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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석탄발전 투자관행, 이제는 멈춰야 한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2.14 15:42
  • 호수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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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는 석탄화력발전의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탈석탄 시대를 알렸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투자하는 관행이 이어지는 모순된 행태가 유지되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에서는 속속 석탄 투자를 철회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공적금 융기관에서는 지속되는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행을 유지하고 있어 비난여론이 높다.

 

국내는 안 되고 외국은 괜찮다?

2017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전면 중단하겠다며, 한국의 탈석탄 시대를 선언했다.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기념행사에서는 국내에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더 이상 허가하지 않을 것이며,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배경은 역시 미세먼지 때문이다.

연간 미세먼지 배출량 중 발전으로 인한 배출량은 약 12%(4만 1475톤)이며, 그중 석탄발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93.3%이다. 이런 이유로 작년 4월 공식 출범한 대통령 직속 범국가기구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가 심한 12월에서 3월 사이 최소 9기부터 최대 27기까지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서 석탄발전소를 줄이려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반대로 한국은 해외에 석탄발전소를 수출하고 있다. 외국에 석탄발전소를 짓는 사업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KDB산업은행 등 한국 공적금융기관이 자금을 공급하거나 지급보증을 서는 형태로 투자하고 있다. 자연재해나 정치불안정 위험 등 사업위험도가 높은 해외사업의 특성상 금융기관의 투자는 사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석탄화력발전이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점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한 번에 수조원이 소요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건설자금 조달을 위해 국내 공적 금융기관들의 자금이 사용되고 기관별로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조원의 금융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이 세 공적금융기관은 지난 10여 년간 해외 석탄발전소 사업에 11조 6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투자 예정 사업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석탄발전투자 부분에서 세계 2위에 오른다. 지난 10년간 총 7개국의 석탄발전소 건설에 11조 원을 투자했는데, 수출입은행은 이중 53%에 달하는 6조 1788억 원을 지원했고, 무역보험공사(5조 1698억원), 산업은행(3356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석탄발전, 지역 주민들에게 괜찮을까?

석탄화력발전소는 단일 배출사업장을 기준으로 대기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시설이다. 환경부가 매년 발표하는 굴뚝 자동측정기기(TMS) 부착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측정결과를 보더라도, 상위 10위 사업장에 다수의 석탄화력발전소들이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석탄은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매우 높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순위 역시 발전에너지 업종의 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린피스가 작년 11월 발표한 연구보고서 ‘더블스탠다드, 살인적 이중기준’은 한국이 투자한 해외 석탄발전소가 배출한 대기오염물질이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여준다. 한국 공적 금융기관이 2013년 1월부터 2019년 8월 사이에 투자하거나 투자를 예정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의 10개 석탄발전소를 대상으로, 이 발전소들이 얼마나 많은 초미세먼지(PM2.5), 이산화황(SO2), 이산화질소(NO2)를 내뿜을지 모델링으로 예측했고, 또 해당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된 인구 중 얼마나 많은 조기사망자가 발생할지를 추산했다.

그 결과, 한국 공적 금융기관이 투자한 10기의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 탓에 해마다 최대 5000명이 조기 사망할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발전소가 평균 30년 가동한다고 가정하면, 조기 사망자는 최대 15만 1000명까지 늘어난다. 조기사망자 3분의 2는 초미세먼지로 인한 국소 빈혈성 심장질환과 뇌졸중 등 여러 질환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에서는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천명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석탄발전소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 정부 탓에 해외의 어느 지역에는 병을 얻고 조기 사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석탄발전소 수출을 중단하지 않으면 투자명분으로 조기 사망을 묵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 된다. 석탄발전소의 평균 수명은 30년이다. 한 번 지어진 석탄발전소는 지속적으로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다.

 

대체 왜 해외 석탄발전소를 짓는 것일까?

한국 정부와 공적 금융기관들은 해외 석탄발전소 건설 지원이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석탄발전소를 글로벌 진출의 성과라고 치켜세우는 이면에는 대기오염으로 매년 조기사망하는 수천명의 사람들과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살아가는 지역민들의 일상이 외면돼 있다. 게다가 대기오염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실 또한 간과돼 있다. 발전소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일으키고 오염물질은 전 세계를 떠돌며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준다.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은 토양, 바다, 대기 중에 퍼져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까지 예상치 못한 피해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더구나 한국이 투자하는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대다수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기준이 국내보다 훨씬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는 국내에서 운영된다면 불법으로 간주될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공적 금융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환경적으로도 또 윤리적으로도 옳지 않다.

한편 미국 에너지 자원분야 싱크탱크인 오일체인지인터네셔널(OCI)은 2018년 ‘세계를 오염시키는 한국의 석탄금융’ 보고서에서,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 지역에 한국의 금융지원으로 건설된 석탄발전소가 2020년부터 기후변화와 공공보건분야에서 매년 최대 27조원(약 25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중 초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는 15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향후 30년 이상 발전소가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누적될 피해 규모는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석탄발전이 비단 환경문제가 아니며, 현지 국가들과 한국에도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려준다. 대외적으로는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전 세계 국가들에 호소하면서도, 기후위기를 가속하고 개발도상국가들에 재무적, 환경적 위험을 떠넘기는 해외석탄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매우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정책이다. 이웃 나라에 대기오염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가 그 고통과 피해를 확산시키는 것은 더욱 안 될 일이다. 한국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더 신속한 중단 결정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탈석탄 기조를 지켜 전 세계적인 대기오염 저감에 앞장서야 하는 입장이어야 한다.

 

해외는 석탄화력에 대한 투자 규제 활발

국내의 사정과 달리, 해외에서는 공적 금융기관들의 자금이 석탄화력 관련 기업에 투자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14일, 세계 최대의 공적 투자은행인 유럽투자은행이 2021년까지 모든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유럽투자은행은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 사업에 해마다 20억 유로를 투자해왔지만, 이를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효율과 재생에너지 사업투자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유럽투자은행이 석탄과 석유는 물론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인식된 가스 관련 사업에 대해서도 투자 중단 방침을 세운 것은,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하고 사회책임을 강화한 투자원칙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결정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금융정책의 중대한 진전이라고 환영하며, 한국정부와 공적금융기관도 석탄발전 투자 중단을 선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의 석탄화력에 대한 투자금지와 투자철회 움직임은 연기금 등의 공적 금융기관에 그치지 않고, 독일계 보험회사인 알리안츠, 프랑스계 보험회사인 AXA를 비롯한 수백여 개의 민간 금융회사들의 석탄 관련 사업과 석탄기업에 대한 투자철회 선언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적 금융기관의 석탄 금융지원 중단을 하루 빨리 선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 공적 금융기관의 석탄화력에 대한 금융 제공을 제한·금지하는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는 매출의 일정 부분 이상을 석탄화력으로 얻는 기업이나 석탄수입 석탄채굴회사에 대해 공적 금융기관들이 투자나 대출 등을 할 수 없도록 관련 법령과 각 기금운용규정을 개정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

한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해외 석탄발전소에 많이 투자하는 국가다. 석화력발전은 큰 환경문제를 발생시켜 사회적 윤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석탄화력발전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들이 신설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막대한 공적 기금들을 투입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러우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경쟁력이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엔 짓기 싫은 시설을 다른 나라에 건설하는 건 매우 위선적인 행동이다. 한국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공적 금융기관의 투자에 있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그간의 관행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하루 빨리 취해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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