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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오보, 하지만 이유를 줄여야 한다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10.10 10:45
  • 호수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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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기상청은 말 그대로 홍역을 치렀다.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이어진 장마에 예보가 빗나가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갖은 비난과 함께 조롱까지 이어졌다. 다행히 장마가 끝나고 연달아 발생한 태풍의 경로와 규모를 제대로 예보하면서 명예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기상예보에 대한 불신은 존재하고 있다. 기상오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오보청과 기상망명, 잔인했던 여름

날씨는 하루를 시작하기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할 사항 중 하나다. 날씨에 맞는 옷차림과 필요한 도구를 챙기는 것은 물론 재해와 같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특히 기상이변에 따른 폭우, 미세먼지, 오존 등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는 현상이 증가하면서 날씨에 대한 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예보가 현실과 다를 경우에는 불편함이 가중된다. 이러한 모습은 올해 여름 여실히 드러났다. 기상청은 지난 5월 올해 여름을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며, 평년 9.8일이던 폭염 일수가 최장 25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보했다. 또한 강수량 역시 평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리고 이러한 예보는 모두 빗나갔다. 역대 최장 기간으로 기록된 장마때문이었다. 6월 말 시작된 장마는 54일이라는 기간동안 지속됐다. 덕분에 기상청이 예보한 폭염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한 여름인 지난 8월 평균기온은 22.5도로 지난해보다 2도가량 낮았고, 폭염 일수는 3.9일, 열대야 일수는 2.3일에 불과했다.

그나마 폭염은 덜한 편이다. 강수량의 예상범위는 심각하게 빗나갔다. 긴 장마에 기록적인 폭우가 동반되면서 평년과 비슷하거나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된 강수량의 예상치는 크게 벗어났다. 장마 기간 중부지방 강수량은 494.7㎜를 기록했고 남부지방과 제주의 경우 각각 566.5㎜, 562.4㎜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하루하루의 예보도 조금씩 빗나갔다. 비가 그친다고 했던 예보가 무색하게 비가 이어지는 곳도 있었고, 비가 오지 않는다고 했던 곳에 비가 오는 경우가 허다했다. 사람들은 이러한 기상청과 일기 예보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예보가 틀리는 경우가 잦다는 이유로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는 오보와 기상청을 합쳐 ‘오보청’이란 말이 나왔으며, 일부 SNS와 커뮤니티에서는 우리나라 날씨를 노르웨이 기상청이 더 잘 맞춘다며 해외의 정보로 우리나라 날씨를 예상하고 관측하는 ‘기상망명족’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아무리 우스갯소리라고 하지만 기상청의 입장으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매년 기상이변이나 자연재해 발생 시 빗나간 예보에 질타를 받아온 기상청이지만 올해 여름은 유독 가혹한 여론이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변수가 잦아지고 있는 날씨

100% 정확한 예보는 없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고 해도 미래를 예상하는 예보는 100% 정확할 수 없다. 날씨를 다루는 일기 예보도 마찬가지다. 국민들도 이러한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오보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그렇다면 실제 현재 여론처럼 우리나라의 일기예보가 다른 나라에 비해 오보가 잦고 다른 나라에서 정보를 얻어야 할 만큼 신뢰도가 낮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사실 우리나라 기상청의 예보 능력은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 비교적 많은 오보가 발생한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 기상예보의 오차율은 43.7%(2016년 기준)로 영국(41.6%), 일본(45.5%), 캐나다(43.2%)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매년 오보는 발생해왔지만 올해처럼 많은 비난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여론이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한 이유는 역대급 장마 때문이다. 며칠이고 계속되는 빗줄기에 지역 곳곳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하자 불안해진 사람들이 더욱 기상정보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겪어보지 못한 현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기상청의 예보에 귀를 기울이고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기상청의 오차와 오보는 이러한 기대감을 무너트리는 요소가 됐다. 하지만 기상청의 오보는 고의가 아니다. 기상청의 오차와 오보 역시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든 요소와 일맥상통한다. 이번 장마는 기상청에게도 생소한 현상이었다. 올해 장마는 과거 장마와 너무나 다른 유형의 기상현상이었다. 특히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는 장마 패턴의 변화를 가져왔고, 스콜성 강우처럼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리는 집중호우 형태를 띄며 예보를 어렵게 했다. 이번 장마는 기존의 모든 데이터를 무시하고 오차와 오보를 유발한 원인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상기후현상은 수많은 변수를 만들어내고, 분석과 예보를 어렵게 만든다. 2018년 여름엔 중위도 지역의 대기 상층 동서 흐름이 정체되면서 폭염이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으며, 2019년에는 늦여름부터 가을까지 많은 태풍이 생성돼 총 11개의 태풍이 지나기도 했으며, 예상과 달리 이례적으로 한파가 없는 겨울을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이상 현상에 기상청은 어김없이 예보에 실패했다. 이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실제 기상관측소의 신뢰도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상 기후를 겪고 있는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도 문제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기상기후전문가들은 “일기예보는 실시간으로 변하는 자연을 예측하는 것인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상기후 현상이 잦아지면서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오보는 오보,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하늘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아무리 기후가 변화하고 변수가 많아졌다고 해도 오보는 명백한 잘못이며, 오차를 줄이고 오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에 기상청은 일기예보의 오차를 줄여 신뢰도를 높이고, 예측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기상청은 기존 1시간 단위의 강수예보를 10분 단위로 개선했다. 시간 단위가 아니라 10분 단위로 강수량 정보를 취득해 예보한다는 것이다. 10분 단위의 강수량 정보를 이용하면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와 그치는 시각은 물론, 비가 강해지고 약해지는 변화를 10분 단위로 파악해 전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예보 제공 시간 역시 6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릴 예정이며, 올해 하반기부터는 3시간 단위로 제공되던 기존 단기예보도 1시간 단위로 상세화할 예정이다. 시시때때로 변화할 수 있는 이상기후에 대비하고 더 세분화해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가 옅보이는 대목이다.

이러한 예보 시스템 개선과 함께 기상청은 자연 변화를 모두 맞추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오차율을 줄이며 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현재 사용 중인 슈퍼컴퓨터 4호기에 보다 성능이 높은 슈퍼컴퓨터 5호를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 도입할 예정이며, 인공지능(AI) 예보관 ‘알파 웨더’를 개발하고 있다.

장마 기간 동안 오보 논란에 시달린 기상청은 장마가 끝난 이후 연이어 발생한 태풍들에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미국의 기상예보에서 밝힌 태풍경로와 우리나라 기상청의 태풍경로를 비교하기도 했다.

결과는 다행히 우리나라 기상청의 우위였다. 제8호 태풍 ‘바비'’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의 경로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나 일본 기상청보다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태풍 마이삭의 경우 세 기관이 조금씩 다른 견해를 보였는데 실제 태풍은 우리나라 기상청이 예측한 경로대로 빠져나가 정확성을 입증했다.

자존심을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안도하기엔 아직 이르다.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는 이제 언제 어디서 발현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됐다. 이를 예측하고 알려야 할 기상청의 시험무대는 이제 시작인 것이다. 날씨는 국민들의 생활과 안전에 직결된다. 반드시 미비점을 보완하고 난항을 겪게 만드는 이상기후를 극복해 오차와 오보를 줄인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를 받는 기상청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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