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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저탄소 발전전략 검토안, 배출제로 의지 의문목표는 탄소중립이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 40~75% 제시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3.10 17:51
  • 호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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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5일, 정부는 2019년 한 해 운영했던 2050 저탄소 사회비전 포럼의 검토안을 공개했다. 연말까지 세계 각국이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검토안이다. 과학계는 기후위기의 티핑 포인트인 지구온난화 1.5도 방지를 위해 전 세계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50년까지 0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번 검토안은 국가 차원의 탄소중립 목표를 처음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2050년 달성목표를 배출제로로 설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73개국 온실가스 순배출제로 선언, 한국은 의지 불분명

우리 사회 각 부문에서 어떻게 얼마나 온실가스를 감축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담아낸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은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할 장기 실천 로드맵이자 실천의지를 국내외에 표명하는 것으로서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그렇지만 공개된 정부 검토안은 실망스럽다는 견해가 많다. 검토안은 국가비전으로 탄소중립을 제시했지만 구체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고안에 담긴 2050년 배출목표로 제시한 5가지 안에는 탄소중립의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서다. 205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로 2017년 대비 40~75% 감축하는 5개 복수안이 제시됐는데, 현재의 기후위기의 시급성에 비춰볼 때 매우 미흡한 목표 제시에 그쳤다는 평가다.

더군다나 1-5안 모두 2050년까지 석탄발전과 내연기관차를 유지하고 있고, 탄소중립을 위한 감축수단 중 하나로 원자력 발전을 언급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가장 야심찬 감축 추진안인 1안에서조차 2050년에 석탄발전 비중을 4%로 남겨뒀는데, 이는 현재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가 그때까지 가동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건설 중단 등을 고려하지 않은 안을 가장 야심찬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는 2050년 사회상을 구상하는 데 있어서, 원전은 위협적 변수로서 이를 배제한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자체가 모호하고 위험하다는 평가다. 탄소중립은 화석연료의 사용을 지속하면서, 탄소포집 기술과 같은 기술을 통해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과 이를 위한 화석연료의 채굴과 사용의 금지가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나, 이를 명확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검증되지 못한 기술중심적 해결책에 기대어 화석연료 사용을 연장하려는 접근은 옳지 못하다”면서, “탄소중립이 아닌 화석연료 사용의 중단을 통한 배출제로가 2050년의 비전이자 목표가 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검토안은 산업부문의 감축 과제 대부분이 기업의 자발적 의지나 혁신기술 도입에 의존해 상대적으로 탄소세 도입이나 환경비용을 부과하는 등의 강력한 정책적 동인을 형성하는 데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기술 수단의 변화만을 중심적으로 고려하며 온실가스 배출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경제적 구조적 변화에 대한 논의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73개국이 온실가스 순배출제로 달성을 선언했고 입법화를 적극 추진하는 추세와 비교하면 한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더욱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2050년 탄소중립, 재생에너지로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탄소중립를 구체화하는 것은 에너지전환의 지향과 재생에너지 100% 목표를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포럼은 “재생에너지 100%는 전력뿐 아니라 산업·수송·건물 부문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남은 전기는 수소 및 다양한 연료와 화학물질로 전환할 수 있고, 이는 철강과 석유화학 등의 산업부문과, 수송과 열 공급에서 탈탄소화에 적극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8년 신재생에너지 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재생에너지의 기술적 잠재력은 8756GW(설비용량 기준)로 현재 우리나라의 설비용량 130GW의 약 67배에 달할 만큼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 동시에 태양광과 배터리 산업기술은 이미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 탄탄한 기계관련 기술과 조선산업은 풍력산업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또한 재생에너지 100%에 필수적인 전력계통망 안정화에 기반이 되는 ICT 기술 또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은 “우리의 자원과 기술, 인프라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탄소중립을 한국이 이끌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충분한 근거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U,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전 세계 65개국 이상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핵심수단으로 에너지전환을 밝히며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EU는 폰 데어 라이엔 집행위원장이 2050 탄소중립 선언과 실행계획을 마련, 영국,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등의 2050 탄소중립 입법화에 이어 많은 국가들이 입법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대규모 재정집행을 준비 중이다. 기후위기 극복과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EU는 탄소 국경세까지 논의하는 중이다.

2050 장기저탄소전략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지금보다 더 과감하고 명확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탄소중립 국가경제 구현이 단순한 비전으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제화까지 나아가야 한다. 1.5도 제한을 위한 배출제로의 방향은 타협할 수 없는 규범적인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국민들의 안전과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고, 지구 생명들의 미래가 달려 있는 사안인 만큼 더는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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