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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건축,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05.10 10:58
  • 호수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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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도 자연의 일부로 에너지 절감, 환경오염 감축, 생태계 문제 등을 고려해 건축해야 한다는 개념의 생태건축

우리가 생활하는 집을 비롯한 건물은 인간 생활의 3대 요소 중 하나로, 실제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건물에서 보낸다. 건물은 외부의 위협에서 우리를 보호 해주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우리는 믿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최근 건물은 석면, 환경호르몬, 라돈 등으로 우리를 해칠 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해치고 있다.

 

인간과 환경을 위협하기 시작한 건축물

건물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선사시대 정착생활을 시작한 인간들은 본격적으로 거주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건물은 외부의 위협과 재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고, 가정은 물론 산업의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인간 문명의 발달과 함께 변화해 왔다.

자연동굴과 인공동굴부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수집물로 지어진 전통가옥으로 이어졌던 인간의 건물은 산업혁명 이후 급변하기 시작했다. 건축기술과 재료의 발달로 인해 인류는 언제 어디서든 수십층 높이의 건물도 지을 수 있게 됐다. 자연에 순응해왔던 건축물이 자연을 이겨내고 도전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는 지금 나타나고 있다. 인간을 보호해왔던 건물은 인간을 위협하고 있으며, 환경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건축은 이산화탄소 배출의 1/3을 차지해 교통과 제조업과 함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건축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이고, 실용성을 강조해 사용됐던 건축 재료들은 인간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석면은 물론 환경호르몬과 생활방사선, 새집증후군 등 외부의 위협이 줄어든 대신 내부의 위협이 늘어났다.

동굴에서 아파트로 발전한 건물은 공간의 효율성은 좋아졌지만 에너지 효율성은 떨어졌다. 동굴은 겨울에 따뜻하고 여름에 시원했지만 현대의 아파트는 계절의 변화를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겨울에는 보일러를, 여름에는 에어컨을 가동해야만 한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진 것이다.

과거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들을 건축자재로 활용해 왔던 과거 건물과 달리 콘크리트, 아스팔트, 철근, 유리, 플라스틱 등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해 건설되는 건물들은 건설과 폐기과정에서 다양한 건설폐기물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로 건설됐던 전통가옥

건물도 자연의 일부, 생태건축

이처럼 자연을 거스르고 환경을 파괴하기 시작한 건축물은 결국 인간과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기능, 구조, 미가 건축의 3요소로 인식됐던 시대를 끝내고 환경을 건축의 새로운 요소로 추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자연환경과 조화되며 자원과 에너지를 생태학적 관점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해 건강한 주생활 또는 업무가 가능한 건축’으로 건물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생태건축’이다.

생태건축은 단순히 환경오염이 덜한 재료, 재활용이 가능한 재료,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 자체가 자연의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건축물의 생산과 유지관리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의 수요를 최소화하고 순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태양에너지, 벽면녹화, 옥상 정원 등으로 재사용가능한 자원과 자연시스템을 활용해 효율적인 에너지 활용과 건물 외피 보호 등의 계획이 요구된다.

또한 생태건축은 환경부하의 저감이나 생물서식환경과 건축 환경과의 조화를 도모하기 위해 물리적·생물학적 측면의 조화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공기의 오염, 폐열, 폐기물, 폐수의 양과 농도 그리고 토양에 대한 포장을 최소화하고 대지 주변에 다양한 종류의 동식물 서식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기법을 적극 도입한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주변경관이나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도록 건축물을 배치해 건강한 생활과 업무가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생태건축이다. 생태건축을 통한 건물은 자연조건과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입지 선정뿐만 아니라 배치, 건물의 형태, 건축 재료의 선택, 건물 내외부의 기능적 연계성과 수목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건축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건물 자체가 생태계의 일부로서 녹아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생태건축이다. 인간과 자연을 위협하는 건축물에서 인간에게 가장 질 좋은 공간을 만들어주고, 건축자재와 재순환, 에너지 이용은 물론 환경오염과 생태계 문제 등 다양한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건축물이 바로 생태건축 인 것이다.

