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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구조의 한계 극복할 식물공장, 어디가 좋을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6.10 10:27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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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남극세종기지에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을 세우면서 국내 식물공장은 농업계에 획기적인 바람을 불어왔지만 연구사업이나 극한적인 상황에서나 사용할 법한 것이었지, 상용화돼 일반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 있을지는 기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점차 기술적인 발전을 거듭하며 일반에서도 생산라인을 갖추게 됐고, 이제 식량조달이라는 전 세계적인 과제에 직면하면서 식물공장의 가능성은 더욱 범위를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상도역 메트로팜 입구

도시인을 위한 신선채소의 조달 더욱 중요해질 것

유엔의 인구전망에 의하면 2019년 77억 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50년이면 97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70%는 도시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예측돼 도시지역의 식량조달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코로나로 인한 식량난을 굳이 들지 않아도 앞으로 도시민들의 먹거리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이나 개간되지 않은 땅을 농지화하는 것은 대안이 되지 못한다. 농지화는 환경부담은 물론이거니와 생물다양성과 녹지 감소로 이어져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을 가속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장거리 작물재배는 환경적 부담을 가중한다. 미국에서는 서부에서 집중적으로 생산한 채소를 약 4000~5000km의 거리에 있는 동부지역까지 수송하고 있는데, 이때 수송 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요인이 되며, 여기서 푸드 마일리지의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우리 역시도 신선채소를 가까운 상점에서 구매하지만 유통경로로 인한 자원과 에너지 낭비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한 동시에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식량생산 시스템으로서, 단위면적당 획기적인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식물공장이 장기적으로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식물공장은 식물의 생육에 적합한 환경을 용이하게 조성할 수 있고, 다단방식의 적용으로 바닥면적당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다. 물 사용량은 노지재배 대비 90% 이상 절감하며, 도시지역 저소득층의 식생활 개선과 푸드 마일리지 등의 사회적 문제 또한 해결할 수 있다.

 

스마트팜(재배실)

지하철 안의 농장

식물공장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공간활용도가 좋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작년 9월 지하철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식물공장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식물공장이 갖는 공간 효율성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울의 지하철 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정도로 깨끗하고 안전하며 저렴해 유동인구가 많다. 이미 많은 역에 빵집이나 카페가 있고, 쇼핑몰과 연계된 곳도 많다. 그리고 이제, 농장 또한 갖게 됐다.

국내 농업회사인 팜에이트와 서울시가 협업한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싱싱하고 깨끗한 채소를 적당한 가격에 재배하는 것이 목적인 일명 ‘메트로팜’은 지하철 7호선 상도역에서 1호점이 위치해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메트로팜의 좋은 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사람의 손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외농장들은 농부들이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매일 돌봐야 하지만, 메트로팜은 식물이 자라나는 데 필요한 환경요소, 즉 빛,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양분 등을 모두 스마트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동으로 감시하고 제어한다. 사람이 할 일은 씨뿌리기와 수확기 때 만이다. 상도역의 메트로팜은 이러한 청정채소를 365일 24시간 생산하는 재배시설 스마트팜과 더불어 로봇이 파종과 수확까지 알아서 재배하는 오토팜도 갖춰져 있다.

메트로팜은 또한 밀폐형 재배시스템으로서 사람이 들어갈 때 먼저 에어록(airlock)을 통과해야 한다. 이 에어록은 미세먼지와 같은 오염물질이 식물을 오염시키는 것을 막아준다. 이렇게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은 생산물이 살충제나 다른 화학물질 없이도 자랄 수 있게 해준다.

또 다른 이점은 효율성이다. 수경시스템을 사용하면 식물을 더 빨리 수확할 수 있다. 현재 상도역 메트로팜은 매일 약 50kg의 채소가 생산되며, 종류는 잎채소류 30~40종, 허브 20~30종이다. 이들 채소 중 일부는 재배하는 곳에서 불과 몇 걸음 거리의 팜카페에서 샐러드로 판매돼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생산물이 지하철역 안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유통이 훨씬 쉽고 저렴해진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이곳 메트로팜은 스마트팜이 생소한 시민들이 작물을 직접 만지고 수확물을 이용한 시식 등을 통해 미래 농업인 스마트팜을 쉽게 이해하는 교육·체험 공간으로서 팜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갤러리와 숲에서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휴식 공간 등 문화시설도 마련돼 있다.

팜에이트사는 앞으로 메트로팜을 더 많이 열 계획이다. 상도역을 중심으로 답십리역을 시작으로 해 천왕역, 을지로3가역, 충정로역 등 5개소를 메트로팜으로 조성, 많은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미세먼지 걱정 없는 청정채소를 맛볼 수 있도록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가용한 농경지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농장은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식물공장의 필요에 의해 도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인공광형 식물공장의 실용화를 추진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채소의 생산방법뿐 아니라 식품의 안전한 생산관리체계와 병충해 방제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일본 식물공장의 소매점에서 공급량과 가격이 안정적이며, 균이 적고, 신선도가 높다는 점에서 식물공장 채소가 호평을 받고 있다. 식물공장 채소의 시식 판매, 패밀리층을 대상으로 한 요리체험 등 점포의 차별화를 목표로 하는 매장에도 소규모 식물공장이 이용된다고 한다. 현재 일본은 간식용 샐러드 및 월남쌈, 외식 체인점용 샐러드, 편의점 샌드위치의 재료 등으로 식물공장용 채소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식물공장이 도시민의 수요를 모두 채울 수는 없다

식물공장은 기존의 농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먹거리 대안이자 도시 내 농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식물공장을 창업하기에 지하철은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다. 그렇지만 메트로팜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메트로팜의 지역적 특성으로 인한 거부감 혹은 잠재적인 단점들도 항시 존재한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식품을 공급하기 위한 더 개선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계속해서 실험적인 도전을 통해 최선의 방식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해 노지채소의 시장 공급시세가 급변하고 있어, 식물공장 채소의 수요가 소매, 편의점, 외식, 간식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될 수 있는 바, 다양한 공급망에 대한 수요가 가능토록 거점 확산과 재배작물의 다양화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식물공장이 도시민의 수요를 다 채울 수는 없다.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도시민들을 먹여 살리고, 환경적으로도 제어가 가능한 다양한 형태의 도시농장들이 더 많이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와 제한적인 식량 공급구조, 불투명한 재배과정 등 우리 식탁을 위협하는 많은 요소들 속에서 도시들은 다양한 형태의 농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도시민들이 생활터전을 벗어나지 않아도 농장을 즐길 수 있고 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는 더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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