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3.31 화 08:04
FUTURE ECO
상단여백
HOME 월간퓨쳐에코 특집/기획 기획/이슈/진단
기후위기 시대 집중되는 지하수 사용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3.11 09:42
  • 호수 126
URL복사

비나 눈이 땅속 토사나 암석에 스며들어 빈틈을 채우고 있는 물 지하수. 이는 우리나라 수자원 총 이용량의 약 11%를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수원으로서, 그간 농업용수와 생활용수 등 다양하게 활용돼왔다. 앞으로 지하수는 가뭄 대응을 위해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원으로서 그 역할과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하수 개발 압력 커질 것

2000년대 이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가뭄의 발생 빈도와 규모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용수로서 지하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000년 이전(1904~2000년)에는 가뭄 발생이 연평균 0.36회였으나, 2000년 이후(2001~2015년)에는 연평균 0.67회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8년 발생한 봄 가뭄의 영향으로 대구·경남·경북·전남의 8개 시군에서 댐 용수를 긴축운영 및 대체 공급했고, 완도군·신안군·속초시 등은 지방상수도 비상급수를 실시했다. 가뭄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안정적인 물 공급과 비상용수 확보를 위한 지하수 개발과 이용이 크게 늘었다.

지하수는 지표수에 비해 개발기간이 짧고 저렴한 비용으로 깨끗한 용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특히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농업용 지하수의 개발 이용이 증가하는 추세다. 2000년대 이후 농업용 지하수의 시설수는 2배, 이용량은 1.3배 증가해, 생활용이나 공업용에 비해 활발히 개발돼 이용하고 있다. 더불어 수막재배 등 지하수를 이용한 재배기술의 개발도 농업용 지하수 이용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댐과 저수지 건설 등 지표수 수자원 개발은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 도달에 오랜 시간이 걸려 사업 추진이 어렵다. 별다른 용수원이 없는 지역은 해수, 빗물 등 대체수자원보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쉬운 지하수를 적극 활용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하수는 지표수에 비해 수량과 수질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고, 지표면을 통해 재충전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리므로 유지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법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가시설에 비해 행정절차가 용이한 소규모 신고시설의 개발이 급증함에 따라,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기에 한계가 발생한다. 지하수 신고시설은 2017년 말 기준으로 전체 지하수 시설수의 90.2%, 이용량의 75.1%를 차지한다.

빗물 또는 지표수 등으로 보충되는 수량보다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오염물질이 침투해 수질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재생과 정화 회복에 오랜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하수를 개발·이용할 경우에는 주변 지역의 수자원 분포와 생태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계획의 수립이 필요하다.

 

지하수 기초자료 구축 난황

지하수는 우리나라 전체 수자원 이용량 372억m3/년의 10.7%에 해당하는 주요 수자원이다. 땅속을 흐르는 지하수는 하천수 등 지표수와 달리 그 흐름을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체계적인 관리가 어렵다. 이와 같은 특성에 따라 지하수의 개발 이용과 보전 등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와 유역별로 정밀한 기초자료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부는 지하수 기초자료의 구축을 위해 지하수 기초조사, 지하수 이용실태 조사, 지하수시설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수위관측망 및 수질측정망을 운영하고 있다.

입법조사처 보고서 ‘지속가능한 지하수의 활용 및 관리 방안’에 의하면, 국내 지하수 기초조사는 1990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30여년 가까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전국 전체에 대해 조사를 완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하수 이용실태조사의 경우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전문인력과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관련 규정에 따라 이용량을 산정하기보다는 지하수 시설의 취수계획량을 이용량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지하수 이용량은 지하수이용부담금, 하수도 사용료, 급수인구와 양수능력 등의 자료를 기반으로 추정해야 한다. 지하수 시설의 취수계획량은 해당시설에서 이용하려는 지하수의 최대량을 의미하므로, 해당 수량으로 이용량을 산정할 경우에는 실제보다 과도하게 산정되는 것이다.

지하수시설 전수조사는 법적 근거와 조사의 방법, 대상 및 시행절차 등에 관한 세부규정이 아직까지 마련돼 있지 않다. 지하수시설 전수조사는 인구주택 총 조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국의 모든 지하수 시설에 대해 조사하는데, 지하수법 등 주요 법령에 관련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전수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지 못해 방치돼 있는 불용공의 처리와 불법시설 양성화 등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올바른 이용 계획과 이행 필요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시기 다목적댐 건설 등 대규모 수자원 개발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해외 주요 국가들에 비해 지표수 사용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해외 국가들은 음용수의 상당 부분을 지하수를 통해 공급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대부분 음용수를 상수도를 통해 공급해 지하수의 개발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2017년 기준 상수도 보급률은 99.1%로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댐과 저수지 등의 건설을 통한 대규모 지표수 개발이 한계에 이르고 있어, 지하수의 개발 이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OECD가 산정한 지하수 개발 스트레스(Groundwater Development Stress, GDS) 지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GDS는 OECD 국가 중 높은 편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OECD 국가 중에 GDS가 가장 높은데, 이스라엘이 극심한 물부족 국가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GDS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GDS는 32%로 OECD 평균인 14%의 2.3배에 이른다. GDS의 절반 가까이가 농업분야에서 발생하고 있어, 향후 농업용 지하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미국은 환경청을 중심으로 지하수의 개발과 보전에 관한 다양한 관리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고, EU는 각 국가별로 지표수와 지하수를 연계해 물관리를 수행하기 위한 통합지침을 마련하고, 중장기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이를 달성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 시행된 물관리 일원화로 국토교통부에서 관리하던 지하수 수량 업무가 지하수 수질 업무를 담당하던 환경부로 이관됨에 따라 수량과 수질에 대한 지하수의 통합관리를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상태다. 다만 현행 지하수법은 과거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지하수 관련 업무를 나눠 수행하던 이원화 체계로 구성돼 있어 효율적인 통합관리의 추진을 위한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지하수관리기본계획 등 법정계획은 투자계획 대비 목표치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지 않고 지하수의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가 미비해 보안이 필요하다.

일본은 지하수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반침하 등의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광범위한 지역을 지하수보전구역으로 지정하고 지하수의 이용을 규제하고 있다. 일본의 공업용 지하수의 사용이 제한되는 곳은 17개 지역으로 면적은 약 2000km2에 이르며, 건축물용 지하수의 사용 제한은 4개 지역 약 1600km2에서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하수보전구역으로 지정·운영 중인 지역이 2개소에 면적으로는 0.83km2에 불과해, 지하수의 수질 및 수량 보전을 위한 지하수보전구역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지하수는 대기의 순환과정을 통해서 끊임없이 흐는 것이지만 지나친 개발과 분별없는 사용은 결국 한계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체수원이자 비상용수로서 지하수의 사용과 관리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박희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환경행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QR 코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