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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끊긴 세계식량시장, 어떻게 살아나나?
  • 조중혁 기자
  • 승인 2020.06.10 10:51
  • 호수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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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세계가 멈춘 해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모든 사회가 질병 하나에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세계가 병들어가는 와중에 특히 심각해지고 있는 산업이 있다. 바로 우리의 생명 줄인 식량산업이다.

 

공포가 공포를 부른다, 사재기와 식량대란

사람들이 평소 삶을 위탁하고 있는 사회에 문제가 생겼을 때, 많은 사람들은 평소에 먹고 마시면서 유지하던 생활을 그리워한다. 또한 자신의 안전 역시 심각하게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스크 대란이다. 우리나라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초기에는 마스크 사재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아 창고에서 사재기 꾼이 숨겨놓은 수많은 마스크 박스가 발견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안정된 상태다. 그리고 식량대란도 마찬가지다. 마스크와 마찬가지로 먹고 살려면 식량이 필요하지만, 더 이상 얻을 수 있는 확신이 없을 때, 사람들은 옆에 쌓아놓고 살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해외에서는 실제로 식량대란의 공포감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이동제한을 통해 떠날 수도 없자, 사람들은 카트를 끌고 와서 식자재와 생필품을 닥치는 대로 긁어가고 서로 싸우기까지 했다. 재난영화를 연상케 하는 이 장면은 외신을 통해 방영되며 황량해진 진열대의 모습과 대비돼 사람들의 공포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

 

식량고갈의 위협, 국가 간 갈등은 전쟁도 불러온다

이 같은 심각한 상황을 제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경고하고 있는 것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다. 이 기구는 코로나가 시작된 지난 3월 말부터 현재까진 식량 공급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4~5월엔 식량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유엔 식량안보위원회(CFS)는 물류 중단 현실화를 경고했는데, 당시 시점에서 식량을 옮길 수 없는 물류 중단 현상이 이미 벌어지고 있어, 감염 확대로 인한 노동력의 감소로 인해 식량의 생산 및 가공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식량안보 문제는 바로 이 같이 농산물 비축이 심해지자 생산국들이 잇달아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하며 국경을 폐쇄하면서 생겨난 문제다. 코로나 사태 당시 주요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아예 쌀을 중단하면서 큰 폭의 쌀 가격 상승을 불렀다. 그리고 한 달 후 수출을 재개했지만 수출양은 지난해 대비 40%가량 감소한 80만 톤에 불과한 상태다. 이웃국가인 캄보디아 역시 쌀과 생선의 수출을 중단했으며, 러시아 역시 곡물의 수출을 제한했다.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인 인도는 3주간의 사회적 봉쇄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물류 중지를 이유로 쌀 수출이 중지된 상태이며, 유럽 최대의 곡물수출국인 프랑스에서도 내부적인 수요 폭증과 물류난이 중첩돼 소비자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

만약 이들 국가가 수출하는 작물들이 어디에 들어가는지 알고 싶다면 지금 사서 먹고 있는 음식들의 원료표시를 보기 바란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수많은 음식과 과자들의 원료가 이들 국가들의 수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 이다. 당연히 이들 원료의 수출이 금지돼서 가격이 올라가면 이미 사놓은 원료는 그대로 쓰더라도 향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식품가격은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 생활에서 얻는 자금은 그대로인데, 식량의 가격이 올라가면 당연히 생활비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다른 소비는 제한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 산업의 활력을 죽이는 악순환을 거듭하게 할 뿐이다.

 

잇달아 망하는 식품기업들, 단순히 망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식량공급 체인이 끊어지고 사태가 장기화되자 체인의 중심에서 돌던 거대 식품기업들이 점차 백기를 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2일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업체 스미스필드푸드가 성명을 내고 직원들의 집단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자사의 공장을 잠정폐쇄한다고 밝혔다. 이곳은 미국 돼지고기 공급량의 4~5%를 책임지는 미국 최대 돈육 공장 중 하나로서 미국인들의 식생활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생산라인 중 하나다. 처음에는 3일간만 문을 닫고 소독을 하려 했지만, 3700명 직원 가운데 확진자가 250명에 이르자, 결국 잠정 폐쇄에 이른 것이다. 이들 공장의 폐쇄는 고기를 원료로 하는 미국 육류시장에 심각한 손해를 입히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웬디스는 미국 내 매장의 18%에서 육류가 들어가는 메뉴 판매를 중단했다. 식량대란은 식제품 가격도 상승시킨다. 미 CNN 방송은 지난 3월 14일 일주일 동안 미국의 달걀 판매량이 44% 급증했으며, 3월 초 이후 달걀의 도매가격이 180% 올랐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망하지는 않았지만 재정이 망하기 직전으로 몰린 기업들도 있다. 미국의 대형 식품기업인 크래프트 하인즈의 경우, 크래프트하인즈의 주가는 실적부진과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영향으로 지난 2월 11%나 떨어졌으며,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사가 크래프트하인즈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B-로 내렸으며 채권등급은 정크본드로 강등시켰다.

 

식량자급률이 취약한 우리나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돼

우리나라는 이 같은 식량대란에 결코 강하지 않다. 현재 자급력이 줄었다고 해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쌀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자원의 수입의존도가 너무 높아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50%에 머물 정도로 터무니없이 기초체력이 낮아 식량대란이 발생할 경우, 그 충격이 더 클 수 있어서다. 그리고 식량은 공산품과 달리 국내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어렵다. 품목별로는 장기간 비축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경우도 있어, 민간 부문의 가격을 통한 수급 조정체계로는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의 영양상태는 면역력과 감염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며, 거시적으로 방역 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식량의 생산 및 도입, 보관, 공급, 분배 전 분야에 걸쳐 공적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지켜보는 농업관련 전문가들의 마음은 다급하다. 현재 코로나가 계속 발생해 식량체인의 붕괴조짐을 볼 수 있었던 만큼, 향후 식량생산기반 강화와 식량자급률 제고 등 식량주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함께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식량주권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먹을거리산업을 키워내는 것만이 아니다. 국내 생산기반이 보호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식량주권을 지켜낼 수 없는 사실을 이번 식량대란사태를 통해 여실히 보여줬기에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이다. 농업을 비롯한 축산업, 어업 등 1차 산업의 보호를 통한 식량생산기반들은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지켜줌과 동시에 나라의 흥망 또한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한창 코로나 사태에서 주목받고 있는 우리 정부의 식량대책 역시 이목을 집중하며 지켜봐야 할 것이며, 주요 식량수출국과 공조를 강화하고 수입처를 다양화하는 동시에, 영양 측면의 대체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중혁 기자  megnumfir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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