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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물난리, 반복돼선 안 된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10.10 10:30
  • 호수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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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여름이었다. 역대 최장 기간이라는 54일간 이어진 장마 속에서 이어진 폭우에 전국 곳곳이 물에 잠겼고, 산사태, 교량·제방 유실 등 각종 수해가 발생했다. 예상치 못한 이상 기후 속에서 발생한 이번 수해는 천재와 인재가 공존하며 사상 최악의 피해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내년 수해예방을 위한 예산을 대폭 증원하는 한편, 수해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홍수대비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집중호우와 섬진강댐 방류로 인해 침수된 구례군 전경(사진 구례군청)

예상치 못했고, 대비하지 못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여름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무더위와 함께 장마·태풍 등이 발생해 많은 비가 동반되는 계절이었다. 하지만 근 몇 년간 여름은 짧고 불규칙한 장마와 함께 폭염이 계속되는 무더위의 계절로 바뀌었다. 올해 여름 역시 그와 비슷하거나 폭염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 세계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관측됐고, 폭염의 징후가 목격됐기 때문이다. 실제 기상청은 올해 여름은 폭염 일수가 25일 정도로 늘어나는 등 역대급 폭염이 기록될 것으로 전망했고, 국민들도 폭염에 대비했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면서 그 전망은 빗나갔다. 역대급의 폭염 대신 역대급 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무려 54일간 지속된 장마로 폭우를 동반하며 전국을 휩쓸었다.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리는 강우 패턴에 전국 곳곳에서 침수가 이어졌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수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었다. 댐 운영 미숙으로 수해를 더욱 키우는 인재가 발생했으며, 교량, 제방 등이 무너지면서 관리 부실까지 드러났다.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에 대비하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한 인재가 겹치면서 피해는 사상 최악으로 불어났다. 이번 수해로 8100여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42명의 사상자(사망 34명, 실종 8명)가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1조원이 넘는다. 행정안전부의 조사에 따르면 장마 기간 전체 피해 규모는 1조 371억 원으로 공공시설 피해가 9363억원, 사유시설 피해는 1008억원이다. 풍수해로 인한 재산피해가 1조원을 넘은 것은 2006년 1조 8344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이후 14년만이다. 천재와 인재가 겹친이번 수해는 말 그대로 재앙이 됐다.

 

풍수해 대비 강화에 나선 정부

이처럼 심각한 피해를 입은 정부는 재발을 막기 위해 2021년 수해 예방 예산을 기존보다 5000억원 확대 편성했다. 지난 9월 1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수해예방에는 올해보다 5000억원 증가한 2조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풍수해 방지를 위한 시설개 보수 등 지원금을 1조 4000억원에서 1조 6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를 통해 IoT기반 조기경보시스템 170개소를 구축해 2022년까지 총 510개소를 구축할 예정이며, 풍수해생활권 종합정비를 20개소에서 35개소로 확대하고, 안전진단 D등급 미만 수리시설 개보수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다음으로 이번 장마기간 피해에 대량으로 발생한 산사태 역시 주요 예방대상으로, 기존 296개소의 사방댐을 390개소로 추가 설치할 예정이며, 산사태 발생 우려지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산사태 우려지 조사는 기초조사 1만 8000개소, 실태조사 900개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국가하천관리 부문에 대해서도 2000억원 증액된 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73개 국가하천 제방 보수와 스마트 홍수관리 시스템 등 유지보수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댐관리 부문 역시 380억원에서 678억원으로 증액지원해 2023년까지 국가댐 37개소에 디지털 트윈·드론 등 첨단기술 기반 실시간 안전감시체계 구축하고, 14개 용수전용댐 및 15개 다목적댐의 안전성 강화를 실시할 예정이다.

