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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고 더러운 연료, 멈출 수 없는 걸까?
  • 박희정 기자
  • 승인 2020.11.10 10:42
  • 호수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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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유럽은 구하기 쉬운 목재를 난방으 로 즐겨 사 용했다. 그러나 공 급이 많아지면서 수급이 어려워지자 가장 먼저 석탄에 눈을 돌렸다. 석탄은 시커먼 연기와 검댕으로 인해 공기를 탁하게 하고 건강에도 좋지 않았지만, 긴 줄을 서면서까지 사람들은 시커먼 숯 을 배급받기 위해 새벽부터 거리로 나왔다. 석탄은 춥고 긴 겨울을 나게 할 수 있는 싸고 얻기 쉬운 연료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이러한 이유로 세계는 화석연료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도 더는 좋은 선택지일 수 없고 정점을 찍어야 할 때가 오 고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한계를 더 빠르게 설정할 수는 없을까?

 

화석연료, 더 이상 값싼 연료가 아니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인간은 원료와 그 원료의 추출방법을 끊임없이 바꿔야만 했다. 그러나 구하기 쉬운 원료에서 어려운 원료로 넘어감에 따라 점점 복잡한 처리와 생산기술이 필요해졌다. 유용한 에너지원을 찾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동시에 에너지 폐기물을 버릴 장소는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더 집중적으로 자연환경을 착취하게 됐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 사람들의 현재 에너지 소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미국 인구는 세계 총인구의 6%에 불과하지만 전 세계 에너지 총 소비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석탄을 손에 넣기는 점점 힘들어지므로 이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은 석탄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석탄에 의존할 수 있는 절대 기간은 몇 세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내에 남아 있는 석탄을 캐기 위해 정부는 더 많은 돈을 지출할 것이고, 물가 상승과 오염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석탄채굴을 시작하고 발전소와 액화 및 기화공장을 건설하면 이 작업을 위해 대량의 물이 필요하다. 그 물의 양은 현재 미국 전국에서 소비되는 물의 3~4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석탄 매장량의 대부분은 서부에 있는데, 미국 서부는 이미 물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에너지 수요는 2050년이 되면 2018년 대비 약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화석연료는 더 이상 세계인에게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질 못할 전망이다. 그러나 전 지구적 에너지원별 소비량을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이 15%에서 28%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2050년에도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의 비율이 약 69%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오염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재생에너지정책이 최근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으나, 2050년에도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을 것이라는 추정은 재생자원에 대한 막연한 장밋빛 기대에 대해 재고해볼 필요성을 남긴다. 그동안 경제성장률로 대표되는 양적인 성장을 삶의 질과 미래를 보장하는 지표로 인식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그러나 미래에도 한정된 비재생자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 수립 시 양적인 성장만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자원 의존도를 낮추는 효율적인 질적 성장에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재생자원이 가지는 외부비용

생산 혹은 소비의 어떤 비용이 미래세대 혹은 사회 전체와 같은 제3자에게 전가될 때 이를 외부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시장거래에서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대표적 외부비용이다. 화석연료의 생산과 가공, 에너지 연소로부터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미세먼지,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오염물질은 직간접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피해 비용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유해한 화석연료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피해비용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화석연료 사용이 더 많아지게 되고 재생에너지는 덜 사용하게 되는 점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기업은 오염배출량을 줄이고 외부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과 공정을 개발하려는 유인을 가질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에너지 수입 증가에 따른 경제적 비용, 높은 화석연료 사용 의존에 따른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따른 취약성과 그로 인한 에너지 안보위험 증가, 재정적 부담 증대, 재생불가능한 자원의 대체 불가능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10년 딥워터호라이즌 석유 유출 정화와 보상비용은 총 200억~400억 달러로 예상됐다. 만약 그러한 환경적 재앙이 10년 주기로 발생한다면 연간 20억~40억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고 연간 총 원유 소비 지출의 5%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에는 단지 직접적인 비용만 포함돼 있을 뿐 원유의 생산과 가공 그리고 더 작은 규모의 석유 유출, 야생동식물의 멸종과 경관의 파괴와 같은 비용이 포함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커버스토리간접적인 비용까지 고려한다면 더 큰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대체 에너지 자원의 생산도 전통적인 방식의 원유 생산 못지않은 환경적 피해를 유발하는데 그러한 비용에는 야생동식물의 멸종, 돌이킬 수 없는 정도의 서식지 파괴가 유발돼 많은 외부비용이 부과될 수 있으나 법적으로 청구할 방법이 없다. 보상비용은 그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지불의사보다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이러한 피해비용을 보상하기 위해서 사회 구성원 모두를 포함하도록 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일부 소득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석연료 개발 장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시장가격에 내재화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환경정책을 추진할 필요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국제사회는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이 시장에 비효율성을 발생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비용인 온실가스배출비용이 화석연료 가격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는 시장 실패를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2년 전 세계의 화석연료 소비 관련 보조금은 약 5440억 달러로 2009년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IEA는 또한 화석연료 보조금 삭감노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 세계 화석연료 소비 관련 보조금은 2020년에 6600억 달러에 이르러 전 세계 GDP의 0.7%에 이를 것이라 추정하며 보조금 삭감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 규모는 작지 않다. 우리나라의 최종 에너지원별 소비비중은 1990년 전체 소비 중에서 석탄은 26.4%, 2010년 14.4%로 줄어들었고 석유 소비량은 동 기간에 60.3%에서 51.8%로 감소하기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석탄과 석유 소비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화석연료 사용의존도가 매우 높은 실정이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은 에너지 소비절약이나 환경부하 경감보다는 교통부문 지원, 일부 산업지원 및 지역균형발전 지원 등을 위해 매우 복잡하게 운영돼왔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충분히 내부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내부화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한 환경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화석연료 사용의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는 올바른 가격 정보를 제공해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과소비 경제구조를 방지하고 친환경 소비 행동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석탄, 석유, 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는 재생산할 수 없는 고갈성 자원이다. 원유와 같은 재생불가능한 자원의 소비는 미래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공급량을 감소하게 만든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세대 간 형평성 확보를 위해 에너지 자원을 보존할 도덕적 의무가 현 세대의 사람들에게 있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삶의 방식과 모든 활동은 환경오염을 가속화하는 구조다. 그러니 자원을 남겨두는 문제를 떠나 미래세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줄이기 위한 빠른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박희정 기자  doban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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