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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물도 자원 순환, 도시 광산
  • 임호동 기자
  • 승인 2020.11.10 10:27
  • 호수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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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버리면 폐기물에 불과한 전기전자기기, 소중한 광물자원이 될 수 있다.

자연에서 만들어진 원소화합물질을 광물이라고 한다. 이러한 광물은 각종 산업에 다양하게 활용되며,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 필수 구성요소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지구의 모든 자원은 한정돼 있다. 아무리 많은 자원도 언젠가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광물 자원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광물 가격의 책정 여부에 따라 산업이 휘청거리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자원순환도 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도시 광산이다.

 

광물 자원의 높아지는 희소가치, 광물 시장을 뒤흔든다

허튼 데 돈을 쓰지 말라는 뜻으로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오나’라는 말을 자주 쓴다. 그러나 이 말은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땅을 팠을 때 돈이 나올 수도 있다. 돈이 되는 광물 자원이 나오는 곳을 팠을 때 말이다.

광물 자원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무기기원의 고체 화합물로 규칙적인 원자배열을 갖는 결정질 물질이다. 원소와 원소가 만나 결정형태를 이룬 광물은 각종 산업과 제품에 다양한 형태로 활용돼 왔다. 땅을 파면 나올 수 있는 광물이 돈보다 더 귀한 존재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광물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발간한 ‘2017 광물자원 개요(Mineral Commodity Summaries)’에 따르면 80년 뒤인 2100년이 되면 세계 천연자원이 모두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일부 금속의 경우는 이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의 채굴 가능기간은 18.7년에 불과하며, 은 20.9년, 철 57.2년, 구리 38.5년 등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광물 자원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니켈·코발트·희토류 등 각종 주요광물자원의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중 무역 갈등, 코로나19로 인한 수입·수출 제한 등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광물자원 시장은 작은 변화에도 요동치고 있다.

광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게 이러한 상황은 상당히 불안하고 불리한 상황이다. 국내 광물의 생산 광종은 27종에 불과하며, 그 생산량도 미비하다. 결국 광물자원에 대한 해외수입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세계광물자원 시장의 변동은 경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도시에서 광물을 캔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일본이다. 과거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천연자원이 부족한 자원빈국으로 불렸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자원의 강국으로 꼽힌다. 일본이 보유한 자원은 지하에 있는 자원이 아니다. 일본은 도시에서 광물 자원을 얻고 있다.

바로 도시광산이다. 과거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가전제품과 전자제품을 보유했던 일본은 폐휴대폰을 비롯해 PC, TV 등 가전제품과 같은 폐자원에서 금속을 채취하는 ‘도시광산’ 혹은 ‘어반 마이닝(urban mining)’이 최초로 시작된 곳이다.

도시광산은 수명을 다한 제품을 해체해 금속 물질을 분리·파쇄 및 선별하는 단계에 그치는 재활용산업을 넘어 정제련 단계를 도입해 다시 금속물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완벽한 자원순환 단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이다. 1986년 일본 도호쿠대학 선광제련연구소의 난조 미치오 교수를 통해 성립된 도시 광산은 자원빈국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으로, 정부와 기업이 함께 주도하면서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요코하마 금속, 마츠시타 에코테크놀로지센터(METEC), 파나소닉리사이클링센터(PETEC) 등 많은 일본기업들이 도시광산업에 참여해 폐가전제품 처리기술을 개발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역시 도시 광산을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삼았다. 후쿠오카현의 오무타시는 석탄산업을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한 산업도시였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석탄 수요가 줄고 광맥이 끊기면서 급격히 쇠퇴했다. 이에 일본 경제산업성은 1997년 오무타시에 도시광산산업을 도입하고, 오무타시를 ‘금속 리사이클링 생태산업단지’로 지정했다. 이는 큰 성공을 거둔다. 오무타시는 도시광산산업을 통해 폐기물을 활용한 고형연료를 생산해 하루에 2만 600kw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며, 한 해 20억엔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도시광산 활성화를 통해 일본은 세계 금 매장량의 16%에 달하는 6800여톤의 금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은 축적량은 약 6만톤으로 세계 매장량의 23%, 희소금속 인듐은 1700톤으로 전체 38%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도시광산업은 해외 각국으로 전파됐다. 특히 유럽연합은 2005년부터 폐전기·전자제품 회수처리지침(WEEE 지침: 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을 시행해 전력 1000V AC, 1500V DC 이하에서 사용되는 전기·전자 제품을 대상으로 폐전기·전자제품을 생산자가 회수·재활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유럽연합은 전기·전자제품 외에도 금속이 많이 사용되는 자동차에도 주목해 2002년부터 폐자동차 처리지침(ELV 지침: Endof-Life Vehicles Directive)을 시행해 85% 이상의 폐자동차 부품 재사용 및 물질 재활용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도시광산, 우리나라에서도 흥할 수 있을까?

