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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경제발전모델로 부상하는 유럽 그린딜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3.10 17:51
  • 호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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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국가가 함께 현실을 타개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기후문제에 있어서 유럽연합은 확실히 선진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앞선 행보를 하고 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자원과 기술력, 그리고 그것을 뚜렷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추진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이 새로운 경제발전모델로서 그린딜을 제시했다. 무엇을 담고 있을까?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 목표 제시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최초의 기후중립대륙이 되겠다는 비전과 함께,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유럽 그린딜을 제안했다.

2019년 12월 폴란드를 제외한 유럽정상회의에서 유럽집행위가 제시한 유럽 그린딜에 합의,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이른바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것이다. 2020년 1월 유럽의회도 이를 지지해 2021년 시행을 목표로 해 관련 입법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경제활동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만큼 신재생에너지 발전, 조림, 탄소배출권 구입 등의 탄소감축활동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상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해 원자력 사용을 허용할지 여부는 회원국의 자유에 맡겨졌지만 논의과정에서 찬반의견이 나뉘었으며, 석탄의존도가 높은 폴란드는 자국의 탄소중립목표를 2070년으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린딜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에너지 부문 탈탄소화, 에너지효율성 제고를 위한 건물보수, 지속가능한 산업 확대, 생물다양성 유지, 지속가능한 식량체계 구축, 오염감축 방안 등을 통해서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유럽집행위는 탄소 누출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선택된 분야에 대해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유럽 역외 상품의 탄소발자국이 유럽보다 크다면 이 차이만큼 탄소국경세를 과세함으로써 탄소 누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이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관련 입법을 강화하고 있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질 경우 대응 비용부담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탄소중립경제로의 전환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선도국가로 국제경쟁력까지 확보하려는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연구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지구 평균 온도가 3도 증가하면 연간 1900억 유로의 손실이 예상된다. 폭우·폭설·가뭄·지진 등의 기상이변은 2050년에 20% 식량가격 상승을 가져올 수 있고 폭염관련 사망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은 연간 400억 유로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온도 4.3도 상승 시에는 16%의 생물종이 멸종위기를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며, 5도 상승 시 유럽 내 연간 6만 6000개의 추가적인 망명 신청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유럽집행위는 회원국들이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1000억 유로 규모의 공정한 전환기금 조성 논의를 하고 있으며, 유럽투자은행 등으로부터 1조 유로 규모의 지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한 바 있다.

유럽연합은 지구 온실가스 배출의 80%를 차지하는 G20국가들의 책임을 촉구하고 있으며, 남미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아프리카 외교에 있어 기후 및 환경이슈를 외교의 중심에 둘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린딜 동향 주시, 대응방안 마련 필요

유럽의 그린딜 계획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재원조달, 재정정책 제약 완화, 회원국 간 이해상충 해소 등의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회원국 간 이해상충과 재정지출 제약을 극복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석탄과 원전 의존도에 따라 국가별 지지도가 상이해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대유럽 수출리스크 확대, 탄소세 부과를 둘러싼 통상마찰이 심화될 소지도 있다. 미 대선에서 기후대응에 소극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탄소국경세를 둘러싼 미-EU 통상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 그린딜 정책으로 고용구조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며 특히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노동환경에 적응해나갈 수 있도록 일자리 교육을 제공하는 등 사회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그린딜을 단기간 내 유럽경제의 상승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업기회 출현에 따른 경제심리호전은 경기하강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유럽 그린딜이 2050년까지 약 7조 유로의 투자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유럽에 진출하거나 무역을 하는 우리나라 기업은 향후 본격화될 규제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럽 그린딜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로 국내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등의 대유럽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며, 따라서 저탄소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대응이 긴요하다.

 

탄소중립 목표, 지자체나 기업에서도 본격화

그린딜에 대한 전략은 유럽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그린뉴딜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산업 같은 환경산업에 대한 대규모 공공투자로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제시했다. 2019년 2월 7일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에드마키 상원의원이 그린뉴딜 결의안을 공동발표했다. 그린뉴딜 결의안은 10년 내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개선, 신재생에너지 100% 전력 생산 등 14개 부문의 국가적 목표와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아직 본격적인 논의에 탄력을 받지는 못하고 있으나,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는 녹색경기부양이자 장기적으로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탄소중립 목표의 논의는 국가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지자체나 기업차원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코펜하겐은 2025년 최초의 탄소중립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며, 중국 광둥성, 홍콩 마카오도 2050년 탄소중립목표 달성을 위해 녹색금융연합을 결성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서도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주요 다국적 회사들에게 2050년까지의 순제로 목표를 설정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사는 2050년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목표에서 더 나아가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과거부터 배출했던 모든 배출량을 상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 하에서 2009년, 202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 대비 30% 감축이라는 자발적인 목표를 제시해, 기후변화협상과 외교에 있어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역할의 리더십을 발휘한 바 있다. 그러나 2030년 감축목표 제시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현재 2020년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50년 감축목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유럽연합과 같이 전반적인 경제분야를 포괄하는 정책목표의 수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그린딜에 많은 국가가 합류하게 되고 우리가 그에 대비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을 수 있다. 유럽의 주도에도 불구하고 세계가 기후위기 대처에 실패할 경우에는 경제위기와 더불어 기후위기에 몰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를 동시에 맞닥뜨릴 수 있기에 우리는 그린딜에 더욱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 우리 실정에 맞는 에너지전환을 통해 기후위기와 산업위기를 동시에 타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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