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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 드러난 인수공통전염병 국제공조, 국제사회 리드할 기회가 될까?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07.10 10:30
  • 호수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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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반기는 한 단어로 정리가 가능할 것 같다. 바로 ‘코로나19’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COVID-19(이하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 세계는 인수공통전염병 하나에 마비가 됐으며, 국가의 방역체계의 민낯을 드러냈다. 또한 인수공통전염병은 점점 진화하고 국경을 넘어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제는 국제공조가 필요한 항목이 된 것이다.

 

코로나19가 남긴 것

벌써 반년이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를 지향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자발적 거리두기 등 최대한 외톨이 생활을 지향하고 있는 삶이 반년째 지속되고 있다. 아무리 덥고 갑갑하더라도 마스크는 외출시 필수 아이템이 됐고, 매일 확진자 수와 확진자의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평범하던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에 갑갑함과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 세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에 전 세계가 비슷한 상황이다. 즉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합심해 해결해야 할 현존하는 최악의 문젯거리가 됐다.

그러나 현 시점까지 세계 각국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택해왔다. 각국 정부의 판단 하에 대비책을 마련하기 바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나라의 문을 걸어 잠그고, 자국민·외국인에 대한 입출국 제한, 방역물자 및 식량 등 필수물자의 수출입 제한 등을 통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에 급급했다. 또한 코로나19가 발생하면 각기 다른 기준과 방식으로 감염 확진자를 진단·격리하기 바빴다. 그 과정에서 의료전문인력과 장비 부족 현상이 나타났고, 일부 국가들은 방역체계에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 4월 8일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량이 최대 32%까지 저하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단절된 국경은 언제 정상화로 돌아갈지 예상이 서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 분업체계와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결국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WTO의 예측이 확실하게 된 것이다.

결국 유례없는 전파력과 위험성을 가진 전염병에 어느 국가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국제문제가 될 코로나19였지만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전파만을 제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런 국가들의 각자도생식 대응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전파로 이어졌고, 코로나19의 더딘 회복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쓸 인수공통전염병의 국제문제를 지휘하는 시스템과 리더십의 부재는 코로나19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걱정해야 할 지경을 초래했다. 

 

코로나19는 예고돼 있었다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모든 시스템을 정지시킨 코로나19는 사실상 예고된 재앙에 가깝다. 최근 20여년간 새롭게 발생하거나 더 강력하게 재발하는 감염병이 다양한 전파경로로 퍼지면서 지역과 국경을 넘어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 왔다.

특히 그중에서도 신종 감염병의 약 75%는 인수공통 또는 매개체 관련 감염병이 차지할 정도로 인수공통전염병이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인수공통전염병은 사람 감염병의 약 60%를 차지하기도 하며,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신종감염병의 거의 대부분이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된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대표적으로 신종감염병인 1997년 H5N1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 2003년 사스코로나바이러스, 2009년 H1N1 신종인플루엔자바이러스, 2012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코로나바이러스 등은 야생 철새, 사향고양이, 돼지 및 낙타 등이 자연계 병원소 또는 중간 증폭 숙주로 작용해 인간으로까지 감염을 초래했으며, 수많은 감염자와 사상자를 발생시켜 피해를 입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종인수공통감염병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는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신종 감염병의 국제적인 확산 방지에 관한 국제기구로 지난 1948년 설립된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존재한다. UN의 내부 기관은 아니지만, 국제연합헌장 제57조에 근거해 각 전문분야별로 창설된 UN 전문기구로서 광의의 유엔 일원으로 취급되고 있는 WHO는 2005년 체택된 국제보건규칙(IHR: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 이하 IHR 2005)에 따라 신종 감염병 발생시 WHO 회원국이 준수해야 할 통고 의무와 정보제공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전 회원국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존재한다.

그러나 WHO 역시 신종감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한계를 드러냈다. 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회원국이 WHO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거나 발생사실을 감추는 등의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한 WHO 회원국이 IHR 2005를 어겨도 강제하거나 제재할 수단이 미비한 점은 이를 더 부추기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이러한 WHO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코로나19 발발 당시 중국은 이를 신속하게 WHO에 통고하지 않고 은폐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설립 이래 현재까지 만성적인 예산 부족에 시달려온 WHO는 미국, 중국 등 WHO의 주요 예산 부담 국가들의 입김에 휘둘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도 WHO의 한계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WHO는 본연의 임무보다 예산부담 주요국의 경제적 타격 최소화를 위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음은 물론, 백신 등에 대한 정보공개의 투명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러한 WHO의 한계와 폐단은 분명히 드러났다. 지난 4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WHO가 중국을 감싸느라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질책하며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코로나19와 같은 국제적 재난급인 질병을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각국의 역량을 모아 해결책을 리드해야 할 국제공조가 무너진 상황이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은 코로나19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며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더 강한 인수공통전염병, 이대로는 안 된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와 같은 신종인수공통감염병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병원균과 사람, 그리고 환경적 요인들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하고 무서운 질병이 발병할 수도 있다.

실제 병원균은 유전적 적응변화를 통해 사람 감염 및 확산 전파능력을 획득하고 있으며, 인구고령화, 항생제 남용에 따른 면역저하 및 만성질환환자 증가 등의 인구학적 변화와 국제교역, 여행 등의 행동반경의 변화로 전염병에 대한 사람의 요인도 급변하고 있다. 여기에 기후 변화, 생태계의 변화, 경제개발과 밀림 파괴, 가난과 사회 불평등, 도시집중화, 공중보건체계의 미비, 전쟁, 정치적 의지의 부재, 환경적인 요인도 신종인수공통감염병 발병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이에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의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보다 강한 규범을 갖춘 대응체계로 새로운 국제공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신종인수공통전염병은 기후변화와 마찬가지로 인류를 위협하고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는 새로운 재난이다. 이에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과제에 대응해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같은 다자간 체제를 만들어 냈듯 신종인수공통전염병에도 WHO와 IHR 2005를 뛰어넘는 획기적인 다자간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발병했다 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경제, 환경 등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투명한 정보공개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며, 국제공조가 정치적인 목적이나, 일부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지 않는 공정한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력한 전염성을 가진 신종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개도국을 위해서도 신종인수공통전염병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는 국제공조가 시급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에 우리나라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와 외신으로부터 코로나19에 가장 모범적으로 대응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코로나19 발병초기 혼란은 있었지만 국경 차단이나 국내외적 인적·물적 교류의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고 감염자의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마스크 착용부터 선별진료소 운영, 드라이브 스루 진단, 철저한 확진자 동선 추적 및 공개, 진단키트 개발, 사회적 거리두기 등 획기적인 방식으로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방역체계를 선보임으로써 전 세계에 ‘K-방역’을 알렸으며, 이는 방역체계가 무너진 국가들에게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5월 30일 올해 G7(주요 7개국 회의) 의장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6월에 예정됐던 G7 정상회의를 9월로 미룰 것을 발표하며, 우리나라를 초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며 우리나라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전쟁 이후 급속도로 경제개발을 이룩해 놀라움을 안겼지만, 이후 국제사회에 국제적 아젠다를 제시하거나 국제문제에 있어 직접적인 주요국의 위치에 올라본 적이 없다. 코로나19에 있어서는 다르다. 무너진 국제 공조 시스템 속에서 우리나라는 뛰어난 자체역량을 보여줬고, 이를 증명할 기회가 오고 있다. 이 기회를 새로운 국제공조를 이끌어내고 국제사회의 리더로서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살려야 할 것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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