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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자연이 짓고 농부는 시중을 드는 것일 뿐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6.10 10:45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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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다시 배우고 자연에서 해결점을 찾으려는 시도는 농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산성을 위해 오랫동안 추구해왔던 화학농업은 작물에도 사람에도 환경에도 질병이 될 뿐이다. 자연은 완벽한 솔루션이며 외부에 의존하지 않으며 생산성에도 좋다.

 

농업의 시작, 자연에서 배운다

인간이 발명한 농업은 인류사에서 아니 지구의 역사에서 가장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다. 사람은 생물종을 쫓아내거나 불을 질러서 몰아내고 거기다 사람이 좋아하는 곡물을 심었다. 농업이 발달한 곳에서는 대부분 짐승을 같이 키웠는데, 이들을 길들이는 과정도 그와 비슷하다. 길들인 동물과 식물은 사람과 공생 관계를 맺는다. 사람은 동식물을 지켜주고 동식물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

이렇게 농사는 기원전 8000년 쯤 서아시아의 언덕에서 처음 시작됐다. 서아시아 사람들은 양과 염소를 길들이고 밀과 보리를 재배했다. 얼마 뒤 중국인은 수수, 돼지, 닭 그리고 나중에는 벼를 심고 수확했다. 멕시코에서는 소출이 많은 변종들과 교배하는 옥수수의 특성 때문에 기원전 2000년이 돼서야 옥수수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옥수수 말고도 고추, 호박, 토마토, 초콜릿을 키웠고 페루에서는 감자를 심고 라마를 길들였다. 그런가 하면 아프리카에서는 얌과 사탕수수를 심고 소를 키웠다. 기원전 2000년 무렵에는 지금 우리가 심고 기르는 농작물과 가축이 모두 길들여졌다. 지금까지 사람이 길들인 가축은 50종밖에 안 되며 사람이 주식으로 삼는 농작물의 종류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농부들은 뜻밖의 어려움에 봉착했다. 갑자기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농사가 흙의 양분을 빨아먹기만 하는 것이었다. 자연생태계와는 달리 농작물은 양분을 빨아들이기만 하고 흙에다 내놓는 것이 없었다. 이렇게 흙이 힘을 잃으면 처음에는 땅을 버리고 무작정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 농사를 지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비효율적이어서 그다음부터는 흙에다 영양분을 공급했다. 거름을 뿌려서 인을 되돌려주고 콩을 심어서 질소를 되돌려줬다. 또 하나는 사이짓기라고 해서 한 농토 안에 여러 작물을 골고루 심는 방법을 썼다. 중앙아메리카에서는 호박, 옥수수, 콩을 섞어 심었다. 옥수수는 콩 줄기를 지탱하고 호박 뿌리는 흙을 붙들어두고, 콩은 질소를 빨아들인다. 농사를 잘 지으려면 무엇보다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부딪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흙이 깎여나간다는 것이었다. 자연생태계에서는 나무가 물을 가두고 흙을 만들고 기름지게 하며 뿌리로 단단히 붙잡아둔다. 경작지는 잘 마르고 흙이 바람에 날려가거나 물에 씻겨간다. 산간 지방에서 농부들이 밭을 계단처럼 다락 밭으로 만든 것도 흙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 꼭대기에 숲을 둔 이유는 영양분이 밑으로 스며들게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농사는 나중에 가서는 환경을 망칠 수 있다. 지나친 물 사용과 벌목에 의한 흙의 유실과 같은 것들 때문이다. 그리고 한 번 황폐해진 토양은 옥토가 되기 힘들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인간은 노하우를 축적하고 기술 개발을 거듭하는 방식으로 농업을 발전시켰고, 이제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서 모든 사람들이 농산물을 먹고 살게 됐다.