도시 광산은 새로운 광맥을 찾아 탐색하고 발굴하는 과정이 생략될 뿐만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금속 및 광물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채취함으로써 보유량이 명확하다. 또한 도시광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원은 이미 한 번 가공과 집약단계를 거친 자원으로써 천연자원보다 고품질이며, 채광, 제련단계에서 들어가는 자원이 절약된다. 뿐만 아니라 폐품을 활용해 새로운 자원을 얻는 자원순환의 완성형 단계이며,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광물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 이러한 매력을 가진 도시 광산은 매번 주목받는 산업 중 하나였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2008년부터 전기·전자 제품과 자동차를 대상으로 설계부터 폐기 및 재활용까지 환경부하를 최소화하는 환경성보장제(EcoAS)를 실시하고, 2014년부터는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가전제품 무상수거 서비스를 실행하는 등 도시 광산을 활성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 이상의 도시 광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나 법안은 아직 전무한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국내 도시 광산 산업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도시 광산 산업을 구성하는 폐가전 회수, 분리, 제련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은 대부분이 종사자 수가 100명이 안 되는 영세 기업으로 기술 부족 및 폐자원 수급 부족 현상, 인프라 구축 실패 등을 원인으로 도시 광산사업을 접고 있다. 폐제품을 수급하고 필요한 금속을 얻는 해체 및 선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곳도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폐제품은 도시광산업이 아닌 해외로 팔려나간다. 도시광산업을 통해 광물자원을 재활용하는 것 보다 해외에 파는 비용이 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사정을 잘 모르는 국민들은 수명이 다한 휴대폰과 전기·전자제품을 집에 쌓아두거나 고물처리를 하는 일이 다반사다.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이 시작한 수출규제 품목의 상당수가 광물자원을 기반으로 한 품목이었으며, 스마트폰, 컴퓨터, 자동차는 물론 태양광 패널, 4차산업에 필요한 희유금속 등 광물 자원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 ‘도시광산 산업 현황과 향후 과제’보고서에 “폐금속 자원별 물질 흐름을 알 수 있는 투명한통계시스템을 구축하고,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도시광산 산업 업종 해석을 명확히 하는 등 도시광산 산업 관련 통계·분류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유용한 폐금속 자원들의 유통정보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고, 체계적 도시 광산 산업 활성화 지원을 위한 근거를 마련해 산업클러스터 조성하고 본격적인 산업으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휴대전화 1대는 1500원 가치의 금속을 함유하며 폐컴퓨터 15대면 금 1돈을 추출할 수 있다. 이러한 노다지를 우리는 눈앞에서 놓쳐왔고, 일본은 이러한 노다지를 이용해 자원을 수출하기까지 이르렀다. 도시 광산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역시 자원의 빈국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앞으로의 자원난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도시광산업이 4차산업의 광맥이 될 수 있도록 활성화 및개선 방안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호동 기자  ihd33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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