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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O는 식량문제 해결에 득일까? 실일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6.10 10:33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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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누적된 기후변화와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여파로 식량안보가 흔들리고 있다. 유통망을 차단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외부로부터의 식량에 의존해온 지역에 치명타를 입히며, ‘전염병으로 죽기 전에 굶어죽겠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마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식량문제가 전 세계에서 문제가 돼온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먹거리의 안전한 확보는 오래된 인류의 숙제이자 미래를 담보하는 중대한 일인 것이다. 이 식량문제를 진보된 기술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GMO가 개발된 지도 20년이 됐다.

 

여전한 논란의 중심 GMO

GMO는 다채로운 차원에서 문제시되는 이슈다. GMO는 건강과 환경이라는 쟁점을 넘어, 문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적재산권과도 연결되는 다양한 논란을 가져온다. GM기술, 즉 유전자변형기술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늘 그러듯 기술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발전해나가는 것일 뿐, 문제는 그것을 사용하는 우리 측에 있다.

GMO로 인해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은 단연 안정성 문제다. GMO가 식탁에 오른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GMO 대부분은 가공식품이라 사람들은 그것이 GMO인지 모르고 먹는 경우가 많다. GM기술 자체를 개발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알고 먹게 해달라는 것이 GMO에 대해 기대하는 대부분의 소비자와 농민단체의 입장이다. GMO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소비자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식용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그것이 GMO인지 아닌지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채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정부 측은 GM식품에 대한 완전표시제를 시행할 경우 소비자들의 GMO에 대한 지나친 우려에 따른 구매 기피로 인해 발생할 물가인상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GMO 완전표시제는 이번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데, 실제 사회적 협의체를 꾸려 시민단체와 산업계의 이견을 좁히고자 시도했으나, 갈등만 지속됐고, 결국 시민단체의 논의 중단 선언으로 무산된 상태다.

이러한 갈등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계속되는 것은 GMO가 과연 우리 몸에 안전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GMO를 생산하는 측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GMO를 먹고 건강상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GMO에 반대하는 측은 지금까지 위해성이 없었다고 해서 그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안전성에 대한 검증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안전성이 입증돼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알권리도 경제적 영향과 관련돼 있어 완전표시제로 나아가기가 어려운 상황에 있다. 

 

GMO는 단지 먹어도 되고 안 되고의 문제가 아니다

GMO는 GMO만의 문제가 아니다. GMO에 대한 선택 여부보다 GMO를 과연 받아들여야 할지, 농민들이 GM작물을 재배해도 될 것인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GMO 자체보다는 종자와 농약의 독과점 경향이 더 심각한 문제다. 생명공학회사들이 이윤 추구에만 목적을 둬 GM작물을 개발하고, 신젠타와 몬산토를 결국 거대 제약회사 바이엘이 통합했듯 끝없는 인수 합병은 독과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한 GMO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더 중요하고 복잡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 GMO의 재배로 인해서 해충과 잡초들이 저항성을 갖게 되고 더 강력해진 제초제의 사용으로 인한 오염된 상수 공급, 토양의 질 악화,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스트레스, 분배 문제 등이 그것이다. 현대의 GMO는 식품의 세계화와 기업 확장과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대량 생산된 GMO가 소비자에게 제공되면서 식량자급과 관련해 또 다른 사회적 불평등과 불확실성이 따라 오기에 그렇다. 그 예로 생명공학기업들이 판매하는 작물의 종자는 한 해밖에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한 작물들은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내지 못해 결국 농민들은 해마다 새로운 종자를 구입해야 한다. 또한 그 작물에 반드시 필요한 제초제와 화학 비료까지도 함께 구입해야 한다. 물론 생명공학기업들은 이 모든 제품들을 함께 만들어 팔고 있다. 이렇게 농민들은 거대 규모의 생명공학기업들에 예속되고, 지역 농업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렇듯 GMO라는 주제는 사회정치적 권력, 문화 가치와 기업의 책임이라는 더 넓은 사안으로 확장 가능한 논쟁이다. GMO 자체를 경고하거나 거부해야 하는 게 아니라, 그 식품을 장려하는 산업적인 농업 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GMO는 식량위기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의, 아니 이미 고착화된 식량위기에서 GMO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다국적 기업은 인류의 고질적인 문제인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GMO를 개발했다고 한다. 결과는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GMO가 식량문제를 해결했다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또한 GMO의 가장 맹점은 한 품종의 GM작물은 모두가 쌍둥이처럼 똑같은 유전자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유전학적 동일성은 그 품종의 작물 전체를 기후변화나 재해, 전염병 등에 매우 취약하게 만든다. 실제로 1845년 아일랜드에서 100만명 이상의 아사자를 발생시킨 감자 대기근은 당시 아일랜드의 모든 감자가 유전학적으로 동일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GM작물의 재배는 이러한 재난을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반복시킬 수 있다.

이미 GMO는 전 세계 농경지의 8%가 넘는 1억 1430만 헥타르 이상의 면적에서 재배되고 있다. 그리고 그 면적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GMO가 가지는 취약성이 이미 퍼질 대로 퍼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MO 이전부터 이미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양은 모든 인구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굶주림의 원인은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굶주림의 진짜 원인은 빈곤을 낳는 사회 구조이며, 그것은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지역 농업이 붕괴함으로써 더욱 심각해질 뿐이다. 우리가 GMO을 먹는 안 먹든 상관없이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의 주린 배가 채워지지는 않는 것이다.

 

큰 틀에서 GMO 문제를 바라봐야

지금 세계적으로는 GMO 2.0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재배가 허용된 것은 농산물 중 극히 일부 품종에 불과했는데, 동물로는 처음으로 연어 사육이 승인되는 등 GM기술은 나날이 개발되며 차원이 다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GM기술은 단순히 새로운 작물의 개발을 넘어 질병의 치료뿐 아니라 동식물, 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청난 경제적 가치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진국의 기술개발과 특허 경쟁이 치열하다.

사실 GM기술은 인간 고유의 발명품이 아니다. 원래는 수십억 년 전부터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해 자연 상태에서 흔하게 이뤄지던 기술이다. 인간의 GM기술은 그저 이러한 자연의 기술을 차용한 것에 불과하다.

이 순간에도 GM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GM작물이 전혀 필요 없다고 해도, GM기술은 앞으로 증가할 유전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 필요하고,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도 필연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그러니 GM기술과 관련한 판단은 개별 이슈나 실험 결과보다는 GMO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GMO의 안전성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내려지면 소비자도 좋고 식품회사도 좋을 텐데, 세상에는 안전성을 명확히 입증하는 방법이 없으니 앞으로도 논란과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환경운동가, 과학자, 정부 기관, 기업 사이에서 GMO에 대한 격렬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는 매일 먹는 식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며, 어떻게 생산되고 결국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히 식품만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계되는 산업생태계와 전 지구적 식량의 분배와 같은 근본적인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함께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논란은 계속되겠지만, 우리는 지식과 자본, 연구와 토론을 통해 GMO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문화, 사회, 경제를 더 균형 있게 충족할 해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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