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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경시 vs. 주민들의 생존권, 산천어 축제 논란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03.10 16:28
  • 호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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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따뜻한 기온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겹치면서 겨울축제가 취소되면서 지자체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매년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겨울대표 축제로 자리잡은 화천군의 ‘산천어 축제’는 기대 이하로 막을 내렸는데, 이 과정에서 꽤나 거친 잡음이 들려왔다.

 

엎친 데 덮친 산천어 축제?

매년 1월 강원도 화천군에서 열리는 ‘화천 산천어 축제’는 중국 하얼빈 빙등제, 일본 삿포로 눈 축제, 캐나다 윈터 카니발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로 꼽히는 겨울축제이다. 그러나 올해 겨울 이상 고온과 폭우로 인해 축제장에 얼음이 얼지 않으면서 두 차례나 연기되는 난관에 봉착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월 27일 개막했으나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발병하면서 흥행에 차질을 입었다.

지난해의 경우 23일의 축제 기간 동안 184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등 매년 관광객 수를 경신해오던 화천 산천어 축제는 올해 약 42만명의 관광객에 그친 채 2월 16일 폐막했다. 이상기온 속에서 축제 흥행을 위해 지자체와 주민들은 아이디어를 모으고 협력했으나 관광객은 4분에 1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월 6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환경부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산천어 축제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인간 중심의 향연으로, 저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생명체 죽이면서 전개하는 축제에 대해 환경부가 어떻게 판단할지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 장관의 발언에 지역사회는 크게 반발했다. 화천군의 상황과 지역경제를 고려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특히 산천어축제 홍보대사를 지낸 소설가 이외수 작가는 SNS를 통해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발언은 무책임하며, 각종 흉기로 난도질당한 화천군민 알몸에 환경부 장관이 친히 왕소금을 뿌리는 발언”이라며 비난했다. 이 작가는 “화천군은 재정자립도가 가장 낮은 지자체 중 하나로 산천어축제를 통해 약 130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화천의 강물이 1급수이기 때문에 가능한 축제이며, 완벽하지 않지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축제로 환경을 파괴하는 축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강원도의 국회의원들을 비롯해 강원도의회, 화천군, 강원도 시군번영회 연합회 등도 반발하며 조 장관의 규탄성명을 발표했으며, 일부 지역사회단체는 조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상경집회를 예고하기도 했다. 이는 정치권으로도 이어져 여당 측에서도 조 장관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꾸준히 제기됐던 문제, 그리고 사과

사실 ‘화천 산천어 축제’의 생명경시 문제는 꾸준히 지적받아온 아킬레스건이었다. 실제 축제를 위해 공급되는 산천어들은 축제가 열리기 전 대량 수송되는데 이 과정에서 급격한 산소 고갈로 저산소증에 걸리거나, 좁은 곳에서 서로 부딪히며 찰과상을 입어 병에 걸리거나 죽기도 한다. 축제 중에서도 맨손 낚시, 먹거리 체험 등으로 생명 경시와 도살 문제를 두고 동물단체와 갈등을 빚어왔다.

실제 지난 1월 9일 11개 동물권 단체들로 구성된 ‘산천어살리기운동본부’는 최문순 화천군수를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조명래 장관의 발언은 이러한 논란에서 시작된 발언이었다. 조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환경부의 공식입장이 아닌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전했지만, 역대 환경부 장관 중 최초의 발언에 후폭풍은 거셌다.

결국 조명래 장관은 화천군과 강원도민에게 사과를 전했다. 강원도는 지난 2월 19일 조명래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58분쯤 최문순 강원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화천 주민들에게 많은 상처를 입힌 것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사과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화천 등 지역경제를 깊이 있게 살피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강원도의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것으로 알아 앞으로 지역 농·특산물 소비 운동에 환경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지사는 “화천 등 접경지역은 기후변화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경기가 침체한 때 폄훼 발언은 적절치 않았다”며 “장관 뜻을 화천 등 지역사회에 잘 전달하겠으며, 앞으로 관계복원에 노력해달라”고 답했다.

조 장관의 사과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지역 언론은 전화 사과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발하기도 했지만 조 장관의 발언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곱씹을 거리들이 꽤 많다.

조 장관의 발언은 새로운 발언은 아니다. ‘산천어 축제’에 대한 생명 경시 논란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다만 조 장관의 지위, 우여곡절 속에서도 숱한 노고로 개최한 올해 행사지만 결국 미비한 성과에 실망한 민심이 더해져 논란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산천어 축제가 지역 경제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조 장관의 지적처럼 매년 지적되는 문제를 꼬리표처럼 달고 갈 수는 없다. 더 나은 글로벌 축제를 위해서는 산천어 축제의 문제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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