예산뿐만이 아니다. 환경부 역시 이번 홍수를 반면교사 삼아 홍수예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번 홍수는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인해 지방하천의 지류 등에서 피해가 컸던 만큼, 환경부는 지난 8월 30일 홍수에 취약한 지방하천 100곳을 대상으로 과학적 홍수관리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홍수에 취약한 전국 100곳의 지방하천에 홍수정보 수집센서를 설치한 뒤 정보를 취합·활용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홍수예보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강우레이더를 활용해 기습적인 폭우에 따른 돌발 홍수에 대비할 방침이다. 특히 강우레이더를 활용해 읍면동 단위까지 1시간 전에 예측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심화에 따른 극한의 홍수 및 가뭄 등 대응을 위해 수자원·수재해를 감시하는 수자원 위성을 2025년까지 개발한다. 500㎏급 위성으로 시간이나 기상조건과 무관하게 홍수와 가뭄 등 수자원 정보를 관측폭 120㎞, 하루 2회 관측할 수 있다. 위성개발이 활용되면 경우 홍수, 가뭄, 녹조 등에 대한 광역적 감시가 가능하게 돼 접경지역 홍수관리 및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수자원 협력, 물산업 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도면으로만 열람하던 홍수위험지도를 2021년부터 지리정보시스템(GIS) 기반으로 구축해 온라인으로 손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한강, 낙동강, 영산강을 비롯한 국가하천에 대해 홍수위험지도 작성을 완료하고 현재 전국 지방하천에 대한 홍수위험지도를 마련 중에 있다.

김동진 환경부 수자원정책국장은 “이번 장마기간에 발생한 홍수로 인한 피해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한 홍수관리기법을 선보이겠다”며 “이러한 과학적 홍수관리기법을 댐과 하천의 정비방안과 함께 항구적 홍수관리대책에 포함시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매번 큰 비에 범람하는 하천들, 매번 비슷한 대응이 비슷한 사고를 만들고 있다.

재발을 막으려면 이번엔 달라야 한다

자연재해에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홍수를 동반하는 태풍, 호우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발간한 ‘2018년 재해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8년~2018년) 재해 피해 중 홍수와 관련된 호우·태풍에 의한 평균 피해액은 연간 약 3203억 6200만원으로, 전체 재해 평균 피해액의 88.3%를 차지한다. 이러한 수해에 복구비만 매년 수천에서 1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올해 수해예방에 책정된 금액은 2조 1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14년 만에 최악의 피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반복돼 왔다. 수해를 예방하고 대비하기 위한 예산은 계속해서 투입되지만, 지속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복구비용이 따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에 대한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수해가 발생할 때마다 이를 해결하고 예방하려는 방법이 모두 닮아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의 ‘2017~2019년 국내 홍수피해상황조사 보고서’는 이를 꼬집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매년 홍수가 난 시기와 장소는 다르지만 홍수의 원인과 대책은 매년 대체로 비슷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홍수 중 가장 피해가 큰 하천범람의 경우, 범람이 일어난 하천이나 지천의 위치는 다르지만 원인은 유속, 월류(물이 넘치는 현상), 토사 퇴적으로 인한 하도 폐색, 지반 누수 등 비슷한 원인이었으며, 대책 역시 대부분이 비슷한 형태로 처리되고 있었다. 기후변화와 이상기후현상으로 인해 언제 어디서 폭우나 집중호우 현상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획일화되고 일률적으로 매번 실패하는 대응으로 일관해 온 것이다.

또한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홍수예방에 있어 예산, 시간, 인력 부족을 이유로 홍수의 근본적 예방대책을 펼치기보다는 발생 예측 및 발생시 대응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실제 홍수 대비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보강하는 것은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에 홍수예방만을 이유로 예산을 투입하는 데 부담이 있는 것이다. 이에 홍수를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응은 지속적인 피해를 야기해왔다. 또한 기후변화와 이상기후 등 변수가 잦아진 시점에서 이번 여름과 같은 풍수해는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며, 점점 잦아질 수 있다. 결국 기존 홍수 대응 방식은 급변하는 기후현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20일 환경부와 ‘기후변화 대비 수자원 적응기술개발연구단’의 연구 중간결과 발표에 따르면 강수량의 경우 21세기 초(2011~2040년)와 중(2041~2070년), 후(2071~2100년)에 각각 3.7%, 9.2%, 17.7%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1세기 후반에는 특정연도 강수량이 41.3%까지도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댐과 하천제방 등 홍수방어시설의 설계 시 이용되는 홍수량을 예측한 결과, 2050년경에는 홍수량이 현재 대비 11.8% 증가하는 것으로 전망됐다. 장래 강수량 및 홍수량 증가에 따라 현재 100년 빈도로 설계된 댐과 하천제방 등의 치수안전도가 지점에 따라 최대 3.7년까지 급격히 낮아지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현재 100년에 한 번 범람하도록 설계돼 있는 하천 제방이 미래에는 4년에 한 번 범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장마에 1조 371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복구비는 총 3조 4277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와 함께 내년 홍수예방을 위해 2조 6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한다. 현실성을 고려하면서도 홍수예방의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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