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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태계가 공존하는 환경을 위한 생태윤리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09.10 10:57
  • 호수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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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위기의 원인은 인간이 생태계를 인간 중심의 사고로 보아온 것에 있으며, 그 근간은 서양의 지배패러다임과 산업문명인 것으로 간주된다. 우리가 자연환경을 복원하고 다시 생태계와 연결되기 위해서는 만물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 같은 자연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과 환경위기의 극복방안으로 생태주의, 환경윤리와 같은 생태철학이 제시된다.

 

생태철학의 시작

생태계 위기에 있어 가장 먼저 시작된 것은 사회운동이었다. 이는 반환경적 과학, 기술, 산업구조에 저항하면서 철학적, 윤리학적 반성을 일으켰다. 이성중심적 자연형이상학을 대신해 자연중심적 자연형이상학을 세우고자 했으며, 이것이 바로 생태철학이다.

생태철학은 생태학적, 환경적 문제의 형이상학적 기초가 됐던 전통철학의 반생태적 전제를 비판적으로 탐구했다. 나아가 새로운 생태학적 형이상학을 세우기 위해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반성하며, 생태학의 철학적 이해의 틀을 제시하고자 했다. 생태철학의 관점에서 볼 때, 환경위기로 제기된 문제는 매우 근원적이어서 기독교적 전통에 기초한 철학으로는 충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서구 전통철학과의 근본적인 단절을 요구했다. 모든 철학적 논의가 윤리적 실천으로 귀결되듯이, 생태철학의 성과 또한 환경윤리학으로 구체화돼갔다.

그렇다면 지금껏 인간은 자연환경에, 환경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왔을까. 지난 60년대 중반에 미국에서 등장한 ‘환경’이라는 말은 최근에 와서 ‘생태’라는 녹색 이미지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60~70년대 환경사상은 주로 환경적 관심에서 출발했는데, 공해, 오염, 보존, 보호 등 인간중심적 관심으로부터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자연환경을 지킬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에 와서는 생활양식으로서의 생태학적 관심으로 이행되면서,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생태환경문제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 양상만이 아니라, 삶의 양식, 세계관의 문제가 됐다는 뜻이다. 물 부족, 공기의 오염, 자원의 고갈 등 환경의 변화는 인간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고, 이 때문에 생태환경문제는 단순히 유례없는 위기의 문제라기보다는 생태지향적 삶을 위한 생활양식의 문제가 됐다.

 

실제적 철학의 부재

생태계가 위기임을 인류가 인지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이다. 그로부터 시민운동차원, 사회정치학적 차원, 철학윤리학적 차원에서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것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40여 년간 다양한 학문분과들이 저마다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위한 다양한 담론을 생산해왔다. 그럼에도 생태계 파괴는 더욱 광범위하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인간생활의 터전인 자연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이런 조건 하에서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생태학적 담론, 환경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연대와 생태지향적인 결속이 필요한 시대임에도,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지역, 인종, 문화에 따라 갈등과 대립으로 이어져 온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환경친화적인 연대와 생태지향적인 결속은 결코 환경문제 만큼이나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이 생태철학은 세 가지 이데올로기적 노선을 따라 진행돼 왔다. 이에 관한 연구 논문 ‘생태위기와 환경윤리, 지구촌 공동체’에 의하면, 그것은 생태주의, 환경주의, 환경관리주의로 구분된다. 생태주의는 생태계라는 보다 큰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데 비해, 환경주의는 인간의 생존 환경과 관련된 자연을 다루며, 환경관리주의는 더 협소하게 대상화된 자연만을 문제 삼는다. 인간이 환경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들이 있으며, 현상적인 문제에 국한되는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는가 하면, 인간중심적인 인식을 넘어서는 생태질서 전체를 바라보고자 하는 철학들도 함께 발전돼온 것이다.

생태위기 시대에 철학이 없다, 담론이 없다고 하는데, 실제는 철학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인 문화양식이 미흡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생태철학적 이성이 극도로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협동과 결속, 생명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공동체적 연대라는 새로운 개념을 포괄하는 살아있는 합리성으로 이해돼야 하는 것이다. 생태계 위기의 결정적이고 최종적인 요인은 인간의 자연에 대한 태도 때문에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철학적 원인 진단은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을 통해 위기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생태계 파괴의 속도를 늦추거나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생태계 위기에 직면해 공동책임의 원칙, 보편적 정의의 원칙이라는 생태철학이 실천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환경윤리는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뿐 아니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에 대한 도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천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최소한의 도덕적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손자가 환경파괴로 이 땅에서 살 수 없게 된다면, 그는 당장 분명한 행동을 취하게 될 것이다. 많은 부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인간이 그동안 발전시켜온 도덕성에 기대어 긍정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생태이슈, 인식의 간극을 줄일 수 있을까

생태계 위기는 인류의 삶에 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가져왔는가? 생태계 위기 시대 인류의 삶은 어떻게 전망되는가? 경제적인 영역에서 보면, 거대한 규모의 경제에서 자연을 배려하는 생산-소비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서, 소비를 줄이는 것이 미덕인 시대로, 규모의 경제에서, 작고 강한 경제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정치적인 영역에서는 급속한 탈중심화가 일어날 것이며, 지역화, 지방분권화가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구분이 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경쟁과 타협, 합리성이 도덕의 기초였던 데 반해, 생태계 위기 시대는 연대, 결속, 관용이 중요한 생태·도덕적 표준이 된다. 이는 생태계 위기로 인한 도덕의 구조변화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문화주의적인 세계의 필연적인 공존의 논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양성은 환경윤리학과 상관없이 오랫동안 논의돼온 주제다. 특히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다. 생물생태계에 있어서 다양성은 단순한 것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구조라는 생태학의 연구결과에 힘입어 환경윤리에서 다양성이라는 테마는 아주 중요한 생태학적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러나 다양성 자체가 아니라, 생태계의 상호의존적인 시스템을 보존한다는 이유에서 가치 있는 것이다.

산업화와 도시화 등에 따른 경제적 목적에 의한 여러 개발로 인해 많은 생태계가 파괴돼 야생동물이 서식할 곳이 없어지고 있다. 이제는 개발보다는 생태계 전체와의 공존과 다양성의 보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일반인이 주변의 생물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그들과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 생태위기를 해결하는 방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개선돼야 하는 것은 사람들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구를 인간 중심의 사고로 봐왔으며, 이로 인해 먹이사슬의 최고 정점에서 무한히 번식함으로써 생물종 다양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다른 모든 피조물들은 그보다 상위에 있는 먹이사슬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절되는 데 비해, 인간은 그렇지 않다. 인구 통제가 윤리적으로 허용 가능한지, 인구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의무의 범위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인구문제는 미래세대에 대한 의무를 정하는 일에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 자연과 다시 연결되기 위해서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바라보고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도와줄 생태적 이론과 실천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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