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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사투는 이미 물에서 시작되고 있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03.11 09:43
  • 호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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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중동전쟁의 원인이 된 요르단강

모든 생물의 근원이라고 불리던 물이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인구의 증가와 기후변화, 관리 소홀로 인해 물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물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리고 먼 나라들의 이야기 같던 물 분쟁은 먼 나라의 이야기만이 아닌 시대가 됐다.

 

참혹한 물 분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곳, 중동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물은 곧 힘으로 연결돼 왔다. 모든 문명은 강이 인접한 곳에서 탄생했고, 시대를 호령한 강대국들은 하나같이 강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물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자원이며, 농업, 교통 등 나라를 부강하게 할 수 있는 자원이었다. 이런 물의 가치는 현재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물 부족 현상이 겹치며 물의 가치는 과거보다 더 높아지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물을 차지하기 위한 분쟁과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중에서 참혹한 전쟁과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중동 지역은 오래된 물 분쟁으로 유혈의 역사를 겪어 온 국가이다.

특히 1967년 요르단 강을 두고 인접국가들이 전쟁을 벌여 제3차 중동전쟁이 일어난 바 있으며, 최근까지 터키-시리아-이라크를 관통하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두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분쟁을 벌이고 있다.

예수가 세례를 받은 것으로 유명한 요르단 강은 시리아를 비롯해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등의 젖줄로 통한다. 이러한 요르단 강 상류에 위치한 시리아는 골단 고원(현재 이스라엘 지역) 지역에 댐 건설을 시도했고, 위기를 느낀 신생국가 이스라엘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1967년 전쟁을 일으켰다. 제3차 중동전쟁이었다. 이스라엘은 자국의 존립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시리아를 비롯한 이집트, 요르단 등 아랍연합국을 선제공격했고, 전쟁은 6일 만에 이스라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으로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의 영토를 수복해 2만 700㎢에 불과하던 영토를 순식간에 6만 8600㎢로 늘려 놓았으며, 국가 전체 급수량의 30%를 차지하는 골단 고원의 갈리리 호를 차지함으로써 요르단강의 이권을 손에 넣었다. 그로 인해 인접국들은 난처함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스라엘의 통치에 반대하는 원주민들의 반대와 함께 수많은 내전이 발생했으며, 부족한 수자원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서도 시리아는 내전과 수자원 부족으로 인한 이중고를 가장 극심하게 겪고 있는 국가가 됐다. 특히 1990년대부터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의 최상류지역인 터키가 아타튀르크 댐을 완공한 후 지속적으로 댐과 발전소를 건설하며 ‘물의 무기화’를 선언하면서 하류지역인 시리아와 이라크에 큰 위협을 줬고, 결국 시리아와 이라크의 내전이 발발하면서 물 분쟁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치열한 내전 속에서 이슬람국가 반군은 이슬람국가를 선언한 이라크 남부 시아파 주민들은 서로에게 공급되는 물을 차단하기 위해 물 관련 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을 퍼붓고, 물길을 바꿔 주민들에게 수도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의 전략을 택했으며, 이에 대응해 이슬람 세력은 수원지나 우물 등에 독약을 살포하는 등의 비인도적인 행위로 대응했다. 내전의 막바지로 향해가는 최근까지도 급수소를 파괴하거나 우물에 독을 타는 등의 행위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최근까지도 이집트와 에디오피아, 수단 등 인접국가 간 주도권 싸움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 나일강

