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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미세먼지를 없애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2.14 14:07
  • 호수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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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계절이다. 연중 맑은 날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 됐지만 겨울에서 봄에 이르는 시기는 특히 취약해 정부에서도 미세먼지 관리에 열을 올리는 때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차적인 방안은 배출원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미세먼지를 사후적으로 걸러주는 녹지 확보에 대한 필요가 커지고 있다.

 

숲이 주는 효능

미세먼지로 인해 비롯되는 대기오염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고,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없다는 특성 때문에 모든 사람이 그로 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서서히 장기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어쩌면 의료진에 의해 확진을 받고 치료가 가능한 바이러스보다도 더 큰 위험을 내포하는지도 모르겠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 역시 다른 오염보다 광범위하다.

대기오염은 비염, 천식과 같은 대표적인 환경성질환 외에도 신체뿐 아니라 다양한 정신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호흡기 질환 유발, 낮은 출산률, 미숙아 출산, 인지능력 저해, 우울증, 삶의 질저해 등 호흡권을 침해받음으로 해서 겪어야 하는 불편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신체와 정서에 치명적인 수준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매일 먼지농도를 확인하며 살아가고, 쾨쾨한 먼지 냄새에서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그것이 국내 요인이든, 국외 요인이든 우리 일상을 시시때때로 침입하고 있고, 그에 대비해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가능하면 외출을 하지 않는 것 정도다.

그러나 이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도심 속의 숲, 녹지가 주목받고 있다. 숲은 심미적인 안정감, 건강의 치유, 온실가스 흡수, 그리고 일상을 좀먹는 미세먼지까지 잡아준다. 자연이 주는 효능은 참으로 다채롭다.

 

얼마나 흡수할까?

시민단체 생명의 숲에 의하면, 나무 한 그루가 흡수하는 미세먼지 양은 1년에 35.7g이다. 이는 방울토마토 2개만큼의 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30평 아파트에서 나쁨(81~150ug/m3) 단계의 미세먼지 농도를 좋음(30ug/m3 이하) 단계로 낮추려면 공기청정기를 2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이때 흡수되는 미세먼지의 양은 0.018g.2시간 동안 35.7g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수하기 위해선 1983대 정도의 공기청정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미세먼지는 한 그루의 나무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더 넓은 녹지가 있어야 한다.

녹지의 미세먼지 차단기능은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까? 녹지가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성질환들을 저감하는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녹지는 호흡기질환 감소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요인으로 다뤄지는데, 국립생태원 조사에 의하면, 뉴욕시의 4~5세 아동의 천식발병과 15세 미만의 천식 입원자료를 활용해 뉴욕시 도로녹지의 밀집도와의 영향을 실증한 결과, 도로녹지는 천식입원에 대해서는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으나 4~5세 아동의 천식 발병에는 유의미한 감소효과를 보였다. 호흡기 질환 외에도 리투아니아의 카우나스에 거주하는 45~72세의 성인을 대상으로 녹지와 심혈관 질환에 관한 설문조사 및 코호트 연구를 수행한다. 그 결과, 녹지와의 거리가 먼 곳에 거주할 수록 치명적 심혈관계질환과 비치명적 심혈관계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지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녹지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의 비율에 대해서는 부(-)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고 유의미하지는 않지만 정(+)의 관계를 보였다. 이는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요인 중 하나인 꽃가루를 근거로 제시할 수 있는데, 녹지로부터 나오는 꽃가루가 비염 발생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잡는 것일까?

수목은 잎과 가지를 통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데 수목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방식은 연구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하고 있지만 크게 차단, 침강, 흡착, 흡수 4가지 방식으로 정리될 수 있다. 차단은 수목으로 인해 대기와 함께 이동하던 입자의 이동을 막아 저감하는 방식으로 수관 폭이 크고, 수고가 높을수록, 복잡한 구조를 가질수록 작용하는 데 유리하다. 침강은 수목으로 인해 대기의 흐림이 약해져 중력에 의해 가라앉아 저감하는 방식으로 차단과 마찬가지로 수관 폭이 크고, 수고가 높을수록, 침염수와 같이 복잡한 구조를 가질수록 작용하는 데 유리하다. 흡착은 대기 중의 입자가 수목의 표면에 달라붙어 저감하는 방식으로 잎이나 수피의 단위 부피당 표면적이 넓고, 표면에 털이나 왁스층을 가진 수목이 작용하는 데 유리하다. 흡수는 입자가 기공 안으로 들어가서 저감하는 방식으로 기공이 열려 있는 시기에 작용한다.

