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7.8 수 11:25
FUTURE ECO
상단여백
HOME 월간퓨쳐에코 이슈/진단 기획/이슈/진단
동물실험, 인간사회의 건강과 장수의 필요악인가?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6.10 10:06
  • 호수 129
URL복사

최근에 프랑스에서 코로나 백신 개발을 아프리카에서 하자는 말이 나와 논란이 됐다. 이는 극명하게 드러나는 인종차별이기에 세계의 뭇매를 맞았고, 국제사회에서 아직은 평등이라는 가치가 살아있기에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와 동종이 아닌 동물들에게는 좀더 관대하게 그러한 가치를 저버린다. 우리의 수명을 늘이고 우리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서 자행되는 동물실험은 오래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지만 여전히 신약과 치료제 개발의 일등공신으로서 행해지고 있고, 그렇다고 실험동물을 완전히 대신할 대체재 개발도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실험을 위해 소모되는 동물들

국내 동물실험은 최근 5년간 70%가 늘어날 정도로 급속히 증가했는데, 2018년 우리나라에서 동물실험으로 희생된 동물은 약 380만 마리다. 그 중 1/3 이상은 마취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실험동물들에게 가장 극심한 고통과 통증을 유발하는 ‘E등급’ 동물실험이다. 130만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용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물실험의 목적은 새롭게 개발된 의약품이나 의료용 기구, 화학물질, 식품 등을 인간에 적용하기 전에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동물을 통해 확인한 후 그 결과를 사람에 적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약 6억 마리의 동물들이 실험동물로 쓰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실험동물들은 대개 대량으로 사육되지만 몇몇 동물들은 야생에서 붙잡히기도 한다. 동물실험은 대학, 병원, 농장뿐 아니라 제약회사, 화장품 회사, 식품회사 등 많은 곳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동물실험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20세기 들어 의학의 발전은 동물실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떠한 정교한 컴퓨터도 분자, 세포, 조직, 기관, 생물 그리고 환경과의 상호관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동물실험은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들은 동물실험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동물실험이 매우 잔인하며,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용이 그 효과를 능가할 수 있다는 점, 동물은 실험에 이용당하지 않을 본질적인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간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에 불과하므로 동물실험으로 인한 결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실제 동물실험의 결과가 인간 임상실험에 나타날 확률은 약 5~10%에 불과하며, 미국에서는 동물실험을 통과한 신약의 부작용으로 매년 약 10만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물 및 환경보호단체인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지난 4월 세계실험동물의 날, “우리나라는 ‘동물실험 지상주의’, ‘동물실험 제일주의’에 빠져 ‘동물실험 천국’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며 “비윤리적이고 비과학적인 동물실험을 중단하고, 동물대체시험법을 적극 활용해 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도모”할 것을 촉구했다.

 

마우스, 래트 등은 실험동물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활발한 대체시험 개발과 동시에 최소한의 연구윤리 반드시 지켜져야

동물실험이 만능이 아니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을 내는 사람이 없다. 물론 안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필요한 약을 개발하고 앞으로도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필요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물론, 실험과정에서의 고통이 동물의 몸 상태를 평소와 다른 상태로 만들어 실험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또한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인간의 이익을 충족시키는 것이 동물을 해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점에도 많은 이들이 동의한다.

여러 가지 동물실험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실험동물을 대체할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동물대신 사람유래의 세포주나 동물유래의 장기, 조직 또는 세포를 실험에 사용하는 방법들인데, 이는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독성과 효력검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생체에서 나타나는 장기들 간의 연관을 보이는 독성을 예측할 수 없고 투여 경로에 따른 독성의 차이를 알 수도 없으며 생체에서 일어나는 대사과정으로 생긴 물질에 대한 독성을 예측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 동물대체시험법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대체는 힘든 상황이다.

기술은 필요를 뒤늦게 따라간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부작용으로 돌아올지 모를 동물실험을 계속해서 강행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한다. 대부분의 실험동물들은 실험이 끝난 뒤 안락사 시키게 되는데, 마취제를 통하지 않고 고통사 시키는 경우, 또는 실험동물 공급업자가 아닌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실험동물을 제공받는 등의 문제들이다.

동물보호법안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정된 것은 1822년 영국에서였다. 1876년에는 최초로 동물시험 규제를 겨냥한 동물학대법이 제정됐다. 이 법안은 찰스 다윈의 주도 하에 이뤄졌는데, 그는 동물실험이 생리학의 실제적인 연구에 타당성을 지닌다고 생각하지만 혐오스럽고 지독한 목적을 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필요한 생물이란 있을 수 없으며 생물은 생명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동물실험의 ‘3R’ 원칙인 실험동물의 숫자를 줄이고,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시험법을 적극 개발 활용하며, 실험동물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바이러스 치료와 예방과 관련한 기초연구가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실험동물들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원인이 한 연구소에서 일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는 등 실험동물에 대한 철저한 윤리의식 준수는 수많은 동물들의 희생과 함께 지구 전체를 잠식하는 재앙의 예방에 중대한 첫걸음일지 모른다. 실험동물들은 실험의 대상이기 이전에 살아 있는 생명이었다는 윤리의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나아가 실험동물뿐 아니라 야생동물에 대해서도 우리는 생명존중의식을 지녀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박희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환경행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QR 코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