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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도 K-방역의 선례가 될 수 있을까?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06.10 10:15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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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COVID-19(이하 코로나19)는 세계 각국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코로나19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은 이른바 K-방역으로 전 세계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질병이 K-방역의 선례로 남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바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다.

 

코로나19보다 먼저 상륙한 공포 ASF

최악의 무증상감염 증상으로 어느 전염병보다 빠른 전염력을 보이고 있는 코로나19는 결국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집어삼켰고, 모든 이슈마저 잠식했다. 하지만 코로나19보다 더 이전에 국내에 침입해 세계를 뒤흔들었던 질병이 또 있다. 심지어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이 질병은 바로 ASF다.

1920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병한 ASF는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는 감염되지 않지만,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게는 고열과 피부 청색증, 림프절과 내장의 출혈을 일으켜 100% 죽게 만드는 질병이다. 치사율도 치사율이지만 경구, 경비 또는 육제품을 매개로 돼지에 전파되는 무서운 전염성과 현재까지도 마땅한 백신이 없어 살처분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발병했다하면 돼지의 씨를 말릴 수 있는 질병인 ASF는 유럽과 중국, 북한을 거쳐 지난해 10월 우리나라로 유입됐다. 이에 정부는 ASF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차단과 방역에 나섰다. 특히 ASF의 주요 감염원인 야생멧돼지의 차단을 위해 연천, 포천, 철원 등 야생멧돼지 감염·위험지역 둘레에 울타리를 설치해 감염야생멧돼지의 외부 이동을 차단했다. ASF 발생지역 멧돼지의 남하와 동진을 차단하고, 접경지역 일대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돼 있을 가능성에 대비할 수 있는 1·2단계 광역울타리(1단계: 파주~철원 118㎞, 2단계: 화천~고성 90㎞)를 파주에서 고성까지 구축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는 ASF의 발병 건수가 월 10~20건에 불과한 정도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겨울철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1월부터 강원 화천군에서 발생량이 급증했고, 이달 들어 양구군·고성군·포천시 등으로 확대됐다. 멧돼지들의 교미기간에 먹이부족까지 겹치며 멧돼지들의 이동 반경이 증가하면서 ASF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1·2단계 광역울타리 밖에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의 폐사체가 나오기까지 했다. 이에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기존 설치된 광역 울타리 외에 멧돼지의 남진을 차단하기 위한 ‘춘천~소양강~인제’ 구간을 연결하는 3단계 울타리를 추가 설치했으며, 기 설치된 1·2단계 광역울타리 내를 구획화하는 추가 울타리를 설치하며 대응했다.

다행히 봄철이 되면서 ASF의 감염세는 천천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ASF는 종식되지 않았다. ASF는 5월 19일 기준으로 총 623건 발생했으며, 그중에서 5월 13일부터 19일까지 발생한 건수가 11건으로 ASF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급성형 ASF를 조기에 검출할 수 있는 항체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한 농림축산검역본부(항체 진단키트 개발 실험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K-방역을 향해 나아가야

중국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퍼져가며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는 코로나19에 전 세계는 패닉에 빠졌다. 연일 감염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던 국가들 마저도 질병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방역체계에 민낯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를 주목하고 있다. 국가 봉쇄를 하지 않고도 자동차 이동형(Drive Thru)·도보 이동형(Walk Thru)를 비롯한 선별진료소 운영으로 많은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감염자에 대한 철저한 추적 및 투명한 정보 공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코로나19에 완벽하게 대응하고 방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K-방역이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이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응을 벤치마킹하고 있으며, 전 세계의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수요가 K-방역의 인기를 방증하고 있다.

전 세계의 선례로 남고 있는 국내 코로나19 방역처럼 ASF 방역 역시 선례로 남지 말라는 법은 없다. 실제 정부는 ASF 역시 성공적으로 방역해 K-방역의 위상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5월 19일 ASF을 조기에 검출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새로 개발된 국산 진단키트는 기존에 사용하던 수입 진단키트에 비해 3일 이상 빠르게 ASF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후 10일 후에야 관련 단백질이 검출되는 기존 수입 진단키트는 감염 이후 1주일 내 폐사하는 급성형 ASF 진단이 어려웠지만, 이번 국내 진단키트가 개발되면서 급성형 ASF 진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 역시 지난 5월 18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야생멧돼지 포획 지침을 전달하고, 멧돼지 포획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간 강도 높은 멧돼지 포획을 추진해온 환경부는 봄철 영농을 겸업하는 엽사들의 포획 활동 참여가 감소하고, 사냥개의 활용이 어려워져 총기 포획 실적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포획틀과 여러 마리의 돼지를 포획할 수 있는 포획장을 적극 사용하는 방법으로 전략을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ASF가 발생한 시·군에 포획틀 배치 확대를 위해 국비 10억 원을 지원하고, 해당 지자체에서도 지방비 10억 원을 투입한다.

ASF가 장기화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돼지 사육 농가를 향하고 있다. 예방적 살처분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와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는 돼지 농가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ASF도 K-방역의 선례가 되고 빠른 시일 내 종식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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