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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겪는 축산업, 답은 정해져 있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06.10 10:42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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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형 축산 등 육류의 생산 방식의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건강과 채식위주의 식단이 유행하고 있지만 육류, 육가공품 및 유제품의 소비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축산물 생산량 증가와 함께 개도국의 소득 증가가 이뤄지면서 육류 및 축산물 소비량은 갈수록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전망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식량 부분에 큰 축을 담당하면서도, 우리 삶에 우려로 자리하고 있는 축산업은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

 

축산물, 많이 찾고 많이 팔린다

계란을 포함한 고기나 육가공품, 혹은 유제품이 없는 식사를 해본 적이 언제인가? 극단적인 채식주의자 외에 많은 사람들이 답을 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많은 양의 축산물을 소비하고 있다.

미국 식품산업협회(FIA)와 북미육류연구소(NAMI) 산하 육류 및 가금류 연구 및 교육 재단(FMPRE)은 육류 소비 트렌드와 매출 성장 및 소비자 선호도를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육류 소비량은 약 505억 달러(약 62조 478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고기뿐만 아니라 닭고기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체 육류 소비량과 가격, 가구당 지출액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OECD와 FAO(UN식량농업기구)가 공동으로 발간한 ‘2019~2028 농업 전망’에 따르면 1인당 식품 소비량에 큰 변화가 없지만 인구 증가와 함께 농식품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특히 개도국의 소득 증가에 따라 육류, 유제품 등 축산물 소비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중국을 비롯한 브라질,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육류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1960년대 연간 일인당 5㎏ 미만의 육류 소비량을 보이던 중국은 2010년대에 들어 60㎏의 소비량으로 증가했으며, 브라질은 1990년대부터 서구 국가 대부분을 앞질렀다.

이와 함께 농축산물의 생산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에 따라 사육 가축 수가 증가할 것이며, 우수 종축 육성, 고품질 사료, 사육방법 개선 등 축산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향후 10년간 세계 축산물 생산은 약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전망에 물음표가 붙는다. 축산업이 지속해서 노출해온 문제점들 때문에 축산업에 대한 인식은 점점 나빠지고 있으며, 축산물 소비가 증가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량생산을 위해 살충제, 성장촉진제 사용 등으로 논란이 된 있는 축산물

축산업이 겪는 딜레마

축산물은 오랜 시간 식량의 한축을 담당해왔다. 특히 축산물은 식물성 식품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영양소의 결핍을 보충해주고, 양질의 단백질원을 공급하는 우수한 식량으로 자리잡아왔다. 실제 아미노산 밸런스가 갖춰진 고기, 생리활성 물질과 필수 영양소가 풍부한 계란, 고급 단백질과 칼슘으로 장내 유익균의 성장을 돕는 우유 등은 우리에게 사랑받아온 축산물이다.

그러나 최근 축산물을 보는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축산물을 얻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축산업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축산업은 각종오염을 야기해 왔다. 과거부터 분뇨와 도축부산물은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는 주범이 됐다. 또한 소가 되새김질을 하며 내뿜는 메탄이 대기오염과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러한 이유로 오염시설로 낙인찍힌 축산업은 악취문제까지 겹치며 기피대상의 혐오시설로 전락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축산시설은 계속해서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숨어들기 시작했고, 오히려 미허가 축산시설이 증가해 더 큰 오염 문제를 낳고 있다.

축산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환경오염뿐만이 아니다. 최근 축산업에서는 식량안보와 동물복지, 식품안전성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곡물 12㎏이 필요하다. 가축을 기르기 위해 사료나 먹이로 제공되는 곡물은 가축 사육 두수가 늘어나면서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고, 곡물자급률을 저하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축산물을 얻기 위해 또다른 식량안보를 해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양의 고기를 편리하게 얻기 위한 인간의 욕심은 식량안보뿐만 아니라 축산업의 안전성도 흔들고 있다. 세계에서 소비되는 소고기의 43%, 닭고기의 74%, 달걀의 68%가 소수의 다국적 농축산 대기업의 공장식 축산방식으로 생산·유통되고 있다. 사료가 될 곡물 재배부터 사육과 도축, 가공,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단계를 장악한 이들은 더 많은 축산물 생산과 수입 증대에만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 위주의 공장식 축산이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자 자연친화적 축산을 하던 농가들은 생산량과 가격경쟁에 밀리기 시작했고, 많은 축산농가들 역시 공장형 축산을 선택하고 있다.

