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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도 먹을거리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면? 자급자족 라이프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5.10 10:48
  • 호수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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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모든 지형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의 파급력을 불러올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한 곳은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위기에 있으며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이 같은 상황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발생될 수 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누려온 사회시스템마저 안전하지 않다. 바이러스는 어떤 곳에서도 완벽한 차단이 불가능하기에, 전력이나 식량시스템마저 운영되지 못할 상황에 대한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스스로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충족시켜야 하는 재난상황에 놓인다면, 그때를 대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필요한 것은 스스로 해결한다

‘격리되는 것도 모자라 사회기반시설마저 무너진다면?’이라는 가정은 그야말로 가정이다. 한 번쯤 상상해볼 만한, 극한의 재난상황에 돌입됐을 때를 대비하는 하나의 상상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정을 이미 현실로 실천하고 생활화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자급자족라이프는 지금의 상황에서 한 번쯤 참고하고 알아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때 스스로 문명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사회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 또는 건강이나 환경에 유별나게 민감한 사람 정도로 생각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가치들이 중요해졌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자급자족을 생활의 기본원칙으로 여기는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의 삶을 적극적으로 살고 자신의 삶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말하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자급자족은 보통은 한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재화를 스스로 생산해서 충족시키는 상태를 말하는데, 한 개인 혹은 한 마을, 하나의 공동체 내에서 모든 재화나 용역, 서비스 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태를 표현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동시에 자연을 이용할 줄 아는 기술과 지혜를 많이 잃어버렸다는 데 있다.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을 이용하는 지혜를 다시 익히고 그 과정에서 자연을 배운다는 관점에서 자급자족의 사례를 살펴보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를 벗어나지 않아도 된다

자급자족은 스스로 삶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개인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다. 산속에 들어가 먹을거리를 직접 생산 하거나 채취해 살아가는 사람, 도시 속 농부로 살아가는 사람, 전자제품을 거부하고 생활에 필요한 전기를 직접 생산해 살아가는 사람 등 자급자족을 위한 생활양식은 사람들의 필요와 원칙에 따라 다채로운 양상을 보인다.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주체적이고 대안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모색하는 생활방식으로서 각광을 받는 것은, 문명의 이기를 모두 버린다거나 시골로 내려가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자급자족으로 채울 수 있어서다.

도시생활은 우리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하지만, 그와 비례해서 우리가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일을 많아지게 했다. 단지 돈을 벌고 소비하는 일에 함몰돼 보람과 가치를 느낄수 있는 일에서도 멀어지게 한다. 자기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 적극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꾸릴 수는 없을까. 자급자족을 실천한다면 모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도시생활에 얽매인 사람과 달리, 자급자족을 지향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편안한 옷을 입으며, 만족스러운 집에 살면서 자연이 주는 여유를 누린다. 자급자족은 건강함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자급자족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편리한 삶보다 자발적 불편을 감수하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소박한 삶에서 가치를 찾는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에너지 제로에 도전하고, 냉장고 없이 살기를 선언하는 사람들이다. 즉 생태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에는 여러 형태가 있지만 생활환경을 바꾸는 것이 시작이 된다. 완전 채식을 하고 살림살이는 주변에서 쓰던 것을 물려받고 꼭 필요한 에너지는 대체 에너지 단체에서 공급받는 것. 그리고 부엌에서 냉장고를 몰아내면서 곡류를 제외한 식재료를 텃밭에서 길러 먹는 자급자족의 삶을 꾸리는 것이다.

야채는 텃밭에서 직접 길러 먹는다든가, 장기 보관해야 하는 식재료들은 병조림이나 바싹 말리는 건조 등의 방법으로 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텃밭을 꾸릴 때에도 잡풀이 어우러진 야생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야생초들을 식탁에 올리고, 잘라 내 덮개로 쓰거나 액비를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끊임없이 식품 저장법을 개발하고 병조림을 만들기 위한 레시피를 만들고, 또한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부족한 자원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주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다.

 

새롭게 자연의 방식을 배워야 한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일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관심 밖이었던 기술과 지식을 익혀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반드시 따르게 돼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마트에서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을 준다. 그리고 자급자족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우리의 조상대부터 해오던 것들이고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모든 것이 분업화되고 자동화된 시대에 그 경로가 보이지 않게 됐을 뿐이다. 우리 삶에 필요한 일부분만 스스로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생산자로서 뿌듯함도 얻고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생태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연에서 나오는 먹을거리에 고마움을 가지면서 지속가능하고 이상적인 모습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은 생태계 전체로 봤을 때 굉장히 미미한 변화이고 완벽하지 않은 시도일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을 위해 생존에 꼭 필요한 부엌과 먹을거리를 바꿨다는 것만으로 그러한 삶은 충분히 의미 있어 보인다.

그간 사회를 지탱해온 잘 정비된 도시의 기능이 편리함을 줬지만 그에 마냥 기댈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되며, 이를 계기로 새롭게 자연의 방식을 배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평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일시적인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고, 꼭 필요한 것 위주로 일해서 만드는 것의 보람과 그로부터 오는 여유, 단순한 생활방식은 자연에 순응하는 이 시대의 요구일 수 있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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