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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재난급 풍해, 피해를 유발하는 빌딩풍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10.10 09:54
  • 호수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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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빌딩이 밀집해 있어 해마다 빌딩풍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부산시 해운대구

좁은 통로를 지나는 바람은 더욱 빨라진다.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종종 마주하는 데, 특히 높은 빌딩이 즐비한 좁은 골목에서는 더욱 자주 겪을 수 있다. 빌딩이 협곡처럼 강한 바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심각한 위협과 피해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포의 바람이 된 빌딩풍

지독했던 장마가 끝나자 숨도 돌릴 틈없이 연이은 태풍이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특히 8월 말(9호 태풍 마이삭)부터 9월 초(10호 태풍 하이선)에는 초속 40m가 넘는 태풍이 연이어 남부지방을 통과했다. 수많은 비와 돌풍을 동반한 태풍은 남부지방을 휩쓸며 수많은 피해를 야기했다.

특히 태풍의 길목에 위치한 부산시는 큰 피해가 우려됐다. 최근 강풍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해운대, 광안리, 샌텀시티 등 고층빌딩이 밀접한 해운대구에서는 돌발 강풍으로 인한 풍해(風害)가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발생한 태풍 ‘타파’가 부산을 지날 때 해운대의 마린시티와 엘시티에서는 나무가 뽑히고, 태양광 전지판이 날아가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기상청의 해운대 관측지점의 순간최대 풍속은 초속 8.9m에 불과했다.

하지만 마린시티와 엘시티에서만 초속 25m급의 바람이 불어야만 가능한 피해들이 속출한 것이다. 그 원인이 바로 빌딩숲에서 발생하는 강력해진 빌딩풍 때문이었다.

빌딩풍은 말 그대로 높은 고층빌딩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이 다른 공간보다 더 강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유체는 단면적이 큰 곳에서 흐를 때는 흐름이 느리고 압력이 높아지는 반면, 단면적이 작은 곳에서는 흐름이 빠르고 압력이 낮아진다. 이러한 원리가 작용돼 높은 빌딩과 좁은 골목에서는 협곡에서 바람이 크게 부는 것과 같은 강한 바람이 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부산 초고층빌딩들은 이러한 빌딩풍이 일어나기 딱 좋은 지형을 갖추고 있다. 해운대구에서만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28개 동이 위치해 있다. 이번 태풍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실제가 됐다. 해운대구에서는 올해 태풍에도 어김없이 강풍으로 인한 풍해가 발생한 것이다. 태풍 마이삭에 엘시티 건물은 외벽 타일과 시설 구조물이 바람에 뜯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한 태풍 하이선이지날 때에는 엘시티 앞 신호등의 강철 기둥이 끊어져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빌딩풍에 자갈이 날려 유리창을 깨고 거실까지 날아든 아파트 단지도 있었다.

행정안전부와 부산시가 발주한 빌딩풍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인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9월 7일 태풍 하이선이 상륙했을 당시 해상에서 10분 단위로 측정된 풍속 중 최대 풍속은 초속 23m로 나왔지만, 마린시티 24곳의 평균 10분 단위 풍속 중 최대는 초속 30m로 훨씬 강했다고 발표했다. 순간 최대 초속은 마린시티 일대에서 최대 초속 50m까지 기록됐으며, 엘시티의 경우 태풍이 절정인 시간대는 초속 60m를 넘어 아예 측정조차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빌딩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물 옥상부에 3개의 풍혈을 설치한 영국의 스트라타(Strata SE1) 빌딩

빌딩풍, 이젠 대비가 필요할 때

이와 같은 강력한 바람으로 심각한 풍해를 야기하고 있는 빌딩풍은 해운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층빌딩들이 위치한 공간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다. 이에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일정 높이 이상의 건물을 지을 때 빌딩풍 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바람의 흐름을 계산하고, 방풍림이나 방풍스크린 등을 설치하거나, 바람이 지나는 풍혈을 건물에 설치해 빌딩풍 발생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캐나다 등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시계획을 구상할 때 협곡 현상을 모의 실험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빌딩풍에 대한 연구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빌딩풍으로 인해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해운대구에서 지난해 전국 최초로 빌딩풍에 대한 학술용역을 실시했으나, 지자체 주도의 연구에 따른 예산, 지원 문제로 인해 연구 규모와 결과에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다행히 올해 4월 정부의 긴급현안 R&D 사업으로 빌딩풍에 대한 연구 용역이 시작됐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부산대, 강원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공동 연구기관으로 참여한 연구진은 2020년 기반기술구축, 2021년 기술분석, 2022년 고도화를 목표로 빌딩풍 피해 전수 분석과 실측데이터 설계를 시작으로 빌딩풍 위험정보 지도, 서비스 기술을 개발 구축할 예정이다.

한편 빌딩풍 예방을 위한 법적인 제도 마련을 위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이번 태풍 피해와 지속적인 풍해를 겪고 있는 지역을 위해 빌딩풍을 신종 재난으로 규정하고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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