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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식습관이 지구를 지킨다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5.10 10:54
  • 호수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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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먹는 음식이 사회의 주류가 됐다. 먹는 행위, 음식이 공영방송을 비롯한 인터넷방송을 잠식하고 있고, 식습관, 식문화를 분석하는 다양한 관점의 책들이 쏟아지는 것도 먹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왜 이토록 먹는 것에 열광하는가? 많은 현대인들은 먹는 양에 부족함이 없고 오히려 과해서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음식의 질은 어떨까? 현대인들의 잘못된 식습관, 식문화를 꼬집는 숱한 전문가들이 말하는 공통점은 음식의 질적 저하다. 그리고 무엇을 먹느냐는 개인적인 필요와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는 복잡다단한 영역에서 살펴볼 수 있겠지만 개인의 식단을 더 건강하게 하는 것은 지구환경에도 건강하다는 점에서 먹는 것의 영역을 한 차원 높게 바라볼 수 있다. 이는 지구 전체의 면역력이 절실해진 시대에 더욱 요구되는 것이라 하겠다.

 

갈수록 가난해지는 식탁

과거와는 달리 식품 부족을 호소하는 나라는 점점 줄어드는 대신, 많은 나라에서 과식과 영양부족이라는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칼로리는 과도하게 섭취하면서도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와 단백질은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는 것이다. 바로 세계화된 식단 때문이다.

과거에는 서로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인간은 다양한 식품환경에 능숙하게 적응해왔으나 세계화된 식단은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먼 곳에서 생산돼 운반돼온 식재료들은 주방에 서 손질돼 식탁에 오른다.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영역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요리를 위해 하는 수고는 대부분 잘 다듬어진 식재료를 구매해 레시피에 따라 요리를 하는 마지막 단계에 있다.

이 과정에서 누락된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우리의 식탁에 오를 음식들을 제한받고 있다. 제한된 선택은 다양성의 감소를 가져온다. 그리고 종종 자극적인 음식과 이미 조리된 음식에 선택이 집중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은 비만, 당뇨병, 심장병 같은 성인병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변화한 식산업은 문화로 자리 잡았고, 우리의 건강뿐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켰다. 우리가 무엇을 먹느냐는 오로지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서 정해지지 않는다. 우리가 공급받는 식품의 양과 가격, 광고를 통해 주입된 음식 트렌드에 따라 형성된다.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음식에 대한 여러 욕구를 학습한다. 그리고 무엇을 학습하느냐는 우리 신체가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식품공급체계의 한계와 가능성에 따라 결정된다.

노동환경, 삶의 질, 복지 수준 등이 전반적으로 저하되고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는 가운데, 식품산업은 그 틈새를 활용하고 있다. 더 많은 자극적인 음식, 즉 당분, 지방,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영양이 과잉되거나 치우친 불균형적인 음식을 먹게 됐다.

 

버려지는 음식, 지구를 지키는 식습관

식품의 질적 저하 못지않게 전 세계적인 식품의 불균형적인 분배와 낭비도 심각한 문제다. 전 세계 식량 생산의 3분의 1인 13억 톤의 음식물이 낭비되거나 손실된다. 제조업자와 식품 소매업자의 비효율적인 관행과 심미적 가치를 지나치게 중요시하는 품질 규정이 음식을 대량으로 낭비하고 있는 반면, 식품소비자들은 지나친 구매, 부적합한 보관·유통기한에 대한 우려와 적정량 이상의 식사 준비 등으로 음식을 낭비하고 있다.

우리는 전 세계 사람들이 1인당 하루에 4000칼로리 이상 섭취할 수 있는 양을 생산하고 있지만, 실제로 2000칼로리도 채 안 되는 양이 소비되고 있다. 나머지는 그대로 농경지나 저장고에서 썩거나 상품가치가 떨어져 폐기돼 버려진다. 냉장고에 너무 오래 보관했거나 먹을 수 있는 양을 초과해 차려진 음식물 또한 많은 양이 버려지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음식에 대한 행동과 생각의 변화일 뿐, 식량의 양은 우리 모두에게 이미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칼로리와 영양 낭비뿐 아니라, 재배에 필요한 자원의 낭비도 불러온다. 귀중한 자원인 물은 사용량의 70퍼센트가 농업에 쓰이고 있다. 더불어, 병충해 방제를 위해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낭비와 이로 인한 부정적 영향 그리고 수송에 사용되는 연료의 낭비, 음식을 제조·판매하는 노동인력 등이 모두 낭비된 셈이다. 또 쓰레기 매립지에 폐기된 음식들은 독성 온실가스인 메탄을 배출하는데 이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기도 하다. 음식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물, 비료, 살충제, 운송비, 음식 가공 및 조리에 드는 에너지 등을 아끼는 데에도 초점을 둬야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국제 농산물 시장에 공급을 하는 농부들은 단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수톤의 농산물을 버리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지구를 보호하고 자원을 늘리길 원한다면 우리가 먹는 음식물과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더 나은 식생활, 중요한 것은 양이나 모양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식품 환경, 즉 값싼 고칼로리 식품이 사방에 널려 있는 환경은 일찍이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 살아가는 현대인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주로 먹는다. 자신이 아는 음식만 먹으며 단 음식을 좋아하고 쓴 음식을 기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본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환경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먹을거리를 바꿀 수 있는 잡식동물이다.

코로나19가 만든 사회적 변화 중에는 식생활도 포함돼 있다. 면역력을 높이는 식품에 관심을 두거나 외식을 줄이고 가정 내 식사가 늘어난 현상이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닐슨은 코로나19가 종식돼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달라진 행동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며, 가정 내 식사에 익숙해진 이들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더욱 자주 집에서 식사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밥에 익숙해진 식습관은 건강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건강하게 조리한 가정식의 경우에 해당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것은 요리를 해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다. 먹는다는 것은 생존을 위한 가장 본능적인 행위다. 음식물이 넘쳐나는 시대에 좋은 음식은 건강과 직결되는 것으로 삶의 자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은 불치병도 낫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시장원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간식보다는 식사에 집중하고,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으며, 무엇보다 다양하게 먹는 것, 절대량이 아니라 비율에 따라 먹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요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좋다.

최근 들어 인터넷 방송을 통해 빠르게 퍼진 ‘먹방’ 채널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식재료나 구성은 그 수에 비해 다양하지 않다. 자극적이고 엄청난 양을 자랑할수록 조회수도 구독수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에게 무제한으로 허용된 먹거리 포르노라고 할 수 있는 먹방은 다이어트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기도 하지만, 그 역으로 폭풍섭취를 조장하기도 하고, 음식의 다양성을 제한시키는 데도 일조한다. 또한 과도한 먹방은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식문화와 신선한 식재료를 통한 음식의 가치를 떨어뜨리곤 한다. 대부분의 먹방에서 보여주는 음식들은 배달된 정크푸드나 인스턴트 음식으로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것으로, 이에 슬로우푸드나 로컬푸드가 설 자리는 극히 적을 수밖에 없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건강도 챙기고 환경도 챙기는 건강한 식탁을 차려보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간식이나 불필요한 음식상품들은 적당히 손에서 내려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양보다는 질, 영양분의 균형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든다. 그리고 지구의 소모도 줄일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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