 깊어 피해사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진도 Ⅳ에 해당해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밤에는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렸다. 피해 신고는 없었지만 지진을 감지했다는 신고가 40여 건이 접수됐다.

이 지진은 지난해 한반도 육지에서 발생한 45건의 지진 중 3위(해역까지 포함하면 전체 88건 중 7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진동을 감지한 지역도 울산, 대구, 경남, 경북, 부산에 걸쳤으며, 국내 최고규모였던 포항과 경주에 이어진 지진 공포증에 많은 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본진 후 두 차례의 여진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크게 감지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번 지진은 피해 없이 넘겼지만 최근 들어 국내에 지진 발생이 잦아지고 있어 우려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발생횟수를 보면, 1978~1998년까지 매년 평균 19.2회가 발생한 반면, 1999~2018년까지는 매년 평균 70회가 발생했다. 물론 두 시기의 관측 정보는, 아날로그 관측과 디지털 관측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최근 몇 년간의 지진 발생 기록만 봐도 확연히 지진 발생 빈도가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3년 93회, 2014년 49회, 2015년 44회였던 지진 발생은 2016년 들어 252회, 2017년 223회, 2018년 115회로 급등했다.

 

지진안전국 아니다

사실 밀양 지진은 앞선 경주 지진과 포항지진에 비하면 미소지진이라 여길 정도다. 2016년 9월 경상북도 경주에서 역대 최고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했고 이듬해 2017년 11월에는 인근 도시인 경상북도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며 그 여파로 전국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기도 했다. 이 두 지진은 우리나라도 더는 지진안전국이 아님을 보여줬다.

이 두 지진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의 강진 발생가능성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이 크게 우려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미 서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지질학적으로 일명 ‘환태평양 불의 고리’라 불리는 지진대와 주요 단층대에서 벗어나 있을 뿐더러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거의 없어 지진에 있어서는 안전지대라고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경주와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국민들을 혼란과 두려움에 빠뜨렸다. 이 지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규모 6.0에 가까운 지진이 도심지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고 여러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땅이 흔들리고 건물이 내려앉는 지난 지진에 대한 경험은 결과적으로 지진에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했다.

한편 포항지진은 인공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경주지진의 경우 진앙 근처 무명단층의 활동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확인됐으나, 포항지진은 인근 지열발전소의 유체 주입에 따른 촉발지진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뿐 아니라 인간에 의해 유발되는 지진에 대해서도 환기시켜준 사례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  

지진 발생으로 인한 피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로 일어난 지진은 수많은 사상자와 경제적 피해를 내며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곤 했다. 2009년 발생한 중국 쓰촨성 대지진(규모 8.0)은 사망자 약 7만 명에 피해액약 142조 원이 발생했으며,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규모 9.0)은 사망자 약 2만 명에 피해액 약 175조 원을 냈다. 이보다 앞서 2004년 인도네시아에서는 규

모 9.1의 지진이 해저에서 발생해 인도양연안에 대형 쓰나미를 일으킴으로써 약 22만 명의 인명피해를 초래한 바 있다. 이러한 대표적인 지진 재해들이 우리의 바로 이웃나라들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의 경우 포항지진(부상자 92명, 이재민 1797명, 피해복구비 1445억 원)이 경주지진(부상자 23명, 이재민 111명, 피해복구비 145억 원)에 비해 규모가 더 작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원의 심도, 진앙의 수평적 위치, 현지의 지반조건 등의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가 훨씬 더 크게 발생했고, 그동안 국내에서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던 액상화 현상도 발생하면서 지진 피해의 예측 불가능한 특징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그리고 포항지진 시 다수의 건축물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그중에서도 필로티 구조물의 기둥부가 파손되며 노출된 콘크리트 안쪽의 상황은 부실설계, 부실시공을 그대로 보여줬으며, 내진설계기준이 있다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알려줬다.

 

2차적 피해 항상 염두에 둬야

지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이후에도 전기가스시설, 수도, 댐 등 공공시설 파괴로 사회 인프라가 마비되고, 화재, 홍수, 원전사고 등 2차적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호우, 지진의 진동 등으로 인해 지반의 결속력이 약해지면서 토층이 밀리는 땅밀림 현상은 넓은 범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산업단지 밀집지역에 강진이 발생하는 경우 산업시설물 자체에 대한 피해는 물론이고 관련 유해물질의 유출로 심각한 대기, 수질, 토양오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2008년 쓰촨성 대지진으로 인한 지핑푸 저수지의 오염,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의 대규모 방사능 유출 등이 예이다.

우리나라 경주 일대의 경우도 원자력발전소, 석유화학공단, 화학공장 등 고위험사업장이 다수 밀집돼 있다. 특히 이 지역의 경우 설립 20년 이상인 시설물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어 노후화 문제로 인해 강진 시 내진설계 미비에 따른 지진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폐기물 처리시설의 경우 지진 피해 시 복토층 균열, 가스 자원화시설 피손 등으로 가스 등 유해물질이 유출돼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상수도 시설의 경우에도 상수도관 절단, 이음부 누수, 정수장 시설물 파괴 등으로 환경오염과 용수공급 중단 등 광역적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상수도관의 약 30%가 노후관이어서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

 

국내 지진 발생 특성 연구와 예측기술 높여야

앞으로 한반도의 지진 발생 원인을 규명하고 지진발생 환경을 이해하는 것은 향후 발생 가능한 지진을 대비하는 데 중요하다. 경주 지진, 포항지진과 같은 주요 지진의 발생특성을 분석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어떤 형태의 지진이 발생하는지, 어떤 환경에서 발생하는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이해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한 예측과 대비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상청에서는 발생한 지진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지진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이해하고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진동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도록 미소지진 관측과 지구물리 연구를 통한 지구내부의 단층구조와 속도구조를 조사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정확한 지진정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관측자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관측 자료의 품질 관리와 관측기술 고도화를 위한 연구도 수행 중이다.

일련의 지진 피해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큰 규모 지진의 발생 가능성, 예측 불가능한 자연 지진 및 유발지진의 발생, 부실시공의 위험 등을 통해 지진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이 크게 변화했다. 그동안 큰 규모의 지진가능성이 적어서 사전 대비가 미흡했던 국내 국가지진대응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지진에 따른 환경피해는 복구되기 어렵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지진발생 후의 대응과 복구대책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예방적 대책의 중요함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정부의 더욱 면밀한 예측기술 연구와 대응체제를 통해 지진이 가져올 수 있는 수많은 피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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