 

생태주의 건축가 켄 양의 대표 생태건축물 ‘메나라 메시니아가(Menara Mesinglaga) 빌딩’

생태건축, 어떤 것이 있을까?

이러한 생태건축을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친환경 건축물과 생태건축에 대한 연구를 오랫동안 지속해온 독일은 곳곳에서 생태건축의 사상을 담은 생태건축물과 이를 토대로 한 생태마을을 다수 보유한 국가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독일의 항구도시인 킬(Kiel)에 위치한 킬 하세(Kiel Hassee) 마을은 생태건축의 요소가 담긴 건축물들로 구성된 생태주거단지다. 주민들이 주정부로부터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허가받고 구성되기 시작한 이 생태주거단지는 건물 모두가 흙벽돌과 돌, 종이솜 등 자연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졌으며, 태양열 발전과 열병합 발전시스템구조를 사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생태건축을 통한 건축물로 구성됐다.

건물이 만들어져 차지한 지피부분도 건물의 옥상녹화로 인해 녹지를 보상했을 뿐만 아니라 도로 역시 비포장을 유지함은 물론 자연경사를 만들어 빗물을 유도해 투수율을 높였으며, 주민들이 사용한 생활하수는 지하유수관을 통해 갈대 등 습지정화식물을 심은 생활하수 전용연못에서 자연정화시켜 다시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각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쓰레기와 오물은 자연 발효시켜 퇴비로 사용하고 있다.

건물뿐만 아니라 주민들 역시 생태주의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을에서 재배된 농산물을 마을 사람들끼리 싼 가격에 소비하며 자급자족하고 있으며,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도 자연생태적인 교육을 위해 무로 된 장난감과 자연친화적인 교구를 통해 교육하고 있다.

생태주거단지 킬 하세의 건축물이 거주지를 위한 생태건축물이라면 말레시아 생태건축가 켄 양(Ken Yeang)의 생태건물들은 대도시에서 접목이 가능한 생태건축물이다. 주로 고층빌딩의 설계를 맡아온 켄 양은 고층빌딩의 생태건축화를 선도하고 있는 건축가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MBF Tower, BATC Tower, 메나라 메시니아가(Menara Mesinglaga) 빌딩, EDITT Tower 등 그가 설계하고 건축한 건축물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일조와 일사를 고려해 설계하고, 해의 움직임을 고려해 나선형태를 띤다. 테라스와 옥상 등을 활용해 정원을 가꿔 빌딩이 차지한 자연을 회복함은 물론 우수, 건물 환기 및 온도를 관리하고 있다.

건축 과정에서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근 발전하고 있는 지능형 건물 자동화 기술 등을 적극 도입해 에너지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마천루 역시 자연의 일부로 그 지역의 기후와 사람들의 생활 스타일, 건축 재료 등 모든 것을 자연친화적으로 계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는 도시에서의 생태건축물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소한의 냉난방으로 적절한 실내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주택인 ‘패시브 하우스’, 주택의 바닥면적 1㎡당 사용되는 냉난방연료를 연간 3리터로 줄인 주택인 ‘3리터 하우스’ 등 생태주의를 담은 건축물들이 연구되고 있으며, 호주 퀸즈랜드주의 ‘크리스탈 워터스 생태마을’, 영국 런던의 밀레니엄 빌리지 등도 생태건축을 통한 생태마을이 곳곳에서 구성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태건축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생태건축이라는 의미를 그저 친환경 건축재료, 에너지 소비 절감 등에 초점을 맞춘 채 건물의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태건축은 인간에게 가장 질이 좋은 공간을 창조해 주는 것이자 건물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건물이 자연에 녹아들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단순히 재료와 에너지 효율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건물이 만들어질 공간의 이해부터 지역과의 조화, 자연 에너지이용, 건축자재의 재순환개념 등 환경문제의 제시까지 이어져 함께 고민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좋은 집에 대한 개념도 크고 멋있는 집이 아니라 안전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으며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집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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