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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멈춰진 세계 경제와 함께 무기한 연기될 것인가?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7.10 10:51
  • 호수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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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종식이 요원한 가운데 국내외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당장 정부와 국민들은 코로나19 방역과 파탄 난 경제를 회복하는 데 온 관심이 쏠려있다. 우선은 그것이 가장 긴급한 문제이기에 급한 불부터 꺼야 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긴급대응이 필요한 기후변화에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기후변화는 지금의 코로나 사태의 직간접적인 원인이자 앞으로 더 큰 재앙을 예고하는 이슈 중 이슈다.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마저 연기되며, 우여곡절 속에서도 명맥을 이어온 기후 대응이 멈춰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시선이 많다.

 

COP26, 1년 뒤로 연기

올 연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6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불가피하게 2021년 11월로 연기됐다. 당초 계획보다 1년 늦게 열리게 되는 것이다. COP26 참가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고 기후 대응을 위한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요 고려사항이었다.

6월 23일 현재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확인된 사망자는 46만 9587명이다. 큰 모임은 전염될 위험이 높다. 협상가, 정치인, 재계 지도자, 과학자, 운동가, 언론인 등이 섞여 있는 COP26에는 최대 3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지연된 회의도 당초 예상규모와 같은 규모로 열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연기된 COP26은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의 목표와 배출량 감축을 위한 집단행동 간의 괴리를 좁히기 위한 중요한 회의다. 우리 정부는 2020년 내 이 협정에 대한 최신 공약을 발표할 예정인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더 강화하고 1.5℃ 달성을 위한 국제적 기준인 순배출 제로 목표를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코로나19는 특히 가난한 나라들의 기후 계획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확실히 개발도상국들의 2020년 기후변화 조치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새로운 기후계획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의 여파로 원조 예산이 삭감되면 취약한 국가들의 기후 행동과 회복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한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지연된 기후회의는 국가들에게 연장의 기회를 줄 수 있다. 다소 긍정적인 부분은 세계 배출량 2위인 미국이 11월 선거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파리협정에 재진입해 보다 야심찬 기여로 기후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번 COP26 연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회의 연기가 기후 행동을 연기하는 것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고강조하는 부분이다. 과학자들은 특히 기후 영향의 최전선에 있는 가장 취약한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여행 제한 속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없는 한 전문가들은 반등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기후전문가들은 저탄소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 경제 회복조치와 오염분야 노동자들을 위한 재교육으로 코로나19 사태로부터의 녹색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COP26이 열릴 예정인 영국 글래스고

멈춰진 세계, 기후대응도 멈춰져선 안 돼

파리협정이 채택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정부들은 유엔에 더 강력한 기후 계획을 제출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이것은 파리협정에 구축된 단계적 강화 메커니즘의 첫 번째 도전이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100개 이상의 취약국들과 전 세계 배출량의 약 15%를 대표하는 개발도상국들이 국가결정기여(NDC)라고 알려진 그들의 기후계획을 증가시킬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들이 기후계획을 설계하고 전달하는 것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들이 국가조정회의와 워크숍을 연기해야 하는 바람에 그들의 노력 또한 지연되고 있다. 때문에 올해 각국이 NDC를 제출할지는 확실치 않다. 아무도 앞으로의 일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NDC 절차에는 대개 광범위한 국가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3개의 대규모 국내 회의와 5개의 보다 집중적인 소규모 회의가 필요한데, 일부 회의는 온라인으로 할 수 있을지라도 모든 회의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회의 또한 오프라인 회의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기후회의를 위한 접근방식이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그간 놓친 시간들을 보충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한데, 그러나 이마저도 불확실한 것이 현실이다. 올해 약 20개국이 보다 야심찬 NDC를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계녹색성장연구소(GGGI)는 회의를 가능한 한 많이 온라인으로 이동시켰고, 지금까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정부와의 협의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리협정은 글래스고 기후회의가 아닌 연말까지 새 계획이나 업데이트된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마샬 제도, 수리남, 노르웨이, 몰도바 등 4개국만이 강화된 NDC를 유엔에 제출했다.

협상가들은 NDC 강화 과정이 상황을 감안할 때 어떻게 계속 진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최저개발국 중 일부는 새로운 NDC를 개발 중이지만 다른 나라들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가 파트너 조직과 자금 조달자의 자금조달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면 NDC 개발의 시작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올해 경기둔화가 개발도상국의 기후계획 강화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우려되고 있다. 대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는 중대하다. 급격한 경제 침체와 부유한 국가들이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금융 예산을 삭감할 수 있는 위험은 회의와 협의의 지연보다 파리협정에 더 중요한 위협이다. 2009년 선진국들은 기후영향에 대처하고 배출량을 줄이는 취약국을 돕기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를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선진국들은 아직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국제협력이 세계적 도전에 결정적

국제 사회는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했지만, 세계 온실가스 배출 추세는 위험한 3℃ 상승 시나리오를 향하고 있다. 전례 없는 온도 상승과 기후 재난으로 인해 이미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며 사회경제적 약자가 더 큰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코로나 상황을 맞아 부유한 나라들은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자국의 산업들을 구제하면서도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기후 약속 또한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월 말 온라인에서 열린 피터스버그 기후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30개국 각료들에게 화상연계를 통해 연설하며 각국 정부에 국제기후금융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복구 기금과 기후금융에 대한 이중적 필요성은 정부가 그들의 돈을 어떻게 분배하는지에 대한 매우 어려운 논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각료들에게 국가적인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기후 보호에서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국제적인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독일은 올해 국제 기후금융을 위해 40억 유로를 배정했는 데, 이는 2014년에 비해 두 배 증가한 금액이라고 한다.

기후외교의 주축인 피터스버그 기후회의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둔화에 따른 ‘녹색회복 패키지’ 설계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계 최고 부국 정부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 계획과 심각한 타격을 입은 산업에 대한 구제금융을 놓고 고심하는 중, 개발도상국들은 자원이 줄면서 이중 위기를 맞고 있다. 아프리카 그룹은 선진국들에게 올해 말까지 기후금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에 합의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화상 연설에서, 르완다의 환경부 장관은 코로나19 위기는 “우리 사회의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불평등을 더 많이 노출시켰으며, 우리는 경기장을 평준화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공중보건 위기와 기후 위기를 모두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은 이틀간의 회의 내내 되풀이되는 주제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단 한 가지 해답은 용감하고 비전 있고 협력적인 리더십”이라며 “전 세계 많은 지역이 필요한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최대 배출국들을 선정했는데 그들 역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대형 배출국의 기여가 없다면 우리의 모든 노력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의 기후 대응은 앞으로의 몇 달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정지됐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세계가 기후 행동에 대해 방향을 바꾸게 될지 아니면 기존의 공조기조를 이어갈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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