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4.13 화 13:26
FUTURE ECO
상단여백
HOME 월간퓨쳐에코 eco-book/기타 문화산책
저물녘 흰 눈- 시인 양성우
  • 시인 양성우
  • 승인 2021.01.10 09:06
  • 호수 136
URL복사

 

저물녘 흰 눈

                                                   양성우

소리도 없이 흰 눈이 내리고 내 마음은 울적하고

새들도 그치고 흙산 비탈 외진 마을은 어스름에

묻히는가

어둠 아래서는 차라리 칼끝보다는 어디엔가 숨어서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무섭다

드디어 나의 오랜 꿈은 허공중에 사라지고

남은 것은 외로움의 긴 시간뿐이라니

마치 무엇을 두고 온 것처럼 자꾸만 뒤돌아보지 마라

지나온 삶의 길은 눈 위에 찍힌 발자국,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녹아서 지워지는…

가슴에 불을 안고 멀리 떠난 사람들은 아직도

소식이 없는데

밤은 오고 여기저기 장막처럼 고요가 깔리는구나

세상의 모든 상처와 눈물을 다 덮을 듯이

그래도 나는 눈밭에 꼿꼿이 선 벗은 나무들과 같이

잎이 진 자리에서 움이 튼다는 것을 믿지 못해

공연히 조바심하고

소리도 없이 뒤엉키며 흰 눈이 내리고

내 마음은 쓸쓸하고 새들도 울지 않고 지붕 낮은

마을은 고즈넉하고

 

양성우 시인은 전남 함평에서 태어났고 전남대학교를 졸업했으며 1970년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는 『겨울공화국』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북치는 앉은뱅이』 『낙화』 『첫마음』 『길에서 시를 줍다』 『아침꽃잎』 『내 안에 시가 가득하다』 등이 있다.

시인 양성우  eco@ecofuture.co.kr

시인 양성우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여백
여백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환경행사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QR 코드

Back to Top