 

인간이 생산하는 아니라 자연이 만드는 것이다

인간사회는 농업을 알게 되면서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학문적 이론정립과 기술개발에 의해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용가치가 높은 것들을 골라서 재배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출발해 교잡으로 잡종을 얻었다. 최근에는 생명공학기술의 활용으로 가축, 곤충, 심지어 미생물을 활용한 해충저항성 옥수수, 제초제저항성 콩, 신선도가 장기간 유지되는 토마토 등 유용한 기능성 물질을 대량 생산하는 혁신적인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렇지만 집약적인 토지 사용과 화학농약의 사용은 작물에도 환경에도, 그리고 그것을 먹는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됐다. 그러자 환경보전과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요구는 점차 커져갔다. 본래 자연의 물질순환을 기본으로 하는 환경과 가장 잘 조화된 농업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1990년대에 들어서서 여러 가지의 친환견농업의 형태가 등장했는데, 이중 자연농업은 논밭을 갈거나 잡초를 제거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물론 유기질 비료도 주지 않으며,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초기 농경 시대의 농업 형태를 띤다.

이 자연농업은 일본 후쿠오카 마사노부에 의해 창시된 농업이다. 사실 창시됐다기보다 원래 자연이 알려준 농사의 초기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땅을 갈지 않고, 풀이나 벌레를 적으로 여기지 않으며,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것, 인위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 대신, 최대한 자연의 본래 활동에 맡겨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방식이다. 그는 이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사, 즉 무경운, 무제초, 무비료, 무농약에 의한 4무 농법이라고 부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는 대지로부터 존재해온 자연농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그대로 두는 것이 최고의 농법으로 여기고 풀 한 포기도 인간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한다. 그는 더 많은 수확을 위해 애쓰기보다 불필요한 노동을 하지 않는 길을 택했지만, 그의 땅은 해가 갈수록 더욱 풍성해졌다.

 

지역에 맞게 생산해서 먹는다

그렇지만 자연농법으로 많은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는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제로예산 자연농업이라는 것이 있는데 지역 규모에 맞게 시행되는 농업시스템의 한 형태다. 그것은 지역적으로 만든 비합성 투입물을 사용해 수확량과 농장 건강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농민의 직접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고안된 일연의 농업 관행이다. 

제로예산 자연농업은 인도, 특히 안드라 프라데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농업은 인도 경제의 근간으로, 인구의 43%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인도 국민의 약 60%가 2050년까지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농작물 손실을 포함한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은 토양을 저하시키고,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건강상 위해를 초래하는 비료와 살충제의 규제되지 않은 사용, 값비싼 종자, 투입물, 높은 대출금리가 인도 농업 부문이 직면한 난제들 중 하나이다. 후자는 만성적인 농민 부채로 이어져 농가에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제로예산 자연농업의 원칙은 헥타르당 생산성에 대한 지배적인 집중에서 벗어나, 농업으로부터 인간, 사회, 환경적 이익과 비용도 중요시하는 총체적인 접근에 초점을 맞춘다. UNEP는 이를 ‘자연의 가치를 가시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세계적인 이니셔티브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농업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여도가 저평가돼 있다며, 예를 들어 공동체의 화합과 소작농의 생계유지 등이 그것으로, 농식품 가치사슬이 자연에 미치는 의존성과 영향을 의사결정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4년 출범했다고 밝힌다.

아직 제로예산 자연농업에 대한 완전한 평가를 실시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토양 품질, 비옥함, 수분 보유 능력 등 긍정적인 생태학적 효과와 수확량 증가와 같은 사회 경제적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사이짓기를 통해 농부들의 수입을 증가시키고 다양화시켰고, 또한 식량안보와 기후변화 탄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농업은 이제 자연과 지역을 돌보고 그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해가고 있다. 자연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자연에 맡기는 농업, 더 많은 수확을 위해 애쓰기보다 불필요한 노동을 하지 않는 지역에 맞는 규모의 농업일 때, 땅은 풍성함을 선사해준다. 이제 자연농업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 됐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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