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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공해는 현대인들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6.10 10:12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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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사이, 답답한 마스크를 착용한 현대인들은 한바탕 난리를 겪어야 한다. 자동차 타이어에서 마모되는 교통소음, 한 번씩 울려대는 경적소리, 거기에 공사장이라도 지나면 귀를 따갑게 하는 금속성 소리 등과 같은 소음공해에 시달려야 한다. 그리고 도로의 정지신호에 차량들이 일제히 멈춰서는 순간 비로소 알게 된다. 엄청난 소음 속을 걷고 있었다는 사실을. 현대인들에게 소음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 됐다. 언제까지 이를 참을 수 있을까?

 

산업화된 사회, 벗어나기 힘든 소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떠날 곳이 없다면? 현대의 산업화된 사회에서 삶의 터전을 도시에 두고 사는 사람들에게 소음은 감내해야 하는 것일 뿐이다. 소음에 노출되기 싫다고 집에만 머문다고 해서 소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건사고를 뉴스를 통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소음스트레스로 인해 살인사건까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지경이니, 소음은 한낱 공해를 대하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될 일인 것만은 확실하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와 같은 분쟁해결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건설규정이나 갖가지 세부적인 규제를 통해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차단과 시민의식의 향상 없이,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교통소음, 항공기소음, 건설 소음과 같은 것들에 시민들이 매일 노출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소음공해의 해결은 요원하다.

거주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소음 노출에 대한 시민들의 피로감은 상당하다. 군부대 사격 훈련장이나 주기적으로 지었다 허물기를 반복하는 건설현장, 인근에 공항을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음스트레스는 일상화돼 있다.

실제 항공기 소음은 과거에도 현재도 주민과 지자체 혹은 정부 간 갈등의 대표적인 온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번화한 곳에 거주지를 두고 사는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상점들로부터 새나오는 음향과 고성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2017년 기준으로 환경분쟁과 관련한 3819건의 신고 중 3241건이 소음 진동으로 인한 피해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전체 신고 항목 중 1위임과 동시에 전체 85%의 신고비율을 보이는 대표적인 환경분쟁 요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소음에 대한 노출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고 이러한 소음에 노출될 경우 심리적인 불안감, 불쾌감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인체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소음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인체에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 즉 청각 장애, 이명,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성가심과 수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이러한 연구결과가 소개되면서 소음의 건강영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유럽의 6개국을 대상으로 한 여러 환경인자에 대한 건강요인 분석에 있어서도 소음의 경우 미세먼지 다음으로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세먼지의 경우 한 번 발생시 노출인구가 많으나, 소음의 경우 한정적인 공간 내에서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소음의 위해성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연구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소음영향에 대한 일부 연구결과와 이를 인용한 유럽 언론에서는 EU 회원국에서 소음으로 인해 매년 1만명이 사망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소음공해, 지금 잡지 않으면 큰 대가 치를 수도

소음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와 이에 대한 사회적 비용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관련 연구와 이를 활용한 정책이 미진한 것이 현실이다. 일부 환경소음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가 있었으나 선진국과 같이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사회적 활용이 활발하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소음으로 인해 지역민들과 사회가 겪고 있는 비용은 이미 상당하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소음노출의 위해성을 고려한 비용편익연구’에 의하면, WHO와 EU 자료에 기반으로 소음의 건강영향을 고려한 사회적 비용을 산출한 결과, 도로소음이 45dB(A)에서 65dB(A)로 증가할 경우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이 세대당 연간 약 71만원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2012년 국정감사 자료에 제시된 국내 도로소음에 노출된 인구수(2400만명)를 고려할 경우 연간 약 6조 9000억원의 사회적 비용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소음으로 인한 질병부담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국내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 사망자 관련 사회적 비용의 약 1/11 수준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국내총생산의 약 0.37% 정도를 나타내는 정량적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수치적으로 미세먼지에 비해 낮다고 해서 소음공해가 환경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의 국가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사람이 총·포 등 강한 충격음에 노출되면 급성적으로 음향외상에 의한 난청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의 소음이 아닌 작업장에서의 소음 노출은 서서히 청력손실이 진행돼 수년에서 수십년이 경과돼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에 지장을 줄 정도의 난청 장애로 나타나는 등 질병 발생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또한 보통 일 8시간 평균 80dB(A) 이상 또는 24시간 70dB(A)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청력장애의 영향이 있다.

국내 환경분쟁에서 대표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음으로 인한 피해와 민원 갈등요인이 현대사회의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됐다. 소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들의 일상에서 소음 노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소음 노출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물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구조적인 소음 방지, 흡음 및 차음 등의 설치를 해 실내 거주자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고, 외적으로도 생활을 유지하는 데 지장을 주지 않도록 규제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도로변에 방음벽을 꼼꼼히 설치해 거주자의 생활공간으로 소음이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야한다.

국제적으로는 소음노출로 인한 건강영향을 고려해 소음기준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인데, 특히 WHO는 야간시간대 수면영향을 고려해 45dB 미만으로 권고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소음 환경기준보다 10dB 강화된 수준으로, 향후 지향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개선 시 우선적으로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일반 시민들도 TV 등의 가전제품을 필요 이상으로 크게 틀지 않도록 하고 악기 연주나 세탁은 밤 시간을 피하도록하며, 무엇보다도 자신만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사는 공동 공간임을 인식해 조용한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소음을 잡지 않으면 미래엔 더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할 것이 분명하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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