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9.22 화 13:04
FUTURE ECO
상단여백
HOME 월간퓨쳐에코 특집/기획 기획/이슈/진단
두 얼굴의 화학물질, 철저한 관리만이 살 길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09.10 10:36
  • 호수 132
URL복사

원소·화합물 및 그에 인위적인 반응을 일으켜 얻어진 물질 또는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는 물질을 화학적으로 변형시키거나 추출 또는 정제한 것을 화학물질이라고 한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각종 산업에서 필수요소 혹은 촉매제 역할을 하며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문제는 관리와 취급이 부적합할 경우 인체나 환경에 유해할 수 있으며 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방치된 질산암모늄이 폭발해 대형피해를 입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베이루스의 대형 폭발, 원인은 화학물질

지난 8월 4일, 각종 매스컴에서는 동영상 하나가 큰 이슈를 끌었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일어난 폭발 사고 영상이다. 시내 중심가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항만 창고에서 두 번의 커다란 폭발이 발생한 것이다. 엄청난 위력의 폭발은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일각에서는 미사일이나 핵폭탄 정도의 포격을 의심하기도 했다.

실제 베이루트 폭발 사고의 규모는 고성능 폭약(TNT) 1500t의 폭발규모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핵폭탄 위력의 30%에 달하는 수치였다. 순간적인 폭발에 157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부상을 입거나 실종됐다. 수도 베이루트는 갑작스런 폭발로 인해 아수라장이 됐고, 사람들은 슬픔에 빠졌다.

하지만 전 세계인들을 더 놀라게 만들었던 것은 폭발의 원인이 드러나면서부터였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정도로 큰 피해와 수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킨 이번 폭발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폭발 사고 직후 포격, 테러 등이 운운 됐으나,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 과정에서 폭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 것은 다름 아닌 ‘질산암모늄’이라는 화학물질이었다.

암모니아와 질산의 혼합물인 질산암모늄은 무색·무취의 결정성 가루로, 주로 농작물 재배시 필요한 질소를 공급하기 위해 농업용 비료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다. 질산암모늄은 공기 중에서는 안정적인 상태를 띄지만 고온이나 가연성물질과 닿으면 쉽게 폭발하는 성질이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폭발한 베이루트 항만 창고에는 인화성 화학물질인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 2750톤가량이 6년째 방치된 채 적체돼 있었다. 현지에서는 이러한 질산암모늄에 용접 작업 등에 의한 불꽃이 튀었고, 질산암모늄이 대형 폭발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결국 이번 대형 폭발 사고가 포격도 테러도 아닌 화학물질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임이 밝혀지면서 레바논 국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이에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그런 위험한 화학물질이 안전하지 않게 저장돼 있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사고 수습과 함께 책임자 색출에 나섰지만, 폭발 위험이 큰 화학물질을 수도 인근 창고에 방치했다는 사실과 함께 피해 수습 및 보상 문제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화학물질 관리, 레바논만의 문제일까?

베이루트 폭발 사고가 질산암모늄의 관리 소홀로 인한 폭발이 원인이라면 대형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필연적 사고였다. 폭발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누출돼 환경을 오염시키거나 인체에 위협을 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질산암모늄은 너무나 쉽게 폭발뿐만 아니라 누출될 경우 눈과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독성도 갖추고 있다. 때문에 질산암모늄은 국내 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사고대비물질로 지정한 화학물질이기도 하다.

이처럼 화학물질은 각종 산업에 도움을 주는 요소이자 세정, 세척, 방향 등을 목적으로 우리의 삶에도 필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 보팔에서 42톤의 아이소사이안화메틸(MIC)이 누출되면서 2800여명이 사망하고 20만명이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됐던 ‘보팔 참사’, 유해화학물질을 쌓아둔 창고가 폭발해 173명이 사망하고 797명 부상(58명 중상자 포함), 8명이 실종된 중국 텐진항 폭발 사고 등 화학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국내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1991년 두산 중공업의 낙동강 페놀유출 사건, 2012년 구미시에서 발생해 5명이 숨졌던 구미 불산 누출사고, 피해 신고자만 6509명(사망자 1431명)에 이르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 사건 등 화학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화학물질안전원 화학물질종합안전시스템의 화학물질 사고현황 및 사례를 살펴보면 2014년 1월 8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전국에서 541건(누출 417건, 폭발 45건, 화재 31건, 기타 48건)의 화학 사고가 발생한 바 있으며, 사고 발생의 원인은 시설관리 미흡(218건), 작업자 부주의(201건), 운반차량 사고(114건), 기타(8건) 등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올해(2020년 1월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발생한 화학사고의 건수는 35건에 달한다.

 

철저한 평가와 관리만이 안전지대를 만든다

화학 사고는 발생했다 하면 심각한 피해로 이어진다. 인명과 재산피해는 물론 피해 복구와 자연 복원에도 많은 자원과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최대한 화학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2012년 ㈜휴브글로벌의 불산 가스 누출 사고와 2013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2013년 6월 기존의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아래 ‘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아래 ‘화관법’)으로 분리해 화학물질을 관리하고 있다.

화관법은 화학물질에 대한 통계조사 및 정보체계구축, 유해화학물질 취급 및 설치·운영기준 구체화 등의 안전관리 강화, 화학사고 장외영향평가제도 및 영업허가제 신설 등을 통한 유해화학물질 예방관리체계를 강화, 사고대비물질 관리강화, 화학사고의 발생 시 즉시 신고의무를 부여, 현장조정관 파견 등 화학사고의 대비·대응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화평법은 화학물질 정보를 등록, 심사, 평가해 화학물질 정보를 생산·공유함으로써 사전 예방관리와 유해화학물질 함유 화학제품의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화평법은 국내 시장에 진입하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고, 화관법은 화학사고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함으로써 노동자들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 요소를 예방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화학물질 관리와 유해화학물질 취급 및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화관법과 화평법은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특히 화학안전법률이 있음에도 대형 화학사고는 매번 발생했고, 그 때마다 사고 원인과 규제의 미비점을 보완하며 규제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특히 2015년 구미 불산유출 사고 이후 당시 정부는 화관법을 대폭 개정해 화학사고 때 사업장 주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장외 영향평가제도를 도입했고, 사고 대응 시나리오와 응급조치 계획 등을 담은 위해관리계획을 마련하도록 명령했다. 위해관리계획은 지난해 유예기간이 종료돼 화학제조기업들은 화학물질 취급량이나 보관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화학사고에 대한 예방을 강화하고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화학사고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환경부는 화평법을 개정해 연간 1톤 이상 기존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는 자 또는 100kg 이상 신규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에 위해성 자료를 등록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이를 어길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매년 강화되는 규제에 화학업계에서는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강화된 화평법에 따라 각 업체는 취급하는 화학물질이 인체와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공인시험기관에 의뢰해 작성하거나 기존 평가 자료를 구매해 환경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즉,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규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규제가 계속 강화되는 이유가 화학물안전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학물질을 취급·제조·수입하는 기업 및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루트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법은 없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화학물질만 해도 2만 5000여종에 달하며, 그중에서 베이루트 폭발 사고의 원인이 됐던 질산암모늄과 같은 고독성·고위험성을 가진 사고대비물질도 97종에 달한다. 발생했다 하면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화학사고로부터 안전지대를 만들기 위한 규제와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 부분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임호동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환경행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QR 코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