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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에 맞게 될 폭염, 에너지빈곤층에 ‘엎친 데 덮친 격’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7.10 10:15
  • 호수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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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 높은 여름 폭염이 전망되는 가운데 사각지대에 있는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돌봄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 영향까지 더해져 갑작스레 빈곤층으로 내몰리는 계층이 늘어나며 폭염을 피할 에너지 공급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빈곤층에 더 극심한 여름 폭염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기상청에 의하면 올 여름은 평년보다 무덥고 폭염일수도 평균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 여파가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맞게 될 올 여름의 전조는 지난 5~6월부터 있었다. 기상관측 이래로 가장 더웠다는 5월, 그리고 이어진 6월은 이미 여름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사무실과 가정에서는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음을 알 수 있었다.

올해는 시민들이 뜨거운 여름을 피하기 위해 이용하곤 하는 카페나 공공시설도 코로나로 인해 섣불리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외출시 마스크 착용으로 열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생계를 위해 야외 작업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지도 모른다. 실내에 머무르며 충분한 냉방을제공받을 수 없는 빈곤층에게 올 여름은 더 없이 가혹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빈곤은 경제적인 이유로 가정에서 냉난방 등 필수적인 수준의 에너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상태로 정의된다. 영국에서 처음 개념이 도입될 당시에는 난방용 연료를 주로 다뤘지만, 최근에는 냉방, 조명, 가전기기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서비스 전반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에너지빈곤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는 에너지빈곤층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2000년대 후반부터 에너지빈곤 해결을 목표로 에너지바우처, 에너지요금 감면, 주택에너지효율개선 사업 등 다양한 에너지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에너지복지에서 소외된 이들이 존재하며 그들에게 다가온 여름은 어느 때보다 잔인한 계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저소득 가구의 에어컨 보급률 가구당 0.18대, 폭염대책 발등의 불

에너지복지정책을 마련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복지대상에 대한 실태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에너지복지정책의 주요 대상인 저소득가구에 대한 에너지소비 실태조사가 부족한 편이다.

최근 조사로는 서울연구원에서 2019년 서울시 저소득가구 602가구를 대상으로 에너지소비 실태를 조사한 바있다. 그 결과 서울시 전체 가구의 가전기기 보급률과 비교하면, 저소득가구는 컴퓨터, 에어컨, 조명 등의 보급률이 낮았다. 특히 에어컨 보급률은 가구당 0.18대로 전체 가구 평균인 가구당 0.89대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 저소득 가구의 에어컨 보급률은 그나마 2009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정부와 에너지사업자 등으로부터 받는 에너지요금 감면, 에너지바우처 등을 제외하고 서울시 저소득가구가 실제로 지출하는 에너지비용은 월평균 3만 6200원이었다. 가구유형별로는 차상위계층의 월평균 지출액(3만 4900원)이 가장 낮았는데, 현재 에너지복지 정책의 수혜대상과 지원규모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가구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에너지복지 혜택을 적게 받는 차상위계층이 에너지요금에 대한 부담으로 가구 에너지소비를 줄인 결과로 추정된다.

전국 일반가구에 비해 서울시의 저소득 가구는 에너지빈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전국 저소득가구에 비해서는 상황이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서울시의 주거비용이 다른 지자체에 비해 높기 때문에 월세를 차감한 후의 소득을 기준으로 보면 전국 저소득가구와 서울시 저소득가구의 에너지비용 비율 분포도 간 차이는 많이 줄어든다.

실태조사 결과 현재 정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빈곤 기준(TPR: 소득의 10% 이상을 냉난방 등을 위한 에너지비용으로 지출하는 가구)에 따른 서울시 저소득가구 중 에너지빈곤 가구의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그러나 국내의 상황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지표이면서 유럽연합에서도 추천하고 있는 지표(2M: 소득 중 에너지비용으로 지출하는 비율이 전국 중윗값의 2배 이상)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서울시 저소득가구 중 에너지빈곤 가구의 비율은 12.5%다. 서울의 높은 주거비를 고려해 총소득에서 월세를 차감한 후 다시 산정하면 저소득가구 중 에너지 빈곤 가구의 비율은 29.2%까지 높아진다.

서울시에서는 높은 생계비 부담으로 인해 적절한 수준 이하로 에너지 비용지출을 줄이는 숨겨진 에너지빈곤 가구(HEP: 에너지비용 지출액이 가구원 수별 전국 중윗갑의 절반 이하인 가구)의 비율이 저소득가구 3가구 중 1가구로, 에너지비용 비율을 기준으로 산정한 에너지빈곤율보다 높다. 차상위계층과 기타 저소득가구 등 상대적으로 에너지복지 혜택을 적게 받는 저소득가구 유형에서는 5가구 중 2가구가 숨겨진 에너지빈곤에 해당했다. 또한 서울시 저소득가구 3가구 중 1가구에서는 적절하지 못한 냉난방으로 인한 온열·한랭질환과 같은 건강질환을 경험한 바 있었다. 숨겨진 에너지빈곤 가구일수록 냉난방 에너지 부족을 경험할 확률이 2배 이상 더 높았고, 에너지부족을 경험한 가구일수록 건강영향을 경험할 확률이 3배 이상 더 높았다. 이는 소득 대비 에너지비용 비율을 기준으로 한 지표뿐 아니라, 숨겨진 에너지빈곤을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지표도 함께 사용해야 함을 보여준다.

코로나 여파로 인한 생계비 부담 증가, 일찍 찾아온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 증가, 물가상승과 높은 주거비 등 에너지빈곤 영향요인은 장기적으로 부정적으로 전망돼 에너지빈곤 증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가구소득, 에너지가격, 기후변화 등의 외부 여건이 앞으로도 호전될 가능성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에 에너지빈곤으로 인한 건강영향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더 절실해졌다. 당장 코로나로 시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번 더위가 더 큰 시련이 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는 에너지 복지 지원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는 숨겨진 에너지빈곤가구를 파악하고 이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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