중동, 특수한 상황이 만든 물분쟁이 아니다

이러한 중동의 물 분쟁을 종교 갈등과 내전, 또는 국가 간의 해묵은 갈등과 전쟁으로 인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비단 물 분쟁은 중동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 분쟁은 중동뿐만 아니라 이집트를 중심으로 우간다, 수단 등 강의 상류 국가의 댐건설로 심각한 갈등이 조장되고 있는 아프리카 나일강, 중국, 태국,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등 5개 국가를 관통하는 동남아시아의 메콩강, 인도·네팔·중국·방글라데시를 거쳐 흐르는 겐지스 강 등 물의 무기화 및 이권 분쟁이 우려되는 개도국부터, 수로 변경을 놓고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 12개국의 이해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유럽 다뉴브 강를 비롯해 리오그란데 강(미국-멕시코), 카롤 강(스페인-프랑스) 등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즉 물 분쟁은 어떤 갈등의 결과물이 아닌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세계적으로 300여 개가 넘는 강들이 두 국가 이상에 걸쳐 흐르고 있으며, 두 국가 이상에 걸쳐 흐르는 국제하천 유역에 50여 개국 세계인구의 35~40%가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 부족 현상으로 물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물을 독점하거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인 개발·환경·안보를 위한 태평양연구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지구촌 전역에서 발생한 물 분쟁은 최소 466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해당 기간 이전 10년(220건)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물을 원인으로 한 분쟁이나 물의 무기화가 더 빈번하게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물 분쟁은 앞으로 더 빈번해질 수 있다. 지난해 8월 세계자원연구소(WRI)의 발표에 따르면 중동 12개국을 포함한 세계 17개국, 세계인구의 4분의 1이 이미 ‘극심한 물부족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급격한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수해 등으로 물의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이를 더 가중시킬 것이다. 또한 수자원 관리의 무능과 거대 자본이나 강자들의 수자원 독점 및 사유화 등도 물 부족을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심각한 갈등이 세계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발생하고 있는 물분쟁은 당사국들 간에 조약 체결이나 국제사법기관의 중재 재판, UN을 통한 협상 등 평화적으로 해결되고 있다. 그러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니 만큼 언제든지 과격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물과 환경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와 개선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질, 취수원 문제 등으로 지자체 간 물 분쟁이 자주 발상했던 낙동강 유역

물분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처럼 심각한 수준인 물분쟁은 다행히 해외 소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 인접하고 있는 국가가 북한뿐이라 국가 간의 물분쟁은 존재하지 않지만 지자체간의 물분쟁 역사는 꽤 깊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시와 경상남도, 대구시와 구미시, 울산시와 대구·경상북도 등의 물 분쟁으로, 경우에 따라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20년이 넘게 진행돼 온 분쟁도 있다.

부산과 경상남도에서 발생한 물분쟁은 1991년 발생한 낙동강 폐놀 오염으로 발생한 갈등이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부산시는 오염으로부터 안전한 물을 얻기 위해 낙동강 대신에 진주 남강댐의 물을 요구했다. 그러나 남강댐이 위치한 경상남도 주민들은 물 부족 우려와 지역 정서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이러한 갈등은 25년째 지속됐는데 다행히 지난해 6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남강댐 물은 경남도와 지역 주민이 동의하지 않는 한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종지부를 찍었다.

이와 달리 대구시와 구미시가 겪고 있는 물분쟁은 10여년 째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의 분쟁은 취수원 싸움이다. 2009년 구미산업단지에서 다이옥산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대구시는 취수원을 구미산업단지 보다 상류에 취수원을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구미시는 “대구시의 취수원이 이전될 시 구미 취수원의 물을 함께 쓰게 되므로 물부족이 발생할 수 있으며, 구미시에 공급하기 위해 물 40만톤을 퍼내던 곳에서 대구시가 사용할 물 55만톤까지 퍼 올리면 수질이 나빠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4대강 사업 백지화 및 보철거 문제로 인한 행정과 지자체, 그리고 지역주민 간 갈등도 국내 물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늦겨울부터 장마철까지 이어지는 가뭄을 비롯해 강우량 감소, 장마의 변화로 물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뭄기간 동안 농업·산업부분에서 용수 부족 현상을 겪고 있어 물 분쟁이나 물 관련 갈등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주민의 건강과 생활환경에 직접 영향을 끼치거나, 사회적 갈등이 심해 시급하게 조정이 필요한 물 분쟁 발생시 직권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유역별로 물 관리를 총괄할 ‘유역 물관리위원회’를 통해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유역 물관리 종합계획의 수립, 물의 적정 배분을 위한 유역 내 물 이동 계획 등을 심의ㆍ의결하며, 유역 내에서 발생한 물 분쟁을 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물 분쟁의 원인은 물 부족과 치수 문제에서 발생한다. 국가물관리위원회와 유역 물관리위원회가 치수의 능률을 높이고 물부족과 물분쟁을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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