국립생태원은 도시녹지의 미세먼지 조절기능 연구 보고서를 통해 미세먼지 수집 효율은 침엽수, 활엽수, 관목, 혼효림, 초지 순이었고, 초지는 효율은 떨어지지만 재비산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전한다. 또한 겨울에는 잎이 떨어지지 않는 상록수가 효과적이며, 잎이 완전히 자랐을 때에는 활엽수가 가장 효율적이라고 한다.

한편 수목이 미세먼지 농도 저감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결과의 연구와 더불어 도시의 고층건물, 도로 등 다양한 높이의 구조물이 존재하는 공간에서의 수목은 공기흐름 방해, 비산효과 등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높일 수 있는 부정적인 환경효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가로녹지가 있는 곳과 없는 곳의 높이별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비교한 결과, 가로수가 있는 곳의 농도가 대체로 높았으며, 겨울 일부 지역에서만 농도가 낮았다. 녹지 내부의 농도가 외부보다 높다는 연구도 있었으며, 도시의 식생은 바람을 막아 미세먼지의 제거를 방해하기도 했다. 수목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데 있어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으며, 녹지의 양이 많아 복잡할수록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좋아지는 반면, 바람의 흐름을 막아 주변의 농도를 높이기도 하는 것이다.

 

녹지와 주거환경의 균형적 검토 필요해

우리나라는 1995년 대기환경기준(PM10: 50㎍/m3)이 도입된 이래로 미세먼지 농도는 지속적으로 개선됐으나 선진국에 비해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은 수준이며, 고농도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들어 정부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정책시행이 적극적으로 도입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미세먼지의 요인원에 대해서는 국내유발 혹은 국외유발이냐는 많은 논쟁이 있는 가운데, 우선적으로 자체적인 해결이 가능한 국내 배출량 감소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도시는 산업과 교통,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는 장소로서 배출원과 인구가 집중돼 있는 반면 녹지는 매우 부족해 미세먼지에 취약한 지역이다. 실제 수도권의 경우 세계보건기구 권고면적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녹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시의 녹지를 추가적으로 확보하기에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어서 녹지의 미세먼지 조절 효율성을 제고해 기존 녹지의 관리와 개선, 신규 녹지 조성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인구밀집도가 높고 경제활동도 활발해 오염물질 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수도권 지역의 개발을 제한하고 녹지공간의 조성을 위해 법적으로 규정된 것이 개발제한구역, 일반적으로 그린벨트로 불리는 공간이다. 그린벨트가 재산권 침해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기환경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린벨트 제도의 존폐에 대한 견해는 상반된다. 주택공급이라는 공익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해도 이러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움직임이 점차 확대돼 오히려 수도권 녹지면적의 감소를 초래하고, 대기질 저하로 인한 주거환경의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녹지는 대기질 조절뿐 아니라 환경조절과 휴식처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줄 수 있으므로, 많은 면적을 확보할 수 있다면 쾌적한 도시환경조성에도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높은 지가와 개발이 완료된 도시에서 녹지 확보는 제한적인 상황임에 분명하다. 때문에 정부 대책에서 제시한 녹지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녹지의 미세먼지 조절 기능성 제고를 고려한 정책이 필요한 현실이다.

 

실증연구와 정책지원 함께 이뤄져야

미세먼지는 인체 침투력이 높아 유병률과 조기사망률을 증가시키고, 2010년 대비 2050년에는 초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인간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에서는 2022년까지 국내 배출량 30% 감축을 목표로 국내배출감축을 포함한 4개 분야 7개 부문에서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했고, 국내 배출감축 분야의 생활부문에서 도심 내 녹지를 활용한 미세먼지 저감과 조기분산을 제시하는 등 도시의 미세먼지 개선에 녹지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세먼지 관련 국내 연구는 주로 미세먼지 발생특성과 측정방법의 개선, 발생원의 관리 등 현황분석과 전략적 대응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뤘으며, 녹지와 미세먼지의 관계에 대한 국내 연구는 초기단계에 있다. 도시녹지의 조성과 관리 등에 직접 활용이 가능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미세먼지 농도가 다르며 녹지의 생태적 특성도 변하므로 이를 고려한 녹지의 미세먼지 조절 기능과 효과를 규명할 수 있는 실증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미세먼지를 없애는 해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배출원에 대한 직접적 제어방식은 아니지만 미세먼지를 흡수 또는 흡착하는 효과를 가지는 녹지는 생활환경에서 미세먼지 대응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앞선 연구 결과들에서 도시환경에서 녹지의 미세먼지 조절기능은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변수들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바와 같이, 녹지의 특성과 공간적 요인을 고려한 다각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다. 그로 인해 대기 중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만들고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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