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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자연을 통한 치유와 성찰의 시간을 가지다온라인으로 만나는 국제 동시대미술 기획전 <수평의 축>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5.10 09:35
  • 호수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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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 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자연을 느끼고 문화활동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의 갈증이 커지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이러한 사람들의 갈증을 한번에 씻어줄 수 있는 온라인 전시 투어를 선보였다. 국제 동시대미술 기획전 <수평의 축>이다. 자연을 주제로 한 이 전시는 현대 미술가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로 첫 공개하는 에이샤-리사 아틸라, 맵 오피스 등의 대표작과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들을 지면으로나마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자연이라는 수평선 위에 축을 세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국제 동시대미술 기획전 <수평의 축>을 지난 4월 16일 온라인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공개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최근 수집한 국제미술 소장품을 중심으로, 국내·외 작가 17명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였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 제목 <수평의 축>은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의미한다. 대지의 수평선 위에 일종의 ‘축’을 세우고, 자연과 인간의 관계, 사회 그리고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출품작들을 소개했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에서는 자연을 동시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먼저 1부 ‘부분의 전체’는 자연을 부분적으로 재현해 삶을 통찰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인간과 자연 사이의 공생 관계를 비추며 자연의일부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2부 ‘현상의 부피’는 계절, 날씨, 물, 연기, 얼음, 공기 등과 같은 자연 요소들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을 탐구하고 이를 시각화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마지막 3부 ‘장소의 이면’은 풍경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근접한 미래, 그리고 역사에 대한 고찰을 다룬다.

<수평의 축> 展은 자연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바라보는 국제적 작가들의 주목할 만한 작품들을 대거 소개한다. 생중계 작품 설명을 맡은 <수평의 축> 전시를 기획한 양옥금 학예연구사는 “이 전시를 통해 우리는 그동안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을 외면했던 모습을 자성하고, 앞으로 자연과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것인지 고찰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적인 팬데믹 시대에 자연을 통한 치유와 내적인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http://www.mmca.go.kr)를 통해 재관람할 수 있다. 

에이샤-리사 아틸라,<수평-바카수오라>(2011), 영상 설치, 6분.국립현대미술관 발전 후원 위원회(MDC) 기증,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에이샤-리사 아틸라(1959~)는 이미지, 언어, 서사, 공간의 구축에 관심을 가지고 자아와 타자의 관계, 섹슈얼리티, 의사소통의 난제, 개인 정체성의 형성과 붕괴를 다뤄왔다. 이 작품은 작가의 대표작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 수집된 이후 처음 공개된다. 핀란드어로 수평을 뜻하는 독특한 제목 ‘바카수오라’는 가문비나무의 실제 크기를 구현하기 위해 수평으로 이어진 6개의 모니터를 통해 그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제작 과정에서 가문비나무를 온전한 형태의 초상으로 영상에 담는 일이 쉬운 작업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자연을 기록하는 일 또한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꼬집고, 나무라는 자연의 한 부분을 온전히 기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어두운 땅(cosmos)>(2019), 판넬에 목탄과 혼합재료,각 203.2X162.6X5.1cm(3개 판넬로 구성), 리만머핀 뉴욕, 홍콩, 서울 및 작가 공동소장.

테레시타 페르난데즈(1968~)는 서구 식민주의, 후기 식민주의 시대의 권력 충돌등 다양한 문화적·역사적 주제를 함축적으로 다룬 풍경화를 발표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가운데 <어두운 땅>(2019) 시리즈는 금속판에 얇은 층을 만들고 그 위에 목탄을 촘촘하게 쌓아 올려서 붙인 작품이다. 작품을 가까이서 보면 관람자는 화면의 반사되는 면에 비친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왜곡되는 관람자의 모습을 통해 그 주변 장소, 공간과 연관된 물리적, 심리적 경험을 환기시킨다. 한편, 각각의 금속판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들이 내포하고 있는 정복과 폭력, 농업, 도시 계획 등과 같은 문화사적인 요소를 은유하며 개념적으로 더욱 광범위한 풍경을 제시하기도 한다.
 

제니퍼 스타인캠프, <정물>(2019)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정물화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꽃과 과일들이 넘쳐나는 기운 생동하는 작품이다. 유럽의 전통적인 정물화와는 많이 다른데, 긍정적인 에너지, 생애에 대한 환희를 보여준다. 전 인류적으로 걷고 있는 펜데믹 상황에서 정말로 필요한 것은 이런 긍정적인 에너지일지 모른다. 봄의 들판으로 예전처럼 갈 수 없다면 작품을 통해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현상의 부피>
3, 4전시실은 계절, 날씨, 물, 연기, 얼음, 공기 등과 같은 자연 요소들로 인해 발생되는 현상을 탐구하고 이를 시각화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작품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 현상을 다른 감각으로 경험하고 새롭게 인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박기원, <넓이(Width)>,장지에 유채, 214x150cm, 200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박기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사계절을 주제로 한 연작을 100여 점 넘게 지속해왔다. 구체적인 이미지 재현을 지양하는 작가는 명상적이며 수행적인 반복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사유한 공간과 시간을 캔버스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넓이>(2008) 시리즈는 기하학적 색면으로 장지 위에 그린 회화 작업이다. 특정 장소와 간 상황을 관찰한 다음 몇 개의 면으로 나누고 전면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은 선들을 반복해서 그렸다. 색의 흐름은 감상자가 자연 속에서 사계를 연상하면서 크게 초록, 파랑, 갈색 계열로 연결하도록 구성했다. 이런 회화 작업은 감상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우선 하나의 큰 색면으로 다가오지만 화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노동집약적인 ‘그리기’의 과정을 거쳐 그려진 면과 무수히 쌓여진 선의 중첩을 볼 수 있다.
 

테레시타 페르난데즈, <어두운 땅(cosmos)>(2019), 판넬에 목탄과 혼합재료, 각 203.2X162.6X5.1cm(3개 판넬로 구성), 리만머핀 뉴욕, 홍콩, 서울 및 작가 공동소장.

맵 오피스는 홍콩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그룹으로 작가 로랑 구티에레즈(1966~)와 건축가 발레리 폭트패(1969~)가 그 멤버이다. 이들은 사진, 회화, 설치, 공연, 문학 및 이론적 텍스트를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물리적, 상상적 영역을 유연하게 연구하는 작업을 보여주면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통해 아시아 지역을 바라보는 다양한 비판적 시각의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수집 후 처음 공개하는 <유령 섬>(2019)은 인간의 어업 활동을 주제로 그와 관련된 사회적, 경제적, 역사적 관점을 이야기하고 여러 문화를 조사하는 설치 미술 시리즈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시아의 각기 다른 지역에 설치된 예술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진행되며 바다에 버려지거나 유실된 어망 같은 해양 쓰레기와 바다, 산호 등 해양 생태계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원성원, <IT 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 2017, C-프린트, 178x297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스케일과 디테일이 어마어마한 작품이다. 실재하지 않는 온라인 네트워크 환경에서 범람하는 링크와 링크를 거치는 IT 전문가들의 삶을 보여준다. 자연의 모습에서 따와 재현한 가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수천 장의 자연풍경 사진작품을 촬영했고 하나하나 컴퓨터그래픽 작업으로 거대한 가상 풍경을 만들었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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