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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우지 말아야 할 탄소, 석탄에 매달리면 기술경쟁에 뒤처진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2.14 15:41
  • 호수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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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정책들에 힘입어 탈탄소화를 이뤄왔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보조금 제도, 에너지 효율정책 등은 온실가스 감축에 많은 공을 세웠다. 이에 힘입어 유럽의 발전부문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이 상당히 늘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목표한 바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전망들이 쏟아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적으로는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아직까지도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며, 화석연료 발전원은 더 빠르게 퇴출돼야 하며 저탄소발전원의 비중은 더 빨리 늘어나야 한다.

 

세계 탈탄소화 움직임

세계 나라들의 탈석탄 동맹 가입이 늘고 있다. 작년 9월 가입을 선언한 독일 정부는 “석탄의 퇴출은 기후보호를 위한 중심축”이라며 석탄 퇴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독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독일정부는 2023년까지 540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탈석탄 동맹은 2017년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석탄화력발전소의 신속한 폐지와 녹색성장, 기후보호를 위해 캐나다와 영국의 주도로 결성됐다. 탈석탄 동맹에 가입한 영국은 2025년까지, 캐나다는 2030년까지, 프랑스는 2022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 정부는 가입하지 않았으나, 지자체 중 충청남도가 탈석탄 동맹에 가입, 아시아에서는 국가와 지자체를 통틀어서 최초의 사례다.

충남도는 보령화력 1,2호기 조기 폐쇄를 넘어서 완전한 노후 석탄화력발전 수명 연장 백지화와 탈석탄 에너지 전환에 힘쓰고 있다. 동아시아 지방정부 최초로 기후비상상황을 선포하기도 했다.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탈석탄동맹 가입을 선언하면서, “충남은 대한민국 석탄화력발전소 61기 중 30기가 위치해 있으며, 2015년 기준 대한민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25%,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13%를 배출하고 있다”라며, “충남은 대한민국 대기오염의 가장 큰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것”이라고 말해 탈석탄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지역 차원에서의 과감한 탈석탄정책 도입으로 에너지전환에 성공한 사례로는 미 캘리포니아가 선진모델로 이야기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최근 10여년에 걸쳐 과감한 탈석탄 정책을 추진했는데, 정책 도입 초기 16%였던 캘리포니아 소비전력의 석탄발전 비중은 2017년 4%대로 하락했으며, 향후 2025년까지 전원구성에서 완전 도태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원에서 석탄의 빈자리는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주요 성공요인은 풍부한 신재생에너지 잠재력,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 잘 짜이고 일관된 정책의 수립과 집행으로 꼽혔다. 에너지 소비 의존도가 비교적 낮은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도 에너지 전환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캘리포니아는 빠른 기간에 에너지 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미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에너지전환정책에도 불구 여전히 화석의존도 높아

세계 주요국과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전환정책으로 화석전원의 구성이 석탄에서 천연가스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으며, 청정에너지 전원이 지속적으로 확충돼 화석에너지 전원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낙관은 이르다.

세계 에너지시장 전망에 의하면, 2016년 에너지원별 발전비중은 화력발전 67.3%, 수력 16.6%, 원자력 10.4%, 재생에너지원 5.6% 등이었고, 비OECD국가의 화력발전 전원비중은 71.3%(OECD국 57.1%)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보였다.

더욱이 세계 석탄수요는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감소하다가 2018년에 0.7%로 증가했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높은 수요에 기인한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동남아시아는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석탄수요가 증가한 주요 지역 중 하나다. IEA는 2018년에 동남아시아 지역 중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석탄소비량이 급증한 점을 밝혔다. 두 국가 모두 석탄의존도가 높은 전력생산구조로, 발전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석탄소비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석탄발전량이 증가할수록 대기질은 악화된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의 대기질은 이미 전 세계에서 가장 유해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국가에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공중보건, 환경 등 각종 사회적 비용을 더욱 늘리는 결과밖에 되지 않는다. 또 석탄화력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지구온난화 피해를 가속화하며, 한국을 포함해 어느 나라도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다수 국가가 석탄발전의 단계적 퇴출을 통해 지구기온상승을 1.5도에서 2도로 제한하기 위한 파리협정을 체결한 것은 이 때문이다.