공장형 축산은 더 좁은 공간에서 반 강제적으로 살을 찌우고, 도살해 고기를 얻는다. 그 과정에서 동물복지와 위생 등 지켜야 될 것들은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무시 받는다. 더 많은 생산량을 위해서라면 항생제, 살충제, 성장호르몬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비위생적인 축사 환경은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구제역,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HP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의 동물성전염병에 취약한 구조가 됐고, 살충제 계란 파동과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2018년 발생한 ASF는 돼지고기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은 ASF가 직격으로 휩쓸었고, 그 피해를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돼지고기 생산량은 3450만톤으로 감소했으며, 2030년까지 ASF 발생 이전의 돼지고기 생산량을 복원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축산업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채식위주의 식단을 채택하고 있으며, 축산물과 육식을 환경을 저해하고 동물복지를 해치는 행위로 바라보고 있다. 가축질병, 위생규제, 무역정책, 육류 소비의 건강·환경 영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등이 향후 육류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축산물은 식량의 한 축이지만 또 다른 식량의 안보를 위협함은 물론, 생산과 이윤에만 집중한 나머지 환경오염 및 윤리와 위생을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로 나아가는 축산업은 생산과 소비를 모두 저해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위해 꼭 해결해야 할 공장식 축산

지속가능한 축산으로

이러한 위기 속에도 전 세계 약 10억명이 넘는 인구가 종사하는 축산업은 여전히 농가소득 측면에서 중추적인 산업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축산물을 줄이기 위한 대체 식량이 개발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 인간이 필요한 식량의 30% 이상은 축산물이 차지하고 있다.

산업과 식량에 꼭 필요한 식량 자원이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돼 있는 식량이 축산물인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축산업이지만 선택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축산업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지속가능성을 계속해서 상실한다면 축산업은 큰 위기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축산업이 해결하지 못한 한계를 파고드는 산업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식량난이 예고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푸드테크(Food+Tech)가 주인공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접목되고 있는 식품기술 중에서도 특히 육류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들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식물성 단백질을 원료로 한 식물성 고기를 비롯해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곤충 식품, 동물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고기를 배양하는 배양육 등 축산업이 주로 차지해오던 동물성 단백질 분야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축산업이 가지고 있던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그들이 차지하고 있던 동물성 단백질 식품 분야를 차지하기 위한 기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산재된 문제거리 속에서 도전까지 받고 있는 축산업은 지금부터라도 지속가능성을 회복해야 한다. 축산과 환경의 공존 문제, 사료비 절감과 사료 자급률 향상, 공장식 축산을 멈추고 동물복지와 동물 질병을 예방해 위생과 윤리를 회복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 대응하기 위해 우량 품종(종축과 사료작물) 생산, 가축 생산비 절감, 축산물 자급률 향상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국내외의 축산업 역시 지속가능한 축산과 소비자들에게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국내 축산농가들은 2012년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도입해, 각 축종별로 동물복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돼지(2013년 도입), 육계(2014년 도입), 소(2015년 도입) 등으로 확대했으며, 많은 축산농가들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2011년부터 성장촉진용 항생제의 사용이 전면 금지됐으며, 질병 처방용 항생제 역시 수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가능하게 돼 식품안전을 위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이런 노력들은 계속돼야 한다. 축산은 동물을 잘 키우는 것부터 시작한다. 조금씩 축산 환경을 바꾸고, 더욱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생산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나가야만이 축산업도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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