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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5.10 10:36
  • 호수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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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위력이 더 강력할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바이러스는 제대로 상기시켰다. 오늘날 미생물에 대한 이해는 연구기술의 발전으로 높아졌지만, 여전히 생물학계의 주류로서 연구가 활발하지는 않다. 우리가 가시적인 생물형태에 유독 관심을 가져온 탓이 크다. 미생물을 다룰 때도 많은 부분 그것이 생태계에 끼칠 수 있는 위험을 조명하는 데 그쳤는데, 생태계에 폐를 끼치는 미생물이 아닌 도움을 주는 미생물도 많다.

 

재앙과 기적의 두 얼굴, 미생물

미생물계는 동물, 식물의 중간의 특징들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바이러스, 세균, 균류, 조류, 원생동물로 분류될 수 있다. 생명체가 살기 어려웠던 지구에 가장 먼저 출현해 CO2와 태양광에서부터 산소를 만들어 지구환경을 변화시키고, 동식물로 발전돼 현재와 같은 지구를 만든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지구상 어느 곳에서나 발견되며 여러 환경에 적응해 산다. 동식물과 공생하는 종류가 많으며,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거나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천재지변을 제외하고 인류에게 최초의 대규모 재앙을 안겨준 것은 병원성 미생물이었다. 흑사병은 역사에 기록된 인류 최악의 전염병으로 이 때문에 1347~1351년에 걸쳐 유럽인구의 30%에 달하는 2500만 명이 희생됐고,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8~1920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스페인 독감으로 전 세계에서 2500~5000만 명이 희생됐다.

반면,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류의 생명을 구하고 평균수명을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미생물이다. 파스퇴르, 코흐 등에 의해 백신이론이 확립된 이래 백신은 수많은 인명들을 콜레라 등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해방했다. 또 기적의 약 페니실린은 2차대전 당시 환자의 완치율을 30%에서 80% 이상으로 높여 간접적으로 연합국의 승리에 기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생물을 이용한 약물전달 방법으로서, 꼭 필요한 양을 정확하게 원하는 부위에 보내는 첨단기술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암세포와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미생물 유래 나노입자를 체내에 주입한 후 고주파를 처리하면,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가 가능한 원리다.

 

미생물 다양성 보존하고 연구 활발해져야

미생물의 환경분야 활용도 기대된다. 미생물은 뛰어난 분해능력을 갖고 있어서 자연계에서 동식물의 시체, 배설물, 부유물 등을 분해하며 여러 가지 분자 단위의 유무기물을 생산해내, 그러한 성질을 이용해서 수질, 토양 등의 환경오염을 처리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10시간 만에 플라스틱 병 1톤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효소를 배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프랑스 툴루즈 대학 연구진과 녹색화학 기업 카르비오스는 2012년 처음 발견된 잎퇴비벌레 등 약 10만 개의 미생물을 분석해 이 같은 효소를 조합해냈다.

연구를 통해 만들어진 ‘나뭇잎 퇴비 큐틴 분해효소’는 의류, 카펫에 이용되는 플라스틱 성분을 분해하는 기존 기술과 다르게 플라스틱병을 통째로 분해할 수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을 화학요소로 분해해 고품질의 새로운 플라스틱 병을 만들 수도 있다. 연구진은 박테리아 효소를 분석하고 변이를 만들어 10시간 내로 1톤의 플라스틱병을 분해할 정도로 분해능력을 향상시켰다. 미생물은 인류의 병을 고치는 백신으로 활용되고 산업공정의 촉매는 물론 인류의 새로운 적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미생물은 다른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살아있는 생명체다. 오염이 심각해지고 기후와 서식지가 변하면 우리는 많은 생물종들과 함께 그들과 공생하는 미생물을 잃게 될 것이다. 미생물들이 환경보존과 인체의 건강, 그 외의 것들에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미생물의 다양성 보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생물 자체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미생물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자신의 생존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며 살아갈 뿐이다. 그것이 미치는 영향은 우리에게 이로울 수도 있고 우리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그러니 우리는 미생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들이 인체와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더욱 연구해 활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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