 

탈탄소화, 경제적 우위 정할 것

국제사회의 전원구성에서 화석에너지 의존도는 당분간은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이 추진하고 있는 발전부문 석탄의존도 감축정책은 전원 청정화 속도와 경제적 우위를 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단체인 카본트래커의 보고서 ‘저렴한 석탄, 위험한 착각’ 분석 결과에 의하면, 추가적인 기후정책이나 대기오염 정책이 실시되지 않더라고 2027년이면 한국에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기보다 새로운 태양광을 건립하는 것이 더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신규투자계획은 물론이고 기존의 석탄발전시설을 그대로 운영하는 방안의 경제적 타당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일부를 폐쇄하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2기의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탈석탄에 대한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청정에너지 믹스로 전환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탄화력은 여전히 한국의 주된 전원이며, 2017년 기준으로 한국 전체 발전량의 43%를 담당한다. 한국에서는 현재 5.4GW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 중이며 2.1GW가 추가로 건설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에 더해 여러 건의 석탄화력발전소 성능개선사업이 다양한 단계에서 추진 중이다. 한국이 경제부양과 에너지 자립을 높일 목적으로 추진 중인 저탄소 전략은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계속된 의존으로 인해 궤도를 이탈할 위험에 처해 있다. 그 예로서, 현재 한국의 태양광 발전비용은 전체 비교대상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육상풍력 발전비용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36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석탄화력 성능개선 계획은 재생에너지의 경쟁우위 확보를 앞당기고, 한국전력공사의 재무상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카본트래커의 보고서는 전한다. 기업 공시자료상의 공개데이터를 근거로 이러한 성능개선 계획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와 같은 투자를 통해 평균적으로 석탄화력발전의 장기한계비용이 18% 증가하고, 그로 인해 재생에너지의 상대적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성능개선사업이 시행될 경우 해당 석탄화력발전소들의 장기한계비용이 신규 태양광 건설비용보다 비싸지는 평균 시점은 2025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용성 높은 지속가능한 탈탄소화 정책 펼쳐야

1970년대의 산업혁명으로 대규모로 화석연료를 태우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유입됐다. 유엔 기후변화 회의에서 채택된 지구대기온도 상승 폭을 2도, 가능하면 1.5도 아래로 묶어두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발전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수적이다. 일찍부터 탈탄소화를 시도한 유럽에서도 2014년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의 37%가 발전 부문에서 발생했다. 이 비중은 전기자동차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더욱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기후변화정책의 핵심아젠다로 다뤄지는 발전부문 온실가스 감축은 제로탄소솔루션을 가진 혁신과 연구를 통한 공적인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저탄소기술은 단지 온실가스를 줄일 수는 있지만, 탄소중립미래를 위한 최선이 될 온실가스 배출을 없앨 수는 없다. 게다가 세계는 멀지 않은 시간 내에 사회를 제로탄소사회로 바꿔 놓아야만 한다. 파리협약의 한계 내에서 남아 있는 탄소예산은 제로배출까지 이끌 수 없는 기술에 의존하기에는 너무 작다. 탄소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탈탄소를 위한 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화석의존도가 40%가 넘는 우리나라는 당면한 현실을 쉽게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탈탄소화를 시도하고 저탄소 발전량의 비중을 성공적으로 늘리고 있는 선진국가 사례를 바탕으로 조금씩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탄소는 대기오염은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그로 인한 연쇄적인 피해를 낳는 대기의 오염원 중에 오염원이다. 값싼 화석연료에 의존하다가는 생존을 위협받고 미래세대로 이어질 기술경쟁에서 뒤처질 것이 뻔하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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