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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육지를 잇는 숲, 맹그로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3.10 17:50
  • 호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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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이 신비로울 정도로 체계적이고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것이 없듯이, 지구생태계 역시 원시상태에서의 모든 것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우리는 그것이 훼손됐을 때에야 비로소 그 기능을 알아보고 다시 돌이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곤 한다. 맹그로브는 현재 지구에서 가장 위협받고 있는 생태계 중 하나다. 육지와 해양의 경계지대에서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지니는 까닭에 그 가치에 대해서 주목받고 있지만 그 보호노력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열대 숲생태계

열대 숲의 한 종류인 맹그로브는 육지와 해양 간 경계지대에 위치해 매우 독특한 생태적 특성을 지닌다. 주로 연안과 하구를 따라 분포하며 염분에 강한 종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간다. 현재 123개국에서 맹그로브가 발견되고 있으며 75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나 멸종위기에 처한 많은 종의 서식지로서 풍부한 생물다양성은 물론 높은 생산성을 지닌다. 이로써 최저생활 소비자뿐 아니라 지역과 국가의 어업경제에 해산물을 제공하는 중요한 자원공급원이며, 연안 지역사회에 땔감과 목재와 같은 임산물을 제공해 수천 인구의 생계를 지원한다. 또한 맹그로브의 독특한 뿌리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파력을 감소시키고, 침식을 완화하며, 파괴적인 힘을 지닌 열대폭풍우로부터 연안 지역사회를 보호한다. 이 맹그로브가 전 세계 열대우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로 적은 편이지만, 매우 높은 생태적 가치를 지니면서 연안 지역사회의 생계, 웰빙과 안보 유지에 필수적인 여러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와 같은 직접적인 이익 외에도 맹그로브는 전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평균적으로 맹그로브 내 바이오매스와 맹그로브의 근간을 이루는 토양은 헥타르 당 1000톤에 달하는 탄소를 저장한다. 맹그로브는 육상의 삼림보다 크기가 작지만 탄소격리속도가 훨씬 빠르다. 연구에 따르면 맹그로브와 연안습지는 성숙한 열대림에 비해 10배 빠른 속도로 탄소를 격리한다. 열대우림에 비해 동등한 면적당 3~5배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으며, 수백만 년 동안 이런 과정을 유지할 수 있다. 열대우림은 지상의 식물에 탄소를 저장하는 반면, 연안생태계에 의해 흡수된 대부분의 탄소는 지표 아래에 저장된 상태로 존재하고 이곳에서 발견되는 탄소의 연령은 수천 년에까지 이르러, 맹그로브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탄소를 보유한 생태계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위협받고 있는 생태계

수많은 맹그로브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맹그로브는 현재 지구에서 가장 위협받고 있는 생태계 중 하나다. 맹그로브는 평균 산림 손실 속도보다 3~5배 더 빠르게 파괴되고 있으며, 현재는 원래의 맹그로브 숲의 4분의 1 이상이 사라진 상황이다.

맹그로브 손실을 이끈 주원인으로는 양식업과 농업 목적으로의 전환, 해안 개발, 자원의 남용과 오염 등을 들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5만km2의 면적을 갖지만 해안 개발과 토지 변경으로 지난 25년간 20%가 감소했다. 이렇게 맹그로브가 점차 사라지고 손상됨에 따라 중요한 생태계 재화와 서비스 또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거나 손실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속도로 맹그로브가 계속 사라진다면, 그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 내 연안 지역의 지역사회 생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중에서도 생계를 맹그로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인구는 심각한 수준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 

 

맹그로브의 미래, 절망적이지만은 않다

생물다양성과 인간의 웰빙에 맹그로브 생태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이 널리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맹그로브 생태계를 보전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관리하며, 손상된 부분을 재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열대우림의 파괴가 지구온난화와 생태적 혜택의 감소와 관련된 문제가 되는 것처럼, 맹그로브 숲의 파괴도 동일한 맥락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맹그로브가 장기적으로 가져올 이익이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보다 크다는 것을 인식한 많은 국가에서 관련 정책을 마련함으로써 맹그로브 관리와 보존을 위한 노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례로 2004년의 수마트라 대지진 이후 맹그로브 숲에 의한 해일 피해의 경감효과가 알려지게 되자, 수마트라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받은 동남아시아의 나라들에서 맹그로브 숲 재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맹그로브는 극한기상 현상과 재난 발생 시 지역사회가 자산 손실을 막고 취약성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자연적 방어 수단으로서, 기존의 재난방어수단만을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방파제나 조기경보시스템 등과 같은 위험저감조치와 함께 맹그로브를 활용하는 것이 좀더 비용 효율적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이 해수면 상승이나 육지침식과 같이 공학적인 수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적응하는 데 맹그로브는 도움을 줄 수 있다. 

홍해 사막 연안에서는 맹그로브 숲을 형성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사구에서는 맹그로브 숲의 식물을 생육시키기 힘들지만 건목 등을 사용해 울타리를 쳐 수류가 만들어지게 하면 생육이 시작되고, 군락이 조금 형성되면 그것이 방파제가 돼 조금씩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맹그로브의 가치, 제대로 평가받고 더 많이 알려져야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맹그로브의 중요성은 지금까지 과소평가돼온 것이 사실이며 그 노력 또한 충분하지 못했다. 연안지역 개발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맹그로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며, 이에 따라 맹그로브는 전 세계 산림벌채 속도보다도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앞으로 100년 이내에 인간은 맹그로브로부터 생태계 서비스를 더는 얻지 못해 생계 빈곤문제가 불거지고, 경제성장이 저해되며, 인류 안보가 위태로워지고, 연안지역 사회의 삶의 질이 낮아지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맹그로브가 인간에게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를 충분히 이해하고 정량화해, 맹그로브의 추가 손실을 막아야 하며, 맹그로브가 파괴되고 있는 형세를 바꿔야 한다. 현재 대규모 맹그로브 숲의 반경 10km 내에 거주하고 있는 전 세계 인구는 약 1억 명에 달하며, 이들은 맹그로브가 제공하는 어업, 임산물, 깨끗한 물과 극한기상 현상과 침식으로부터의 보호와 같은 혜택을 받고 있다. 이러한 맹그로브의 생태계 서비스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헥타르 당 연간 3만 3000~5만 7000달러로 추산된다.

건강한 맹그로브가 주는 이익은 대개 인근 지역사회에 대한 것이지만, 맹그로브가 사라지면 연안지역 인구와 국가경제뿐 아니라 전 세계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맹그로브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사안으로서 맹그로브의 보전과 복원이 다뤄져야 한다. 맹그로브 생태계의 건강과 생산성은 빈곤문제,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 등 전 지구적인 지속가능한 방식으로서 연결된다. 세계는 맹그로브 보존과 관리 개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기존의 보호조치를 강화해 인간활동에 의한 맹그로브의 파괴를 막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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