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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의 변화, 식량과 인간을 위협하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06.10 10:48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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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이 생명력을 잃는 현상을 사막화라고 한다. 생명력을 잃어버린 땅에선 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어떠한 먹거리도 구할 수 없다. 즉, 땅의 생명력은 식량안보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재도 보장할 수 없다. 문제는 기후변화로 인한 사막화가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점점 넓어지고 빨라지는 토양의 사막화

지구의 육지 표면을 이루고 있는 토양은 만물의 보금자리이자 번영을 이루게 하는 기반으로 불려왔다. 실제 토양은 각종 생물의 생산은 물론 생물의 배양 또는 분해·정화, 양분·수분·탄소 등의 저장, 토양 자원 공급, 생물다양성의 보존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 하고 있다.

특히 인류는 이러한 토양을 통해 생존과 복지의 중요한 기반으로 활용해 왔다. 비옥한 토양을 통해 식량과 자원을 제공받으며 이를 기반으로 문명이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인류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토양의 고마움을 망각하고 착취했으며, 오염시켜왔다. 토양은 천천히 생명력을 잃어갔고, 인간의 욕심으로 증폭된 기후변화는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토양이 생명력을 잃어가는 사막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8월 채택한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인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토지는 지구 전체 토지의 약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토지들은 인류에 의해 상당 부분 훼손되고 있으며, 인류의 토지 사용과 식량 생산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인류는 자연과 함께 황폐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극심한 가뭄과 장기간 건조화, 기후변화 등의 자연적인 현상이나 과도한 식물 벌채와 경작, 산업화, 노천 채굴, 지표수나 지하수 고갈 등이 인위적인 요인으로 토양이 사막처럼 황폐해지는 사막화가 전 세계 토양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1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육지면적 1억 4900만㎢ 중 5200만㎢에서 사막화가 진행됐고, 매년 6만㎢가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또한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세계 168개국이 사막화와 황폐화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범위는 점점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사막화의 원인은 지속되고 있는 가뭄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계속된 가뭄으로 강수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토양이 마르면서 사막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사막화로 토양의 황폐화가 이뤄지면 태양 에너지를 반사하는 양이 많아지게 되고 이에 따라 지표면이 냉각되면서 온도가 낮아진다. 이렇게 차가워진 지표면은 건조한 하강 기류가 형성되고, 강우량을 감소시켜 건조와 가뭄을 장기화시키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가뭄만이 토양을 사막화 시키는 것은 아니다. 토양 사막화의 또 다른 원인은 인류에 있다. 특히 농경지를 만들고 가축을 기르기 위해 무리하게 숲을 없애고 개발한 것도 사막화의 큰 원인이다. 농경지나 방목지는 땅의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빼앗고, 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황폐화를 일으키고 나아가 사막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숲이 사라지고 과도한 경작 및 관개, 산림벌채, 농약과 화학비료에 따른 토양오염은 토양을 죽음의 땅으로 만드는 또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토양의 퇴화, 식량안보를 위협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무분별한 토양 사용과 그에 따른 토양오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는 토양사막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토양의 사막화는 토양의 생명력을 빼앗는 행위며 이는 곧 인간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토양의 황폐화는 무엇보다 농작물의 생산능력이 떨어져 식량난을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의 보고에 의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촌에서 매년 우리나라의 1.2배 면적에 해당하는 12만km2의 경작지와 방목지가 사막화되고 있다. 아울러 사막화로 인한 농업과 유목 생산량 손실은 매년 420억 달러(42조 원)를 넘고, 110개 국 21억 명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사막화는 결국 식량 생산에 어려움을 초래해 이미 전 세계 인구의 10% 이상이 영양부족 상태에 직면해 있다. 가뭄과 사막화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하라 사막의 사헬지역과 아시아의 몽골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고 광범위해질 경우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유엔의 통계에 따르면 2050년대 지구촌의 인구는 약 90억 명으로 추정되는데, 늘어난 인구수만큼이나 현재의 경작지와 방목지보다 100% 이상이 늘어나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사막화가 지속될 경우 경작지와 방목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식량의 질은 떨어지고, 식량의 희소성이 높아져 식량 가격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사막화가 식량의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막화 현상이 식량안보뿐만 아니라 식량 불균형도 더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막화 현상은 그 특성상 전 세계 육지의 약 46.2%를 차지하고 약 30억 인구의 삶의 터전인 건조지대에서 더 잘 나타나는 데, 건조지대의 70%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다.

이를 증명하듯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사막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의 사막화율은 37%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아프리카가 3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개도국이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사막화는 또 다른 재앙이 되고 있다. 2007년~2008년 세계 곡물 파동으로 인해 밀, 옥수수, 콩, 쌀 등 주요 곡물 가격이 2~3배 뛰었던 당시 기후변화와 건조화, 사막화의 확장으로 십 수개의 가난한 나라들의 주민들이 치솟는 식량가격을 지불하지 못해 곤경에 빠지기도 했다. 이들에게 사막화는 굶주림과 가난을 더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식량의 위협과 존폐의 위협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문제 없나?

사막화 현상은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마치 먼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대체로 수목이 우거진 산림이 많고, 사막과 같은 황무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사막화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지형의 특성상 산림이 많고 경사가 많은 산악지형이며, 강우량이 여름철 집중되는 기후 때문에 토양 침식작용이 많은 편에 속한다. 이런 상황에서 다량의 화학비료 및 농약 사용은 토양의 질을 떨어트리고, 산림벌채, 도시화로 인해 산림이 훼손되면서 토양유실이 더해지면서 국내 토양은 빠르게 황폐화되고 있다.

이런 자연적 현상과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폭염과 가뭄 등으로 수도권과 경기·충청 지역은 매년 겨울부터 농번기철에 만성 물부족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천천히 사막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막화 현상에 우리나라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사료포함)은 2019년 기준 2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농지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국내의 농지면적은 1970년대 약 230만ha 정도였으나 도로, 택지, 산업단지 등 도시화로 인해 30% 정도가 훼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는 해마다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 가량인 2만ha씩 사라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국내의 식량자급문제와 농지감소의 원인은 육류소비 증가 및 농촌 인구 및 노동력 감소 등에 따른 농경지 감소 등의 원인이 크지만 앞으로 사막화가 이를 더 부추길 수도 있는 것이다. 농지가 빠르게 감소하고, 식량의 자급률이 흔들린다면 대부분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할 때 식량안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해외의 곡물을 들여오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유치함과 동시에 쌀 이외의 다른 곡물의 자급률을 높여 나가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식량에 대한 인식이 예전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 못해 투자는 물론 식량 자급문제 역시 당장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2022년 농업·농촌·식품발전5개년 계획에 따른 식량 자급률 목표치를 이전 계획보다 낮게 설정했다.

이에 따른 위기는 당장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교역의 문을 닫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곡물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식량안보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는 식량의 자급능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양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를 통해 토지 황폐화 예방 및 감소, 토지생산성 유지, 토지 황폐화에 대한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감소시켜야 한다. 식량은 반드시 지키고 유지해야 할 자원이며 그를 제공하는 토양 역시 우리의 소중한 자원이다. 식량과 토양, 두 가지가 흔들리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음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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